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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佛예술교육 vs 한국의 무상급식

송평인

프랑스의 예술 교육 체계를 보고 느낀 바가 있다. 프랑스의 예술 교육은 학교보다는 상트르 다니마시옹(Centre d'Animation)이라 불리는 문화센터에서 시작된다. 상트르 다니마시옹은 동네마다 있는 공공기관으로 어른 청소년 아이 할 것 없이 음악 미술 스포츠를 배우러 다니는 곳이지만 특히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다.

저렴함과 편이성 때문에 여기에 들어가려면 경쟁이 치열하다. 1년에 한 번 등록하는 날이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피아노 같은 악기는 인기가 높아서 이전 등록자 중 결원이 많이 생기지 않아 자리에 여유가 없고 따라서 새벽같이 나가서 줄을 서야 한다.

이 점만 제외하면 대체로 만족스럽다. 수업료로 말하자면 각자 소득수준에 따라 다른데 평균 1년에 150∼250유로(약 22만∼37만 원) 정도다. 가난한 사람은 이보다 훨씬 적은 돈을 낸다. 악기도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기타 드럼 등으로 다양하다. 누구나 원하는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는 셈이다.

물론 이들 문화센터의 교육수준이 높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1주일에 한 번 20∼30분 배우고 오는 게 고작이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특별한 게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소질이 눈에 띈 학생은 구립 혹은 시립 음악원(Conservatoire)으로 갈 수 있는 추천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가 다니던 바이올린반에 한 캄보디아계 아이가 있었다. 유치원에 다닐 정도의 나이로 악보도 전혀 읽지 못하고 박자도 못 맞추는 것 같았는데 발표회에서 그 나이답지 않게 정확한 음정과 박자로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이런 아이는 음악원으로 갈 수 있다.

구립 혹은 시립 음악원은 초급단계의 음악원으로 역시 방과 후 수업으로 진행되지만 교육은 대단히 체계적이다. 오디션을 거쳐 합격 여부가 가려지고 들어가면 실기와 아울러 이론 및 시창청음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선생은 모두 전문 연주자다. 중간 중간 평가 오디션이 있고 여기서 통과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수업료가 많은 것은 아니다. 문화센터와 비슷하다. 많은 학생이 여기서 실력을 쌓아 음악바칼로레아를 거쳐 지역음악원(Conservatoire Regional), 또 국립음악원(Conservatoire national)으로 올라간다.

이런 예술 교육 체계의 장점은 가난해도 누구나 자신의 예술에 관한 소질을 검증받고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최소한 돈이 있어야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은 없다. 동네 사설 피아노 학원에서 최초의 음악 교육을 받기 시작해 실력이 늘면 값비싼 개인교수를 찾는 것 외에 별 방법이 없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프랑스는 이처럼 일반 교육뿐만 아니라 예술 교육에까지 기회의 평등이란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이지만 전 학생 무상급식 같은 것은 없다. 여기서는 소득 수준에 따라 돈을 내고 급식을 제공받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소위 진보진영의 교육감들이 선출되면서 전 학생 무상급식이 추진되고 있다. 자신의 돈으로 충분히 밥을 먹을 수 있는 가정의 학생에게까지 공짜 밥을 줄 돈으로 해야 할 교육 과제는 산적해 있다. 예술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주는 것도 그중 하나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학까지 다녀와서 놀고 있는 예술가가 얼마나 많은가. 교육 예산에 어떤 여유가 생긴다면 그 돈이 밥장사보다는 우선적으로 예술가에게 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동아일보 2010.7.26
http://news.donga.com/3/all/20100726/301098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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