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69)시각과 민족성

정택영

파리의 드골 공항-세계 도처에서 파리와 그곳에 세워진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 출국을 위한 보안검색대는 장사진을 이룬다.‘ 파리 드골 공항’배너 바로 밑에 대형 평각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멀리서 보아도 우리나라 첨단 전자회사의 로고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모든 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 대형 모니터로 향하게 되어있다. 야수파 블라맹크 전시와 모나코 해양박물관을 소개하는 웹사이트 동영상과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에 의한 엔솔로지, 조각의 거장 세자르 전시에 관한 안내가 자막과 함께 끊임없이 소개되고 있다. 아주 편안하고 진지하게 모니터의 정보를 즐기고 있었다.
동쪽으로 12시간을 날아 도착한 한국의 입국장-입국 심사장 대기선에서 시야에 꽂힌 것은 드골 공항에서 보았던 바로 그 우리나라 회사 메이커의 대형 모니터였는데 동영상의 속도부터가 달랐다. 섬광처럼 번뜩이고 헐리우드 액션영화를 방불케 하는 매끄러운 몸매와 촌각의 동작들로 핸드폰 선전, 포털 사이트 선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심사가 끝나고 공항 터미널을 빠져나가기 바로 직전까지도 대형 모니터는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고 끊임없이 사건 사고 방송을 전하는 고조된 목소리의 리포터 목소리가 공항의 대기를 점령하고 있었다.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강조할 일이 아님을 잘 안다. 인간이 지닌 오감 중 시각이 차지하는 감각은 83% 정도 된다. 보여지는 것에 의해 우리의 정신이 고양되고 민심이 굳어진다. 군중의 마음은 매일 보는 것들에 의해 알게 모르게 아주 조금씩 여물어 가고 문화가 경작되어 가는 것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외경심과 호기심을 통해 생각하며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눈을 통해 보는 것들이 얼마나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지는 별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는 듯 하다.





예술의 생산자나 그 예술가 단체들을 치정하는 관계자나 이제는 좀 더 성숙된 모습으로 글로벌 사고로 숙고하여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해 우리의 공항 모니터에도 끊임없이 전시 소개와 미술관과 박물관, 미술 전문지의 존재도 알리고 좀 더 차분한 프로그램의 연구로 편집한 내용의 방영은 할 수 없을까? 공항을 저 멀리하며 나 스스로와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하여, 우리 정신 속에 자리잡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를!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