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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일 상

황학수

4월 개인전 이후 곧바로 작업을 시작해 다시 50점의 작품을 끝내고 이제 여행을 떠날까 한다. 지금까지의 작업하고는 다른 종이 위에 다양한 표현과 마티엘 구사한 작업들이다. 유난히 무덥고 비가 많이 내린 지난 여름, 화실에서의 작업은 퍽이나 진지했다.

무엇때문에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것인가!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즐겁거나 좋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기에 지금도 화실 가는 길이 편치 않다. 이제는 너무도 친숙한 남한강 풍경을 바라보며 화실 가는 길이 행복할 수도 있겠으나 그 목적지가 화실이라는 사실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그래서 항상 갈등이다.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날까? 그러면서도 도착하는 곳은 화실이다. 늘 와야만 하는 곳!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아니 그림이 아닌 내가 나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올 수 밖에 없음이다.





작업을 준비하고 구상을 가다듬고 그려야 할 내용에 대해 생각하고 그러다 붓을 놓다 한숨 가득 밀려오고, 한없이 작아지고… 답답함에 밖에 나가 하늘을 보다 풀 뜯다가 마음 가다듬어 다시 흰 종이 위를 내려다보는 내 자신. 무엇 때문에 이러한 날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것인지, 그림 한 점을 그린다는 것이 삶에 있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하지만 이미 흰 종이는 수 없는 선과 마티엘 그리고 형태로 채워지고 있다. 이렇게 그릴 수 밖에 없음은 삶에 대한 애착인가, 사랑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운명인가. 그린다는 행위를 통해 나를 만나고 세상을 만나고, 삶과 친숙해지고…

그림을 위한 그림이 아니길 늘 바라고 나에게 다가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아픈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더도 덜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언제나 다가갈 수 있음이다. 내가 나에게 다가갈 수 있음은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그릴 때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떠날 수 밖에 없는 나를 나는 바라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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