《모터타임즈》 아티스트 토크 ‘공장의 몸 자동차의 몸 노동자의 몸’
2025.11.9(일)
모더레이터: 강재영(월간미술), 김은희(경인콜렉티브)
아티스트: 양정욱, 오석근, 민운기
강재영: 안녕하세요. 오늘 《모터타임즈》 아티스트 토크 ‘공장의 몸 자동차의 몸 노동자의 몸’ 모더레이터를 맡은 강재영 월간미술 기자입니다. 반갑습니다. 방금 전까지 전시를 보고 오시느라 애를 많이 쓰셨을 것 같은데, 이 자리에서는 우리 작가님들하고 기획자들 모시고 ‘전시’라고만 하기 조금 뭔가 아쉬운 프로그램들에 대해서 그 결들을 나눠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래서 먼저 김은희 작가님, 모더레이터부터 자기소개를 한번 해볼까요?
김은희: 네 안녕하세요. 저는 경인콜렉티브의 김은희라고 하고요. 이 모터타임즈 작업에서는 총괄 기획을 맡고 있고 시각예술 작업으로 참여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민운기: 네 안녕하세요. 저는 민운기라고 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배다리에서 인천문화양조장 대표를 맡고 있고요. 지난번에 소사공단 아카이브 작업에 이어서 이번에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양정욱: 저는 경인콜렉티브가 되고 싶었지만 안 끼워주셔서, (웃음) 양정욱입니다.
오석근: 네, 저는 오석근이라고 하고요. 기획팀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실험미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재영: 앞서 작가님들께서 직접 작업을 설명해 주신 부분도 있어서 더 친근하게 느껴지실 것 같은데요. 자동차라고 하는 어떤 산업의 산물, 그리고 인천이라고 하는 도시가 작업의 매개가 돼서 ‘멈춘 공장’이라고 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제 질문을 한 번씩 드리고 싶은데, 사실 이 <모터타임즈>라고 하는 프로젝트는 김은희 작가님께서 기획의 중심이 되어서 작업을 이어 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서 민운기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던 소사공단 전시를 저도 먼저 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때도 정말 충격적인 경험이었어요. ‘예술과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 지어지고 이야기될 수 있을까’라고 할 때 사실 막막할 수밖에 없는 지점들이 있거든요. 저는 그 둘이 만나지 않는 지점이 있다고 항상 생각했는데, 사실은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좀 느끼게 해주는 작업이 됐어요. 소사공단이나 부평 한국 GM 공단처럼 산업의 어떤 흔적들과 시간을 예술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한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먼저 여쭤보고 싶어요.
김은희: 소사공단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우연히 만나게 됐었어요. 부평의 바로 옆 동네가 부천이고, 1호선 전철을 타고 오다 보면 중간에 소사라는 역이 있습니다. 소사공단은 그 소사역 주변에 있었던 기계·금속업을 주로 하는 공단 지역이고요. 지금은 거의 천지개벽 수준으로 모든 공단 건물들이 다 사라져서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고요. 제가 2020년에 우연히 그 공단 한복판에 있는 기계 공장에 들어가서 리서치 작업을 하게 됐어요. 거기는 개발 대기 중인 폐공장이었어요. 처음에는 약간 공장에 홀려서 작업을 시작했었는데요. 커다란 대형 기계들이 있었거든요. 그 기계의 먼지나 기름때를 떼 가지고 드로잉하는 그런 작업을 했었어요. ‘체계적으로 기록을 해야겠다’가 아니라 그냥 이게 너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 했었고, 그냥 그 넓은 공장에서 하는 게 되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작업이 점점 더 확장되어서 2022~2023년에 공공예술 프로젝트 지원을 받게 된 거예요. 그렇게 해서 민운기 선생님 그리고 오석근 작가님, 최혁규 선생님 등과 함께 그 공간을 조금 더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고, 2023년에 부천에 있는 소각장을 재생한 아트벙커에서 전시를 했습니다.
김은희: 아트벙커도 어떻게 보면 폐산업 시설을 예술적인 공간으로 활용한 사례잖아요. 소사공단에 어떤 공장이 있었는데, 쇳물을 녹여서 형태를 만들고 그 형태를 가공해서 기계 장치를 만드는 공장이었어요. 관련된 부산물하고 기계 도면 이런 것들도 주로 봤었죠. 그게 몇 년에 걸쳐서 사라지고 공간까지 전부 없어지는 과정을 보게 됐는데, 그때 처음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이렇게 만들어졌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보통 쇠를 깎는 선반 기계는 아마 많이들 아실 거예요. 근데 그 공장에 있는 선반 기계는 요만한, 조그마한 걸 깎는 게 아니라 한 3m짜리를 깎는 기계예요. 엄청나게 커다란 기계죠. 그러니까 쇳덩이 조각들이 그 공간 안에 있는데, 그게 엄청난 시각적 충격이었고, 그거를 기록하든 뭘 하든지 간에 뭔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작업을 할 때, 2022년 11월 26일 이 부평 공장이 폐쇄되던 때에 이 공장 노동조합의 원로이신 분들이 저희를 찾아오셨어요. 이 공장도 그런 기록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이 작업이 시작됐죠. 하지만 보통 공장에 들어와서 작업한다는 게 바로 되지는 않기 때문에 몇 년에 걸쳐서 이루어졌고, 저희는 2024년도 10월부터 이 공간에 상주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김은희: 소사공단 같은 경우에는 엄청 거대한 금속 기계들의 물성을 보고 느낀 공간이라면 여기는 시스템으로 짜인 공간이었고, 그게 이 부지 안에 꽉 들어차 있는 게 굉장히 이상했어요. 이 안에 의미 없이 존재하는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런데 저희는 사실 그 사실을 파악하기에 너무 미약한 거예요. 그래서 그거를 좀 읽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런 작업을 했었던 것 같고요. 제가 아까 강재영 기자님한테 말씀을 드렸던 게, 지금 이쪽에도 보시면 저게 1km, 2km 사각형이거든요. 저는 공장 안에 걸려 있는 지도 작업을 하면서도 말레비치의 검은 삼각형과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했었어요. 말레비치의 검은 삼각형은 기계 시대가 시작할 때 명료하고 추상적인 사각형을 생각하면서 만들어진 어떤 관념적인 캔버스였잖아요. 근데 어느 날 전시회에서 그 사각형을 보는데, 그 작품은 1920년 정도에 만들어진 거였습니다. 저는 2020년에 봤거든요. 캔버스가 다 터져서 그림이 우둘투둘한 거예요. 그런데 그게 이 공장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가 기계 시대의 한 사이클을 제대로 본 적은 없었을 것 같은데, 기계 시대의 시작에서 존재했던 열정들이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한번 봐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하면서 이 작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강재영: 기록의 방식은 되게 여러 가지잖아요. 사실 그냥 글로 쓸 수도 있고, 사진으로 찍을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기록할 수도 있고, 간단히 친구들이랑 나눌 수도 있고. 하지만 우리가 이걸 ‘예술로 기록한다’고 할 때 뭐가 달라지는 걸까 하는 것에 대해서 저도 계속 생각해봤는데요. 아까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이 공장이 멈춰 있을 때 그 균형을 채집하고, 또 그걸 여러분들과 나누면서 그 의미들을 계속 찾아 나가는 게 예술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제가 한 가지 더 여쭤보고 싶은 부분은, 전시 중 <플랜트그라피-컨베이어>라는 작업이 있었는데요. 차체 공장에 들어가는 부분에서 노동자들이 서 있는 지점이 많죠. 실제로 서 있던 지점이 완전히 일치하진 않지만, 주로 뒷모습의 상반신만 그리셔서 그 이유에 대해 여쭙고 싶었어요.
김은희: 그렇게 작업한 이유는 실제 일하는 모습을 보고 그릴 때, 노동자를 앞에서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 작품들도 가동 중인 공장에 들어가서 저것도 굉장히 어렵게 찍었거든요. 뒷모습밖에 주로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원래 뒷모습에 남겨져 있는 동작, 이런 것들을 그리는 걸 좋아했었던 것 같아요. 이곳에서의 노동은 주로 반복 노동이 많기 때문에 몸에 새겨진다는 생각도 들어서 더 적절한 방식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이 들어요.
강재영: 이번에는 민운기 작가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아까 서두에서 말씀해 주셨지만 이제 배다리에서도 도시와 공동체를 다시 바라보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오셨는데, 이번에는 노동의 흔적을 미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는 <노동자의 자리>라는 작품을 선보여 주셨어요. 사물과 이미지들을 기록하고 선택하는 데 어떤 기준 있으신지 먼저 여쭤보고 싶습니다.
민운기: 처음 공장에 왔을 때,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설비들에 압도당했는데요. 이런 것들이 제품 생산을 위해서 유기적으로 기능하고, 자그마한 부품 하나도 다 필요한 것으로서 활용되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제 작업이 사실은 그냥 리서치 아카이브는 아니거든요. 아티스틱이라는 게 포함돼서 일반적인 작업과는 구분된 지점이 좀 있어요. 사실은 있는 그대로 두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죠. 만약 그 흔적과 자리를 현장에 고스란히 둘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개입해서 뭘 만들어야 되지, 이런 고민이 있었고요.
민운기: 저는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다른 팀들은 여기에 거의 올인하다시피 하는데,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오고 가면서 살펴보려 노력했죠. 나중에 1공장에 한번 들어갔었는데 거기 로봇들이 막 조립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당히 경이로우면서도 노동자들은 다 쫓겨나는 그런 상황이 될 텐데, 걱정하고. 그럼에도 미래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설비는 점점 자동화될 텐데 그런 것과 구분 짓는다면 지금 이 공장은 자동화된 기계 설비와 노동의 가치가 그나마 일정한 비율로 결합해 가동하는 이런 특성이 있다는 것도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노동자들의 흔적에 대해 관심을 모아가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도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고 중간에 시행착오도 많이 있었어요. 중간중간에 우리 기획팀 선생님들과도 상의하면서 구체화하게 됐는데요. 처음에는 분리될 수 없는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무엇을 떼어낼 수 없는지 생각해 보고, 그나마 인간으로서 노동자들의 손길이 상당 부분 많이 남아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계속 사진을 찍었죠. 전시에서 보여드린 거는 사실 일부고. 나중에 별도의 박물관을 만든다고 한다면 이거를 통째로 공개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선별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렇다면 무엇을 옮겨갈 수 있을까, 지금 이동 가능한 이런 것들을 별도로 모아서 찍기도 하고 그런 과정이 좀 있었고요.
민운기: 그리고 노동자들의 손길, 인간적인 부분들을 볼 수 있는데요. 아까 작업 보셨지만, 커피 믹스 같은 것들이 발견되고 방석도 있고. 노동자들이 고된 노동의 피로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현장에서 스스로 어떤 방법을 만들어서 행했던 그런 것들이 자꾸 와닿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현재에 이르게 됐습니다.
강재영: 일주일에 한 번 공장을 다니셨다고 하셨는데, 그게 얼마 안 된다고 하셨지만 사실 그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공장을 둘러보시면서 각 공간별로 특징이 있거나 감각적으로 느끼셨던 지점들을 추가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민운기: 가이드 선생님들께서 차체 공장에서 도장, 그다음에 다른 공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셨을 때 사실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었는데 조금씩 조금씩 과정이 눈에 들어오고 공정별로 차이가 조금씩 느껴지더라고요. 앞서 보신 것처럼 차체 공장은 구조물의 틀을 만들다 보니까 어떤 블록이 있기도 하고 그에 따라서 작업자들의 형태도 많이 달라지고. 같이 뭔가 둘러싸서 작업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이 맡은 작업을 제한된 시간에 해결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고. 근데 도구들을 보면 큼직큼직한 작업에서 점점 세밀해지는 것들이, 집을 짓는 것과 똑같은 것 같아요. 골조를 만들고 뭔가 부착하고 세세하게 장식하고 이런 것처럼. 거기에 맞춰서 설비나 도구 부품들도 점점 작아지는 거죠. 그리고 나중에는 노동자들의 섬세한 감각이 요구되고, 거기에 걸맞게 도구들을 나름 변형시켜서 사용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강재영: 네, 그러면 이번에는 양정욱 작가님 순서로 한번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양정욱 작가님은 키네틱 작업으로도 많이 알려져 계시죠. 사람에 대한 작업을 많이 해오셨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작가님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속삭이는 모양>, <빛을 만드는 모양>, <희망의 모양> 이렇게 세 가지 이름으로 작업을 해 주셨어요. 제가 김은희 작가님께 듣기로는 자동차 공장에서 작업한 경험이 있으셨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공장을 방문하시고 작업을 구상하시는 과정에서 어떤 감각들을 느끼셨는지 먼저 여쭤보고 싶습니다.
양정욱: 처음에 오석근 대표님이 불러주셔서 한 번 투어를 했는데, 여기는 막대기 하나만 세워놔도 좋은 느낌이 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고요. 이번에 전시 구역이 4개인데, 처음에 왔을 때 나오는 작업들이 현장 작업에서는 항상 좋아요. 처음에 딱 떠오르는 작업이 좋은 거거든요. 그 아이디어를 인턴십으로 온 8명의 친구한테 줬고요. ‘더운 날 사람마다 부채를 다르게 접는다’라는 콘셉트가 좋아서 그 아이디어를 제가 원래 쓰려고 하다가, 제가 문화예술진흥원에서 지금 ‘꿈의 스튜디오’라는 앰배서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작가 작업실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직접 와서 같이 작업을 하는 워크숍인 거죠. 제가 하는 작업 방식에 그대로 맞춰서 같이 작업해보는, 그런 것들을 구상하고 지금은 끝났는데요. 이 공장을 계속 돌아다녀 보니까 계속 아이디어가 생기는 거예요. 모자 두 개 걸려 있는 거 보고 ‘어, 저거 이렇게 보면 사람 얼굴 나오네’ 해서 그걸로 작품도 하나 하고. 사실 아이디어가 8개 정도 있었거든요.
양정욱: 인턴십으로 온 친구들한테 시퀀스를 항상 고민하라고 했어요. 제 작업 보면, 처음에 작은 문을 통해서 큰 공간으로 들어가는 그 시퀀스가 있어요. 그걸 잘 이용하면 엄청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죠. 그리고 창문들에서 오는 빛을 잘 이용하면 그것도 굉장히 좋은 효과를 낼 거예요. 그게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어떤 부분을 설명할 때 되게 좋아요. 같이 이런저런 얘기할 수 있는 꼭지라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그런 거거든요. 제 작업 앞에서 작품 얘기 안 하고 그냥 자기들 얘기하는 거. 그런 것들에서 갈래를 뻗어가면서 작업을 매개로 다른 이야기들이 계속 연계되고, 사람들끼리 서로 얘기하게 하고. 여기 온 사람들끼리 서로 얘기하다가 옆에 사람들 이야기 좀 듣기도 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서로 이야기를 듣고 들으면서 연결되게 만드는 것. 그게 어떻게 보면 제 작품의 목표이기 때문에.
양정욱: 제가 예전에 화장실만 한 공간에서 작업했을 때 작업을 또 하려면 공간이 필요하니까, 기존에 있던 작업에서 모터나 비싼 것만 빼고 목재는 버리는 거예요. 이번에는 설치 작업들을 보여줬지만, 원래 구조적인 면이 되게 많거든요. 그래서 그 구조체를 밤에 몰래 전봇대에 버린 적이 있어요. 공들여서 만든 거라 너무 아까워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어떤 리어카 끄는 할아버지가 그거를 한참 보는 거예요, 새벽에. 요래요래 보더니, 저는 그걸 부실 줄 알았어요. 근데 안 부수고, 리어카 위에다가 살짝 얹어서 가시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구조에서 오는 정성이나 느낌이 있는 거예요. 이 공장을 자세히 보시면 원래 설계한 디자인들이 있는데 용접해서 부딪히지 않게 마운팅해준다거나 추가된 부분들이 많아요. 컴퓨터로 나온 디자인 외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추가 구조물들이 많아요. 거기서 느껴지는 이 구조적인 감각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너무 매력적이었고, 그래서 이 공간은 카페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옆에 작업실로 주셨던 공간이 있었는데, 거기서 제가 드립 커피를 내려서 카페를 운영할까 했어요.
강재영: 작가님이 구조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는데, 작가님 작품도 구조이기에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일 것 같아요. 전시장이 아닌 곳에서 전시한다고 하는 것이 또 다른 감각으로 이 작업을 구체화하고 구조화하고, 실제로 실행하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기억나는 것들도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양정욱: 여기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이 공장 구조 자체가 이미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어요. 제 작업의 절반은 사실은 스토리텔링이거든요. 사실은 작품도 이야기를 보게 만들려고 하다가 지금의 상황이 된 거예요. 그래서 지금 있는 구조를 그대로 이용하자, 그리고 약간 포지션을 변경하자. 설치에 가까운 구조를 남겨두고 미세한 부분들을 살짝 넣어서 기존 구조를 최대한 이용하며 같이 공존하는 전략을 짰어요.
강재영: 오석근 작가님은 역사 차원에서의 어떤 이야기를 사진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해오셨던 걸로 저는 이해하고 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또 그런 부분들을 작업으로 보여주셨던 것 같은데요. <배치와 재배치>, <축> 그리고 <110초>와 같은 작업들이 공장의 시간과 노동자의 몸을 어떤 관계로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기존의 작업들하고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오석근: 처음은 공장 시스템과 구조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거고, 그다음에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있죠. 사진은 0.02초의 시간을 못 담잖아요. 사진은 축적하는 형태로 이미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선형적으로 타임라인으로 제작할 수는 없죠. 저에게 공장은 반성의 공간, 성찰의 공간, 성장의 공간, 좌절의 공간 이런 식으로 계속 전환됐던 것 같아요. 내가 소비했던 물건이 공적으로 어떠한 공간에서 어떤 흐름으로 어떤 노동자들이 만들고 있는지를 보면서 느꼈던 생각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것들을 사진으로 찍는 거죠. 영상이 필요한 부분은 영상으로 작업하고. 제가 경험했던 것들을 시각 언어로 표현했던 겁니다.
오석근: 그전에 소사공단 때는 생산 시설이나 기계들이 많지 않았어요. 많이 팔려 갔죠. 용광로에 들어갔다거나, 그래서 그것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던 상황은 아니었어요. 그 경험 때문에 지금은 좀 더 세밀하게 볼 수 있게 된 거죠. 더 세세하고 좀 더 넓게.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정제된 언어나 약간 포인트를 줘서 저희가 전달하는 메시지들을 다각적으로 펼쳐낸 거예요.
강재영: 작가님은 실제로 직접 촬영을 하셨기 때문에 그 감각이 달랐을 것 같은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들도 들려줄 수 있는 것들이 있으실까요?
오석근: 촬영이 굉장히 힘들었고, 어쨌든 상처를 마주하는 거는 고통스럽죠. 근데 또 교감하면서 찍어야 되는 것들을 설명드려야 되잖아요.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으니까요. 또 공장은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강하니까 누군가 상처를 보고 찍는 것들을 놀리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잘 안 보이는 곳에서 찍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리고 정말 많은 분들이 산재를 겪으셨으니까, 많은 분들께 연락을 취했는데도 노조랑 같이 대부분 다 거절을 하세요. 병원까지 가서 촬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석근: 제가 몸을 자세히 보다 보니까 몸이 틀어져 있어요. 중심이 틀어져 있거나, 아니면 한쪽이 내려가 있거나, 아니면 어떤 수술 때문에 표정이 치우쳐지거나. 그리고 또 최근에 또 다른 목적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어떤 표정이 계속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왜 자꾸 저 표정을 지으시지 했더니 한 분이 오랫동안 공장에 있으면 표정이 약간 이렇게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공장이 어떤 식으로 상처나 아니면 구조를 바꿔가는지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우리가 더 디테일하게 봐야 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인지가 잘 안 되는 것 같긴 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좀 함께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강재영: 제가 궁금했던 것도 그런 거였던 것 같아요. 이게 드러내기 힘든 부분일 수 있는데 그게 드러났을 때 일어나는 어떤 효과들이 있죠. 아까 잠깐 김은희 작가님이랑 그런 얘기를 했는데, 예술이 사실 예술 그 자체만 할 수 있는 게 이런 생각을 뒤집고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요. 작가님 작업이 그런 작업 중 하나였던 것 같아서 여쭤봤습니다.
오석근: 조합원 분들이 전시를 보러 오셨잖아요, 다양한 반응을 보이셨는데. 김은희 작가 작업에는 상반신만 나와 있으니 다리가 보이게끔 내밀어서 사진을 찍으시기도 하고요. <라이프 밸런스 작업 110초>도 ‘우리는 51.2초야’, ‘짭수 안 나오네’라는 말도 하시고. 상처를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도 다양한 반응을 보이세요. 본인 경험담을 말씀하시면서 농담도 던지시는데, 좀 복잡미묘하더라고요. 되게 슬픈 것도 있고. 그것들이 노동자 문화 안에서는 약간 좀 더 가볍게 소화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저는 재미있는 게, 저희가 1년 동안 활동하다 보니까 서로 바라봐요. 노동자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우리도 노동자를 보면서 거기서 파생되는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판단이 됩니다. 그 결과로서 나온 작품들이 많고, 전시도 아마 그런 형태로 조성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러니까 나의 모형을 보고 저분들도 우리 언어를 보고, 저희도 그분들의 노동을 보고, 교류하는 하나의 장이 되었죠. 그리고 그 부분들을 관객들이 마지막으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걸 많이 느끼게 되네요.
강재영: 우선 세 분께 기초적인 것들을 조금 여쭤봤는데 이번에는 김은희 모더레이터님께 마이크를 넘겨보겠습니다.
김은희: 저희가 공장 안에서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이 밖에 잘 보여지지는 않았었던 것 같아요. 사실 매번 인터뷰도 하고 영상도 찍고 소식지도 만들어서 작게나마 결과물이나 활동은 보여졌겠지만, 저희가 뭐 하는지는 공장 내부적으로도 다 잘 모르셨어요. 전시를 열고 나서 서로 작업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는데요. 그 안에 있었던 얘기들을 작가님들한테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은희: 먼저 민운기 선생님께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여러 도구랑 이미지들을 쭉 수집하셨잖아요. 이미지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게 이미지 아카이브의 성격을 띠고 있는 거죠. 방석 작품처럼 이미지 아카이브가 작품이 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종류의 쓰임새가 있는 사물이 되기도 하는 거잖아요. 이렇게 계속 넘어가는 일련의 과정이 되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문자 기록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에 대한 작가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민운기: 그런 작업 방식과 결과가 대단히 많은 고민 속에서 나온 건 아니에요. 처음에는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요.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가급적이면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을 건드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을 좀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하얀 천을 배경으로 해서 도구들의 특성이나 묘미가 잘 느껴지도록 모아서 정렬해보고 배치하게 된 거죠. 사실은 그것도 처음부터 그렇게 한 건 아니었고, 일일이 밑에 흰 천을 깔고 하나하나 도구를 놓고 사진을 찍고 다시 원위치 시키고 그랬었어요. 그걸 포토샵으로 다 편집해볼까, 뒤쪽 벽에 고정을 해볼까 했는데 공장 안전 지침 관련해서도 좀 어렵겠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어떻게 보면 지금의 방식이 더 낫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좀 들고요. 얼핏 보면 약간 그림 같은 느낌도 좀 받으셨을 거예요. 저희가 일상에서 느끼는 것과는 달리 이런 현장 속에서 이야기를 듣고 체험해보는 것도 남다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결론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제가 느끼는 감각을 같이 공유할 수 있을까 이런 차원에서 이렇게, 저렇게 시도하는 과정 속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그런 방법이자 결과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은희: 저는 민운기 작가님이 어떻게 작업하시는지를 여기서 봤는데요. 소사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수집하러 들어가시면 공장에서 나오시질 않아요. 굉장히 오래 걸리시고. 저희가 이런 작업을 하는 때가 주로 더울 때가 많은데, 과연 선생님 연세에 괜찮으신 걸까라고 생각했었지만 저보다 훨씬 체력이 좋으신 것 같아요.
김은희: 전시를 보러 오신 노동자분들이 민운기 작가님께서 펼쳐놓으신 여러 가지 것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덧붙여 나가시는데, 그 과정도 되게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도구 같은 것도 본인 몸길이에 맞춰서 만드는 것들이거나, 거기에 있는 것들이 사실은 노동자의 신체에 조응해서 자기 공간을 만들려고 했던 것들이라 그런 이야기가 붙여지는 과정들이 되게 재미있었습니다.
김은희: 연결해서, 양정욱 작가님한테도 비슷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아까 관객분들이 작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실제로 관람객분들이 많이 그러세요. 실제로 그런 일이 아주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특히 <빛을 만드는 모양> 앞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시는 것 같아요. 작품과 공간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을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작품을 공간에 거는 게 아니라, 작품이 공간을 다른 방식으로 변화시키거나 다른 종류의 시공간을 만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는 거기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왜냐하면 여기서 아무도 시간을 천천히 살아본 적이 없는데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그래서 작가님께서는 이 공간에서 어떤 것들이 발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을지, 그리고 의도하신 것들 혹은 상상하셨던 것들이 있으신지 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양정욱: 백남준 선생님도 예전에 자서전에 그런 코멘트를 했어요. ‘작업 앞에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더 있게 하고 싶다’라는 코멘트가 있거든요. 저는 원래 그림을 그리다가 조각을 했는데, 움직임 같은 게 추가된 거죠. 그건 사실 사람들에게 조각이 가진 힘을 보여주고자 했던 거였어요. 왜냐하면 조각은 한 군데서 보고, 옆에 와서 보면 달라 보이고, 위치에 따라 계속 변수를 만들어내거든요. 거기에 움직임이나, 빛이나, 소리가 들어가면 변수들이 더 증폭되죠. 그러면 사람들이 그 앞에 서 있게 되고, ‘시간이 꽤 들어 보이는 작업인데,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그런 식의 생각을 이끌어내면서 사람들이 작업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때도 이 생각으로 그렇게 연출을 했고요. 이번 전시도 사실은 그런 부분이 되게 컸어요. 관람객 수도 제한적이고, 아마 여기서 일하시는 직원분들도 많이 들어오실 거고. 저번 주에 어린이집 학부모 설명회 갔는데 거기 학부모님 두 분이 여기 직원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를 보고 반가워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이 이야기도 좀 하고, 전시 관련된 이야기도 하게 되고, 그렇게 계속 연결하는 거죠.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요.
김은희: 이제 오석근 작가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산업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 것에 관한 얘기를 여쭤보고 싶어요. 사진을 찍는 과정이 전시에서 드러나지는 않잖아요. 소사공단 작업 당시에도 사다리를 끝도 없이 높여서 삼각대도 끝도 없이 높은 것들을 사용하시고, 그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다시 내려와서 사다리 옮겨서 설치해서 찍고 반복이었거든요.
오석근: 어떻게 보면 똑같아요. 어떻게 인식하느냐,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에 따르는 것 같아요. 공장을 처음에 들어갔을 때 규모가 굉장하잖아요. 어떻게 찍어도 제가 생각하는 대로 되는 부분이 많지 않으니까요. 소사공단 때는 기계가 없었기 때문에, 공간의 건축을 중심으로 설명해야 되니까 좀 높이 올라갈까 생각했어요. 일반적으로 건축 사진을 찍을 때 소실점이 생기는데 그걸 보정해 주는 게 따로 있거든요. 근데 저는 그게 왜곡이라고 생각해서 공간의 중심에서 현장을 정말 대면하면서, 이 공간을 이해하는 것들을 찍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 4m 높이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근데 문제는 그러면 높은 사다리도 무겁고 삼각대도 무겁고 카메라도 무겁고. 그러니까 저는 사다리를 올라갔다가 자리를 잘못 잡으면 다시 내려와서 삼각대를 먼저 갖다 놓고 사다리를 갖다 놓고 다시 올라오고. 이걸 한 수천 번 한 것 같아요. 그렇게 했더니 그 시점이 너무 편안하고 굉장히 좋은 시점을 만들어 주더라고요. 제가 공간을 해석하는 요소들도 다 나오고. 여기 공장은 복층도 많고 계단도 너무 좁고, 생산 라인 중심은 사람이 다니는 곳이 아니잖아요. 그러면 정말 기계랑 사람이랑 삼각대만 두고 찍는 거예요. 공간적인 측면들, 생산 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시설들, 노동자들 이 시점들이 다 모이기 시작하니까 그런 시점들을 만들어가는 게 좋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정말 수행적으로 찍은 것 같아요.
오석근: 가끔씩은 공장에 있는 시설들이 조금씩 조금씩 없어져요. 사다리를 누군가가 또 가져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어디서 누군가 쓰던 사다리를 갖고 와서 자리를 옮기면서 계속 숨겨놨어요. 촬영할 때마다 ‘여기 안 보이겠지’ 하고 숨겨놓고. 그다음에 계속 동선을 만들면서 촬영한 사진이 굉장히 많아요. 근데 어려워요. 디지털로 촬영하다가 필름으로 촬영해야 되는 순간을 느꼈어요. 그래서 필름하고 비교해서 촬영했더니 정말 큰 차이가 나는 걸 인지하게 됐죠. 공장이 갖고 있는 빛과 색감들, 질감들이 고스란히 담겨야 되는데, 데이터들은 격자형으로 돼 있기 때문에 입체감이 또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공간이 가지는 시간과 색감과 질감들을 잘 담을 수 있는 방식으로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어요. 그다음부터는 또 지옥이 되는 거죠. 볼 수가 없으니까. 저는 진짜 기술적으로 찍어야 되는 거예요. 어쨌든 그런 기능적인 면들, 공간적인 면들, 시간적인 면들을 계속 제 언어로 바꿔가면서 습득해서 공간적으로 찍은 사진들이라고 보시면 돼요.
강재영: 다음으로 동선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김은희: 우선은 생산 과정의 역순으로 가는 게 원칙이었던 것 같아요. 공장의 모든 작업 과정을 볼 수 없으니까, 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틀을 해체함으로써 시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저희 팀이 이전에 소사공단에서 공장을 완전히 해체하는 장면을 봤기 때문에 생긴 감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때 공장이 완전히 해체되어서 기계가 없어지고, 철골도 다 없어져서 빈 땅으로 완전히 가는 모든 과정을 봤는데, 그 과정에 공장을 시작할 때의 모습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이 과정을 거꾸로 가면 그 모습을 찾을 수도 있겠다라는 막연한 기대 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은 아주 치밀하게 의도했지만, 어떤 것들은 이미 공장의 동선에 맞춰져 있어서 저희가 살짝 조응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김은희: 그리고 컨베이어 벨트가 딱 올라선 부분 있잖아요. 그 부분이 자동차에 타이어가 장착되고 내려와서 이동하는 부분인데요. 그 공간에서 전시를 하려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거기서 노동자분들 인터뷰를 많이 했거든요. 노동자분들이 라인 위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과 바깥에서 하는 건 굉장히 달라요. 그 라인 위에 본인이 썼던 도구와 흔적이 다 남아 있기도 하고, 캐비닛에 이름표가 붙어 있기도 하고요. 공장이 멈추고 몇 년 만에 다시 들어가서 그걸 보면서 쏟아내는 이야기는 아주 다른 종류의 결이었고, 그 이야기 속에서 그 시간대로 작업하도록 강제하는 물리적 장치들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거는 아주 다른 종류더라고요.
강재영: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여쭤보고 싶어요. <플랜트 그라피-모터피아> 작업의 설명에 보면 ‘다시점’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요, ‘버드아이뷰’라고도 하죠. 그 시점 안에 여러 구성이 들어있을 것 같은데, 더 이야기해 주실 것이 있을까요?
김은희: 진짜 갑자기 생각났는데요, 이번 전시 동선은 사실 역행이 안 되거든요. 근데 멋진 작품이 있으면 돌아가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잖아요. 근데 관람객분들께도 못 본다고 말씀을 드렸을 때 어떤 분이 ‘이것도 컨베이어 시스템인가요?’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그냥 맞다고 둘러댔거든요. <모터피아>가 다시점을 채택한 이유는 공장이 한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요. 그리고 다시점을 구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사진 때문이었어요. 저희가 작년 12월에 눈이 엄청 많이 온 후에 공장을 찍어보려고 드론을 날려서 사진을 찍었는데요. 이 부지가 너무 크니까 사실 다 안 담겨요. 그래서 한 100장 정도를 이어 붙인 거거든요. 이 뷰에서 볼 수 있는 게 뭐였냐면 맨 위에 엔진 공장이 있고 여기가 차체 공장인데, 이 사진을 찍을 때 지금 여기 인터뷰에 실린 수석지부장과 동행해서 촬영했어요. 여기 복지회관 옥상에서 드론을 날려서 찍었어요. 근데 이분께서 엔진 공장 출신이니까, 여기를 유심히 보시다가 갑자기 ‘나 뭔지 알 것 같다’고 하는 거예요. 보면 여기는 눈이 쌓여 있고 여긴 눈이 없잖아요. 이게 가동 중인 공장만 열기 때문에 눈이 녹은 거예요. 눈이 다 쌓여 있는 곳은 비가동 영역입니다. 이 공장을 조사했던 저희는 이 공간을 알죠. 이분께는 일터였던 거고, 근데 갑자기 그걸 보면서 약간 울컥하신 거예요. 저희가 여기서는 볼 수 없는 시점에서 새로운 뷰를 발견함으로써 전체를 조망하면서도 그 사이에 존재하는 세부적인 부분들을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강재영: 이제 플로어에 계시는 분들이 이 전시를 어떻게 보셨는지도 궁금한데요. 혹시 본인의 감상을 조금 나눠주시거나 질문이 있으신 분은 손을 들어주시면 제가 마이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관객1: 안녕하세요.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배 산업을 공부하고 있어서 되게 많이 와닿더라고요.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굉장히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영어가 많이 들어간 책이라 사람들이 읽기가 힘들어요. 대중들이나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분들이 읽기는 어려우니까 결국 이야기가 넓은 곳에 가지 못하죠. 학술 공동체로만 맴돌게 되고, 그 이상을 넘어가지 못하게 되고요. 질문을 드리자면 투어를 할 때 한국어와 영어로 적힌 표지판들이 같이 있었는데 혹시 이 공장에 외국인 노동자분들도 있으셨나요?
오석근: 예전에 있었어요. 대우 시절에는 해외 공장에서 연수 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공장 내부에 다국어가 쓰여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강재영: 혹시 또 소감을 나눠주시거나 작업을 보시면서 궁금했던 점이 있었던 분 계실까요?
관객2: 생각했던 것보다 되게 인상적인 전시였어요. 저는 약간 무료 견학 수업, 미술 작품 감상 이렇게 생각했는데,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런 설치 작품을 볼 때마다 전시가 끝나고 나서 작품을 어떻게 보관하시는지 궁금했어요. 오늘 본 작품 중에 작은 것들도 있지만 큰 것도 있잖아요. 공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있어야 의미를 지니는 작품도 있잖아요. 이런 걸 사진으로만 남겨두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양정욱: 사실 설치 이후에 작업은 폐기하죠. 돈으로 교환이 안 되니까요. 그래서 미술관 피스가 따로 있고, 전시를 위한 피스가 따로 있고, 설치를 위한 작업물이 따로 있어요. 거래를 위한 작업물이 따로 계산돼서 들어와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만들 때는 ‘저기 멋지다. 저기서 해야겠다’ 이렇게 작업하는 경우도 있고요. 어떤 사람을 타깃으로 어떻게 보여줄지를 미리 생각하고 작업하기도 해요. 지금 제 작업실에도 그런 것들이 설계되어 있고, 근데 이번 작업 같은 경우는 완전 설치물이기 때문에 정말 자유롭게 작업하고 나머지 것들은 그냥 요새는 다 버립니다.
김은희: 접을 수 있는 작업들은 좀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은 사실 크기가 크게 문제되진 않는데 약간 차를 해체한 것들은… 답이 없습니다. 저희가 GM에서 지원을 받은 거기 때문에 이걸 이후에 어떻게 해야 될까, 이 해체된 상태로 둬야 될까, 다시 조립해서 타고 다니자, 이런 얘기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김은희: 그리고 그 외에도 공간 자체를 작품화한 것들이 있기도 해서, 처음 전시를 준비할 때부터 아니면 공장에 처음 왔을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저희는 작품으로 공장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이 공장의 이런 구조와 공간과 이 짜임새를 저희 기술력 같은 걸로는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공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방식으로 우리가 조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물어보세요. 이거는 저희가 1년 동안 여기서 작업한 모든 과정이면서 이 공장의 사회 전체적인 상황과도 연결되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가야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아직 답을 못 찾았습니다.
강재영: 네, 혹시 다른 작가님들 중에 더 말씀하고 싶은 분 계실까요?
오석근: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을 남겨야 되겠죠. 일단 책을 낼 예정이고, 상황이 계속 급변하니까 전략을 세워야 할 것 같고요. 사실 이번 전시도 못 열 뻔했거든요.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던 거고, 기록도 마찬가지로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진행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최선의 상황에서 최선의 솔루션을 내야 되겠죠. 지켜봐 주시면 돼요.
관객3: 제가 2001년도에 파업하고 진압되기 직전에 20대였는데, 한 14년 만에 다시 오니까 감회가 새롭고요. 노동자들을 먼저 내보내고 그 뒤에 계속 파업 투쟁과 한국 성장의 상황들을 들었었는데요. 사실 저희 청춘의 한 자랑인데, 저는 경주 울산 쪽에서 자라서 현대 재단 학교를 가고, 조선소하고 자동차 관련 시설에 견학도 가고 했었어요. 배랑 자동차를 진짜 사람 손으로 다 조립하던 당시에, 그 광경들이, 어린 시절이었지만 가슴에 남았죠. 조선소 가보시면 정말 기가 막히실 거예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근대의 어떤 세트장 같은 건데… 어쨌든 저는 이 공장을 예술가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이런 것들이 너무 궁금했어요. 왜냐하면 조선소는 안에 있는 덩어리가 엄청 큰데 자동차는 부품이 엄청 많은 거예요. 자동차랑 배가 모두 한국 근대 사회 중공업의 두 축인데, 각 공장이 돌아가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저는 너무 즐거웠고 엄청 위로가 됐어요. 그래서 저도 아이들이 커서 다 결혼하고, 가족들에게까지도 다 위로가 되는 기억을 만들어 주셔서, 다시 공장에 한 번 들어와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관객4: 저도 전시 보면서 노동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이 건물들이 다 어떻게 사라진 거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왔는데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전달해 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맨 처음에 노조 분들께서 작가분들을 초대할 때 어떤 마음과 의도로 초대하셨는지, 그리고 이 많은 인터뷰를 해 주신 노동자분들께서 이 공장에 대해 앞으로 원하는 방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을 것 같아요. 그게 이 전시 주제하고도 맞물리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궁금합니다.
김은희: 일단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저희는 초대를 받지 않았어요. 이 공장에 들어온 과정을 조금 말씀드리자면, 물론 여기 공장에서 퇴임하신 분들이 이 공장을 기록하고자 하는 어떤 문제의식이나 열망이 이미 있었어요. 그런데 공장이라는 곳이 ‘저희가 여기서 기록할래요, 합시다’ 이렇게 해서 되는 곳이 아니더라고요. 왜냐하면 일단 저희가 어떤 존재들인지, 뭘 할 건지 가시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가능했는데 소사공단 작업을 보시고 이해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했던 건 뭐였냐면, 아까 세월천 보셨잖아요. 세월천이 굴포천하고 연결되는데, 지금 굴포천을 생태하천화하는 활동이 몇 년에 걸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여기는 굴포천의 상류예요. 그러니까 사실은 여기도 생태하천화가 되어야 굴포천이 생태하천이 되는 건데, 여기는 회사 안에 있다 보니까 작업이 어렵잖아요. 그래서 그거를 좀 해보자고 지역에 제안하면서 노조에서 지금 이 공간에서 토론회를 열었고, 제가 왔었어요. 토론회가 유일하게 이 공장에 들어올 수 있는 때였으니까. 와서 명함 드리고, 저희가 브리핑할 수 있는 기회를 부탁드려서 3일 후에 브리핑을 했어요. 그 브리핑을 하고 나서 이 프로젝트가 가능해졌어요. 그전에 저희도 이미 이 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나 준비는 다 하고 있었고요. 부평구문화재단에서 예산을 준비해 주셔서 같이 진행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공장의 리듬에 맞춰서 상당히 오랜 기간 생활했어요.
김은희: 여기는 아침 오전조가 7시에 작업을 시작하세요. 그리고 오후에 3시 40분에 일이 끝납니다. 그러니까 저희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이긴 했죠. 저희가 오전 10~11시에 회의를 하거나 하면 이 공장에서는 회의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왜냐하면 점심시간이 11시니까, 10시에 만나면 11시까지 1시간밖에 안 남잖아요. 저희가 이 공장 일정에 맞추는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저희도 강제로 새벽 기상을 하면서 기상 시간이 엄청 빨라졌어요. 공장에 8시에는 와야 일을 할 수 있더라고요. 3시 40분에서 4시 넘어갈 때는 조가 바뀌잖아요. 언제는 주간조 근무하시고 언제는 야간조 근무를 하시기도 해요. 그러니까 그냥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그 리듬에 맞춰서 생활하고 노동자분들이 있을 때 작업을 하다 보니까, 보게 되는 일상의 모습들이 저희한테 ‘이렇게 하면 말을 걸 수 있구나’라는 걸 알게 해준 것 같아요.
오석근: 노조 분들이 건강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어요. 저희도 편견을 많이 가질 수 있잖아요. 근데 저희가 만났던 노조 분들은 건강한 말씀들을 많이 하셨어요. 같이 목표나 철학을 공유할 수 있게 됐던 거죠. 아카이빙의 중요성도 이미 알고 계셨고, 마침 노조가 모아놓은 다른 아카이브도 있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깜짝 놀랐어요. 저희가 발표를 했을 때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요. 저희가 계속 ‘이런 방향으로 할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할 것이다, 이것들이 필요하다’ 생각하면 노조는 믿고서 계속 지원을 해줬죠. 예산 마련도 해 주시고, 덕분에 이런 것들이 가능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걸 이렇게 얘기를 해요. 열릴 수 없는 시공간이 잠깐 열렸구나. 그리고 GM이 외국 기업이기 때문에, 현대와는 다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틈새 속에서 발생했던 잠깐의 순간들로 우리가 여기 있고, 기록하고, 전시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게 아닐까 합니다.
김은희: 제가 소사공단에서 작업할 때 먼지 빼내는 작업을 주로 했었는데요. 이것도 성실히 하면 좋아하시더라고요. 현장에 나가서 성실한 게, 비생산적인 영역이더라도, ‘되게 의미 있다’, ‘너 열심히 하는구나’ 이렇게 인정을 해 주셨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몸으로 어떤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세계관은 그 안에서 형성이 된다는 생각이 들고요. 저희가 어떻게 작업할 건지 미리 보여주지 않아도 작업하는 태도가 아마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석근: 맞아요. 그래서 사다리를 들고 올라가서 사진 찍는 것도 다 보셨어요. 아까도 계셨어요. 전시장에 작업복 입고 계셨던 분이 1년 동안 저희 불을 켜 주시거나 설명해 주셨던 분이에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오래 찍냐’고 하기도 하셨는데, 차츰 사진을 찍고 결과물을 보여드리니까 이런 노동의 가치들을 이해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어떤 식으로 고민하고 생산하는지를 옆에서 보고, 김은희 작가님 그림도 보면서 평가를 하시고. 나중에는 점점 자기 언어로 말씀하세요. 이 건축물이 좋은 이유나, 아카이브의 중요성, 아카이브를 통해서 내가 뭘 깨달았는지까지도 말씀하세요.
오석근: 한 노동자분은 양정욱 작가님한테 엄청 영감을 받으신 분도 계세요. ‘나는 양정욱 작가의 제자가 되겠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작품 재료가 본인들이 쓰던 도구들하고 비슷하잖아요. 이런 지점들에서 긍정적인 충돌이 엄청 많이 일어났어요. 조합원 교육할 때 ‘불꽃은 왜 이렇게 느린 거야, 이렇게 하면 좋겠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지만 정말 자기네 기술로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이런 반응을 통해서 정감이 쌓이기도 하고 동기부여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생산 노동이라는 행위를 서로 보면서 배워가는 게 굉장히 많았고, 이해하는 부분도 많아서 거기서 파생됐던 게 참 아름답고 좋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정욱 작가님 작품을 보고 설치해 놓은 작품도 있어요. 곳곳에 있어요. 한 3점 돼요.
김은희: 이거는 노동자분들과의 상호작용은 아닐 수 있지만, 공장에서 작업하려면 이 공간들을 걸어 다닐 수 있어야 되더라고요. 그 걸어 다닐 수 있는 신체를 저희 스스로 만드는 것도 되게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오석근: 저는 양정욱 작가님이 미래에도 노동자분들과 함께 작업을 확장해 나가실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한데요.
양정욱: 네, 있고요. 저는 미술 영역 안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좁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외부 회사들과 협업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일을 해보면서 좀 더 큰 규모의 영향력 있는 연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이야기들이 밖으로 더 많이 나가려면 파워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연출이나 기획에도 참여해보고 싶고 예산도 많이 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굿즈도 많이 만들고요. 그걸로 우리가 자생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해요. 저는 기본적으로 지원받아서 하는 형태의 창작물이 좀 좋지 않다고 봐요. 자생해서 내 힘으로 뭔가를 보여주는 게 어느 정도 지분은 있어야 조금 더 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다음에는 자생 사업을 준비해서 강력한 뭔가를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5: 경인콜렉티브의 다음 계획이 궁금합니다.
김은희: 저희가 지금 이 이상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전시에서 보여드린 거는 한 20% 정도라고 생각해요. 확장하거나 책으로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준비를 하고 있고, 영화 작업을 좀 해야 되겠다고도 생각하고 있고. 되게 하고 싶은 작업은, 지금 저희가 차체 공장에 전시를 했는데 엔진 공장이랑 고도장 공장도 멈춰 있거든요. 그리고 그 안에는 어마어마한 또 다른 종류의 설비들이 있고. 저는 이걸 양정욱 작가님이 아주 잔뜩 무엇인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양정욱: 엔진을 우리가 왜 봐야 되는가, 엔진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일반적으로 어떤 것하고 연결되는가 이런 식으로 해서 끌어당겨서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관객들이 더 많이 함께해야 할 것 같아요.
오석근: 사실 전시를 여는 것도 힘들었고, 안전 문제가 있기 때문에 관람객을 많이 받을 수가 없었어요.
김은희: 지금 또 사회·정치적 상황이 마땅치가 않습니다, 당장의 상황이.
강재영: 한국 GM이 지금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 상당히 좀 어둡죠. 사실은 단지 전시를 멈추는 게 아니라 공장이 멈출 수 있는 상황을 앞두고 있는 게 사실이죠. 이제 거의 마무리해야 될 시간이 되는 것 같은데요. 작가님들끼리 마지막으로 더 나누고 싶은 얘기들이 있다면 그것들을 좀 나눠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리 정승현 ggubbyu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