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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멈추고 감각이 깨어나는 곳, 간츠펠트

박지나

시선이 멈추고 감각이 깨어나는 곳, 간츠펠트


  예술은 과연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가. 근대 이후 미술은 관람객이 작품과 일정한 거리룰 유지하며 시각을 중심으로 관찰하고 감상하고 사유하는 구조 속에서 발전하며 존재했다. 회화는 평면 위 이미지, 조각은 좌대 위 오브제로 동공 속에 포착 되었으며 미술관이라는 전통적 관람 공간 역시 이러한 시각 위주의 감상 구조를 자연스럽게 굳혀왔다. 이와 같은 구조 내부에서 예술은 언제나 해석의 대상이며 관객은 그것을 읽어내는 외부자로 존재했다.



James Turrell, <Ganzfeld>, 2013, 빛 설치, 뮤지엄 산

  그러나 제임스 터렐의 ‘간츠펠트’ 앞에서 기존의 구조는 무너진다. 멀리서는 단순히 회화로 보이던 작품은 그 내부로 진입하는 순간 관객을 공간 속으로 편입시키며 예술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직접 겪는 사건’으로 바꾸어 버린다. 다시 말해 이것은 관객이 거리를 유지하며 보는 순간에는 일종의 회화로 기능하다 그 경계를 넘는 순간 기존의 체제를 파괴하며 작품 내부에 관객을 포함시키며 공존하게 한다.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마주한 건 지난 가을 원주여행을 하며 방문한 뮤지엄 산에서다. 그 곳은 총 다섯점의 작품을 보유중이며 자체적 관람이 아닌 큐레이터와의 동행하에 작품을 보게되고 이 곳에서 내부촬영 또한 허용되지 않는다. 다시금 돌이켜보니 이러한 제한들은 작품이 지닌 특수성 때문이고 이를 온전한 경험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였던 듯 하다. 작가는 기존의 전통의 예술과는 상이한 ‘빛’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통제하고 유도하며 시각적 착각과 인지 상태의 변화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기억에 남는 것은 ‘간츠펠트’라는 작품이다. 광활한 방에 들어가면 벽에 길게 벤치가 있고 그 앞에 계단 그리고 벽에는 마치 빔프로젝터를 쏜 듯한 넓은 스크린 같은 평면이 존재한다. 벤치에 앉아 마치 색면회화와도 같은 그 벽을 바라보며 작품의 설명을 듣는다. 그러나 그 스크린은 단순한 평면이 아니다. 작품을 설명하던 큐레이터가 계단을 올라 평면으로 보이는 공간의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눈앞에 존재하던 현실이 파괴되고 새로이 구성된다. 순식간에 내가 믿던 평면은 산산히 부서지고 무한의 영역이 새로이 나타나는 것이다. 마치 이차원의 세계에서 삼차원의 세계로 변모하는 듯하다.

  이 새로운 경험은 회화가 오랫동안 집착해 온 평면 속 입체의 존재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과거 회화는 이차원의 캔버스를 어떻게 하면 삼차원의 공간처럼 보이게 할지에 대해 연구하며 발전해왔다. 간츠펠트는 그림 없는 회화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곳은 외부에서 보았을 때 공간으로 인식되지 않으며 그 깊이감 또한 느껴지지 않는다. 스스로 그 안에 들어서야만 이곳이 삼차원의 세계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즉 작가는 입체 공간 안에 평면을 만들어냈다. 회화가 오랜기간 동안 집착하던 평면 속 입체 공간의 구현을 완전히 뒤집어서 설명했다고도 할 수 있다. 공간을 평면으로 구현해 낸 것이다. 그리고 이는 회화처럼 색채로 인식 되지만 조각처럼 공간을 점유해야 하고 설치와 같이 관객에게 다가와 예술의 경계 자체를 허문다. 따라서 이 작품은 전통의 구조 속에서 규범 짓기 어렵다. 특정한 조건을 재현했을 때 성립하는 경험의 환경이며 작품의 실체는 그 공간들을 구성하는 것들이 아닌 그 안에서 발생하는 관객의 인지상태이기 때문이다. 

  간츠펠트는 관객을 더 이상 작품의 외부에 두지 않는다. 시작은 기존과 동일한 전통적 관람자의 위치이지만, 스스로 계단을 올라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그 위치는 붕괴한다. 색으로 가득찬 스크린은 더 이상 시각적 대상이 아닌 관객을 집어삼키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관람자는 작품의 구성요건 속에서 물리적으로 내부로 들어선다. 그곳은 이미지도 상징도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관객이 들어섬으로써 발생하는 지각의 변화만이 있다. 

  이는 관객에게 예술을 다시금 질문한다. 관람자는 단순히 작품과 거리를 유지하며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 그 안에 들어가 이 사건을 어떻게 인식하며 사유한다. 자 이제 당신에게 묻겠다 예술은 과연 그저 보는 것으로 충분한가?



박지나 wlskjicqc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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