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72)북한미술품에 대한 소고

프란스 브뢰르센


선우영, <금강산 천녀봉>, 2006, 177 × 246 cm, 사진: 스프링타임예술재단.

북한미술품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구소련을 방문했을 때의 일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미술을 포함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미비한 폐쇄적인 나라에 깊은 매력을 느껴왔다. 1989년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당시 문화부장관을 만나게 되었을 때 그는 미술품을 다루는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는 자신이 예전에 세계문화계에서 가졌던 높은 지위 덕분에 쉽게 유명한 러시아 화가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내 첫 번째 러시아미술품은 그를 통해 얻었다. 1991년까지만 해도 러시아 유명작가들의 작품은 구입하기에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당시 소더비와 크리스티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미술품을 다룰 수 있는지 알아보았지만 러시아미술품에 대한 컬렉터가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겨우 2년이 지난 후 러시아미술품은 호황을 맞이했다. 1990년에는 아이바좁스키, 레핀, 레비탄 등과 같은 유명한 러시아 화가들의 작품가격은 대략 15,000달러에서 20,000달러 정도였지만 5년 사이 열 배가 올랐다. 세계미술계가 러시아미술을 발견했던 것이다. 

2003년 새로운 도전으로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으로 향했다. 비록 북한의 미술을 한번도 본 적은 없었지만 2,300만 명이 사는 나라 안에 반드시 우수한 작품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의 일상에 관한 사실적인 재현이나 정부와 정부정책을 지지하는 당원의 모습과 같은 프롤레타리안 미술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공산주의 이념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방문 이후 찾고자 하던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그러한 정치적 이념과 관련되지 않은 작품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북한화가들은 전통적인 길을 따른다. 그 부분이 바로 우리에게 낯설음을 주며, 그 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작업의 한 부분이다. 북한작가들은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자연의 기원을 자연과의 명상적인 관계를 상징함으로써 표현하고자 한다. 붓질에 의해 생성되는 선(線)은 생동적인 패턴과 음악적 요소와 함께 회화성을 구현한다. 이는 선을 회화의 핵심요소로 여긴 중국 전통회화의 영향을 받게 된 한국미술의 역사이기도 하다. 한 번의 붓질로 정물을 그리는 정창모는 유명한 북한화가들 중 한 명으로 그의 작업에서는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다. 정물의 크고 작음은 조화에 관한 전통적이고 철학적인 패러다임을 상징한다. 정창모는 2010년에 80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베이징국제미술전람회에서 2005년에 금상을 수상한 유명 북한화가 선우영은 심장마비로 평양의 한 전철 안에서 2009년에 6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유럽과 중국의 컬렉터들은 뛰어난 북한미술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북한미술품의 주요시장은 중국으로, 그 곳에서 컬렉터들이 양질의 작품들을 구입하고 있다. 남북이 통일될 경우, 북한미술시장의 발전 동향은 구소련의 경우를 따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 프란스 브뢰르센(Frans Broersen, 네덜란드 1951- ) 미술품수집가. 1989년 구소련시절부터 40여 차례 미술품 구입을 위해 러시아 방문, 2005년 북한문화부 초청으로 북한미술품 구입 시작, 2008년 리투아니아에서 북한미술전 개최, 2015년 경기도 킨텍스에서 ‘유럽에서 들려주는 북한미술전’ 개최.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