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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현대미술의 유산

권여현






첫 발견자에게 광활한 밀림속에 보호색으로 숨어있던 앙코르 왓의 첫 인상은 신비를 넘어선 외경이었을 것이다.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감동 그 차체였다. 나는 다시 앙코르 왓을 찾았다. 앵콜을 외치는 연주회에서처럼 앵콜 앙코르 왓을 외치면서 말이다. 그러나 두 번째 보는 앙코르 왓은 보는 시각이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언제나 느끼는 유적의 경이로움은 이제 그 자체의 모습보다 주변의 풍경으로 나의 관심이 전이 되는 것을 느꼈는데 side scape 의 매력 때문이었음이 분명하다. 크메르의 후예들은 그의 유산과 선조의 영광을 어디로 날려 보냈을까?
그들의 영광을 한낫 구경거리(?)로 전락시켜버린 후손들은 지금 고대의 유산에 감동된 나에게 1달러를 구걸하면서 나의 감정을 교묘하게 흐트러 놓는다. 그들의 불안정한 시선은 순간적으로 시공을 이동하는 나의 의식이 비슷한 코드를 찾게 만든다.
고갱의 아들은 자신이 ‘나는 고갱의 아들입니다. 나와 사진을 찍고 돈을 주시오.’ 라고 외치며 살았고, 헤밍웨이의 아들은 아버지에게 늘 무시를 당하다가 노년에 성전환 수술을 하고 과다노출로 체포되어 감옥에서 재판직전에 죽었고, 에디슨의 아들은 아버지의 발명을 이름 팔아 사기죄로 기소되었고, 처칠의 아들은 방탕한 망나니가 되었으며, 루소의 다섯 아이들은 고아원에 보내졌다.
앙코르 왓의 후예와 위인들의 후예와 위대한 현대미술의 후예인 우리와 비슷하게 말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인가? 현대미술은 우리에게 위대한 유산을 물려주었다. 그 유산은 너무나 벅차고 넘쳐서 이젠 더 이상의 미술이 없을 정도이다. 현대미술은 다양한 장르와 자유를 우리에게 넘겼다. 현대미술의 총아인 디지털기술은 자기를 복제하는 차원을 넘어서 변종, 잡종까지 탄생시키는 과정을 되풀이 하고, 미술의 매카니즘이 작가를 압도하고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우리의 정신성은 조롱당하고, 순수한 예술혼은 넝마로 변했다.
깨어진 금기는 판도라의 상자가 되었다. 미술을 하는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이 유산으로, 짐으로 주어졌다. 현대미술의 유산을 우리는 앙코르 왓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앵콜 앙코르 왓으로 만들 것인가? 무너진 앙코르 왓의 자존심 돌덩이 사이에 서서 나는 우리자신의 어깨위에 현대미술의 무게를 놓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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