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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쇼스타코비치의 「월츠」

전준엽






하루종일 아침 나절에 들었던 선율이 입가에 맴돈다. 애잔한 멜로디에 친근한 리듬. 마치 우리나라의 뽕짝과도 같은 애조띤 음악. 분명 러시아 작곡가의 음악이다.
이 곡을 들을 때면 언제나 철지난 바닷가의 을씨년스런 풍경이나 유랑생활에 지친 집시들의 천막 또는 가보지도 못한 동구권-루마니아나, 불가리아-시골 풍경이 떠오르곤 한다.
몇 년 전에 보았던 동구권 감독의 영화「집시의 시간」에 배경 음악으로 쓰였고, 우리나라 영화 「텔미썸싱」에도 쓰였던 음악이다. 필자는 이 곡이 좋아서 핸드폰 벨소리로까지 다운받아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이 탓이겠지. 최근 들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분명히 내용이나 느낌은 알고 있는데도 제목이 생각나질 않는다. 어떤 때는 가까운 사람의 전화번호나 심지어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개념보다는 느낌이나 깨달음으로 세상일을 이해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서 일까? 젊은 시절에는 개념만으로 모든 것을 안다고 자신하던 때도 있었다. 내 느낌이나 깨달음이 아니라 남들이 정리해놓은 내용을 줄줄 외워 마치 내가 그것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 양 떠들고 다니던 때가 많았다.
우리 현대미술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느낌이나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미술보다는 서양에서 정리해 놓은 이론과 그에 따른 느낌을 빌어와 20세기 한국미술을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20세기를 수놓은 한국현대미술사에는 우리의 미학이나 우리의 조형의식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생각을 담아낸 작품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공식적 한국미술사의 주류에서는 늘 소외되어 왔다.
이제는 자신의 느낌이나 깨달음으로 세상일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미술언어로 담아내야 할 때다.
저녁이 되어서야 아침나절에 들었던 음악의 제목이 생각났다. 쇼스타코비치의 재즈모음곡 중 「월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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