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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한국현대미술 해외진출 60년 1950-2010

최열

한국현대미술 해외진출 60년 1950-2010

_ 국제화의 염원과 희망의 기혹, 교류사의 지도



일제 식민지를 겪으면서 해외와 교류할 주체인 정부, 국가가 없다보니 문물의 수출과 수입이 불가능했다. 개인의 의지와 열정으로 그것도 소수가 해외에 진출한다고 해도 국가규모에는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수입이란 것도 식민지를 경영하는 제국의 구상과 의도에 일치하는 부문만이 이뤄질 수 밖에 없으니 이 또한 왜곡과 편중으로 일관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형편은 해방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해외 교류의 정상화는 6.25전쟁을 겪고 나서 이뤄졌고 진출의 최초는 런던 테이트갤러리에서 열린 국제조각콩쿨이었다. 출품의뢰를 받은 정부는 당대의 조각가 윤효중, 김경승 그리고 김종영, 김세중을 참가시켰다. 정부수립 이후 20세기 들어 최초로 이루어진 미술의 해외진출이었다. 그로부터 시작한 진출은 당시 모든 미술가들에게 염원이었고, 희망이었다.


지난 해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주최한 ‘한국현대미술의 해외진출-전개와 위상전ʼ은 그 염원과 희망의 기록이다. 수집, 진열해 놓은 전시 도록이며, 벽보, 잡지와 단행본, 온갖 보도 기사들은 진출의 뜨거운 열정을 수놓은 열매들이다. 1950년대, 전후 황폐한 시절, 생계가 불안한 처지에서도 해외진출의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았다. 해외 진출은 이 시절 미술가들에게 오직 하나의 미래였다. 전시장에 붙어 있는 그 숱한 자료들 사이에 보이는 작가와 작품, 전시 이름 하나하나가 전후 한국현대미술가들의 열망을 아로새긴 감동의 대하 서사시요, 또한 그 시절 미술의 가난한 초상이다. 이러한 기록을 전시로만 그친다면 기록을 소중히 여기고 있고 또 기록을 해 나가고 있는 ‘미술자료ʼ 박물관일 수 없을 것이라는 그런 어리석은 우려를 『한국현대미술 해외진출 60년 1950-2010』이란 제목의 책으로 깨끗이 씻어내고 말았다. 그저 소략하게 담아낸 도록이 아니다. 방대한 자료집이자 땀방울 어린 정성을 가득 담은 대규모 단행본이다.



책은 단행본, 국제전, 해외전, 포스터 그리고 보도기사를 모은 주요자료편이 무려 125쪽이다. 이어 국제전, 해외전 연표와 해외전 잡지기사가 211쪽까지 자리 잡고 있고 또한 해외진출의 성과를 주제로 삼은 설문조사와 더불어 ‘해외진출의 전략과 방법ʼ을 주제로 하는 이론가와 작가의 글에 이어 지난 해 6월 3일, 전시를 계기로 개최한 ‘한국현대미술의 해외진출, 그 현장과 과제ʼ란 제하의 연계 세미나 전문 그리고 끝으로 전시를 소재로 삼은 전시리뷰에 이르기까지 그 다양한 기획과 알찬 구성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그저 도판만 배열하지 않고 해당 도판에 관련한 정보를 충실하게 해설한 설명과 함께 특별히 김달진이 정리한 해외진출 60년사까지 보고 읽을거리가 즐비하다.


해외미술 국내 진입 전시를 기대

전후 현대미술사에서 한국은 식민지를 막 벗어났고 또한 전쟁과 분단으로 낙후한 후진국가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처지에서 미술인만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선진국가를 동경하고, 진출해 배워오는 일은 공동체 자체를 위한 행위였다. 선진문명의 수입은 앉아서 받는 수동형 보다는 바로 그 선진국가로 진출하여 선별하는 능동형이 우월한 방식일 것이다. 『한국현대미술 해외진출 60년 1950-2010』은 그 능동형 수입, 이식의 교류사를 한 눈에 드러내주는 지도이며, 이를 통해 지난 반세기 동안 현대미술사가 어떻게 펼쳐져 왔는지를 읽어나갈 수 있게 해 주는 축도이다. 전후 현대미술사는 선진서구를 배울 수 밖에 없어 그야말로 이식사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인데 학계에서는 이에 관한 연구를 소홀히 해 왔고 따라서 말은 많아도 무엇을 이식했는지 모르는 어이없는 상태가 지속되어 왔었다. 이제 그와 같은 상태를, 이번 『한국현대미술 해외진출 60년 1950-2010』의 발간을 계기로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덧붙여 힘겨운 주문을 하나 하자면 이번엔 ‘진출ʼ을 했으니 다음엔 해외미술 국내 ‘진입ʼ을 다룸이 어떤가 하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이고 또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니까.



- 최열(1956- ) 중앙대 예술대학원 석사. 가나아트 편집장,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학예실장 역임. 현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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