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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자연과 여인 예찬

김일해

누가 내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자연의 풍경과 여인의 누-드라고”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여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극치의 세련미와 화려함을 자랑해도 사례의 변화무쌍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따를 수 없을 것이고, 어떤 보석이 그 빛남을 자랑해도 신의 걸작품 같은 여체의 신비를 따를수 없을 것이다.

30년 가까이 자연과 여인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왔지만 아직도 나는 그 대상이 지닌 신비한 마력과 황홀한 교감을 체감하지 못한 듯한 생각이 든다. 봄날의 자연속 그 생명들이 새롭게 부활하고, 잎되고 꽃피는 섭리를 보면 의경스러울 만큼 신비감에 젖는다. 그래서 봄은 실의에 젖은 현대인에게 희망과 꿈을 되찾게 하는 재기의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





성숙한 절정기와 할 수 있는 여름은 인간에게 열정의 힘을 느끼게 하고 또 갖게 한다. 자연의 생명 자체가 활짝피어 가장 역동적인 계절 그 신비함과 격렬함이 어우러진 이 계절은 처진 어깨에 힘을 주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역동의 역할을 한다. 산은 산대로 힘차게 푸르고 바다는 바다대로 무량하게 깊은 그 여름. 힘찬 것의 아름다움을 절로 느끼게 한다. 그리고 떨어지는 낙엽 하나에도 우수를 느끼게 되는 가을, 어디를 둘러보아도 산은 산대로 붉게 타고, 바다에 지는 낙조 또한 아련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그 가을의 정취는 다 똑같다.

‘가득참과 비어있음’의 풍경은 다 마찬가지다. 열매 맺은 거두어 들이고 그러다간 다 비어버리는 가을의 모습은 큰 의미의 이별무대와도 같다. 그래서 나는 가을에 모든 것들과 이별한다. 꿈이 많을수록, 향수가 진할수록, 그리움이 클수록, 기다림이 넓을수록 나는 그것들과 이별한다. 그래서 내 가을풍경들은 쓸쓸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쓸쓸함 속에는 내가 이별한 모든 것들이 숨어있다. 그리운 이에 대한 나의 노래와 유년의 고향에 대한 추억과 보헤미안 같은 내 시정이 숨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쓸쓸한 겨울을 만나게 된다. <적막과 황량만이 가득한 겨울을 사람들은 움츠리며 도망치지만 나는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설원을 굳이 말할 필요없이 겨울이 얼마나 여백과 순수의 아름다움을 지닌 계절인가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둔주곡처럼 가슴 밑바닥을 휩쓸고 지나가는 겨울 바람의 깊은 정각을 느낄 수 없다면 그는 진정한 자연주의 화가라고 할 수 없다. 겨울의 숨은 매력을 모르고서 겨울의 아름다움을 어찌 표현해 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자연은 내 그림의 모델이자 교과서 이기도 하다.

자연과 애인! 내 필생 작업의 이 두가지 대상은 나를 매료시키는 만큼 고뇌하게 하고 좌절하게 하고 열랑시키면서 내 생의 걸음과 동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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