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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자바라 모텔

이석주

몇 년 전 아는 분의 소개로 나는 우연히 북한강변에 작업실을 갖게 되었다. 도시의 콘크리트속에서 살아온 나에게는 앞산과 강물, 하늘과 바람 등이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것을 더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나름대로 삶의 질을 조금 바꾸어 놓은 것 같다. 도시의 복잡함을 뒤로 두고 강변을 따라 여유로운 운전을 하다보면 어김없이 카페, 모텔, 음식점들을 만나게 된다. 경춘선 철길을 가로질러 작업실 입구로 들어서면 정면에 나란히 붙어있는 두 모텔이 있는데, 이들은 서로가 경쟁이 되어 수시로 내부수리를 하며 때로는 낯 뜨거운 희한한 현수막을 걸기도 하는데 그 중 한 모텔의 이름이 자바라이다.




<사교적이지 못한 나는 평소 작업실에 찾아오는 손님도 뜸한 편인데 어느날 반가운 친구 둘이 찾아왔다. 대충 알려준 위치로 어렵게 찾아온 이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상호가 특이하고 재미있는 것 같다는 이 모텔의 이름은 무슨 뜻일까 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손님을 잡아라라는 뜻인 것 같다하고 또 한 사람은 러브호텔인 만큼 어디 한번 잠을 자 봐라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남은 친구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자! 봐라!하고 외치며 노출주의자 인양 윗도리를 뒤로 재키는게 아닌가. 우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맞다! 그것은 예술이다하면서 박장대소를 하였다.
자바라라는 한 단어를 가지고 나와 한 친구는 주인 입장에서 영업적인 요소를 생각하고 손님을 잡아라
와 잠을 자 바라 그러면 알 것이다라는 다소 현실적인 발상이었는데, 다른 사람의 자! 보아라는 손님입장에서 다소 자학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인간적인 외침으로 들였다.

어떤 한 대상을 두고 개개인이 생각하는 것이 같은 이미지로 나타날 수도 있고 어떤때에는 전혀 다른 엉뚱한 이미지로 나타 날 수도 있다. 물론 객관적인 실체의 본질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지만, 우리의 삶은 수많은 일류전 속에서 상상의 이미지가 존재하므로 관념과 습관의 두터운 옷을 벗어던질 때 나오는 자유로운 발상자체가 예술의 한 부분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한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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