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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K-Pop 열풍과 국내 미술관정책의 그늘

박현주

케이팝(K-Pop) 때문에 난리다. 최근 유럽은 물론 동남아를 거쳐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한국 대중가요가 그 주인공이다. 7000명 수용의 콘서트홀 좌석이 순식간에 매진되고,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K-Pop에 혼절사태를 보이고 있다. 이것만 본다면 김구 선생이 일찍이 '나의 소원'을 통해 '문화국가론'을 역설한 꿈이 실현되고 있는 듯하다. 사실 이번 정권 역시 지난 3년 전 출범할 때부터 '문화대국의 문화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선진국의 밑그림'을 제시했었다. 현실은 어떨까?

들썩이는 가요시장과 달리 미술계는 시들하다. 돈으로 움직이는 미술시장도 2008년 이후부터 주춤하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최근 재벌가와 연결된 미술품은 비자금 세탁의 은밀한 거래로 눈총까지 받고 있다. 큰손 부자, 컬렉터들이 숨죽이는 이유다.

이 때문일까. 작품 거래와 무관한 미술관마저 금고를 틀어쥐고 있다.

올해 경기도미술관의 연간 미술품 구입예산은 '0원'이다. 경기도 산하 5개 미술·박물관이 모두 마찬가지다. 2009년 15억원, 2010년 5억원, 2011년 0원! 국내 지자체 중에 가장 덩치가 크다는 경기도의 문화정책 현주소다. 종자 살 돈도 주지 않고 농사 지으라는 격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최근 불거진 김문수 도지사의 '춘향전 막말 논란'마저 겹쳐 김 지사의 문화마인드까지 의심받을 처지다. 이 문제는 2008년 3월 경기도미술관이 국내 최초로 법인화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겉으로는 긴축재정이나 활성화를 구실삼아 시작됐다지만, 과연 자립할 수 있을 기반을 갖췄는가를 먼저 살폈어야 했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 문제는 현재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7~8월에 공청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연간 작품 구입액은 35억~40억원 선이다.

최근 서미갤러리에서 불거진 해외 유명작가 작품값을 떠올린다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점차 예산이 삭감되고 있는 중이다. 산하에 운영되고 있는 미술은행의 경우도 2009년 21억원, 2010년 16억원, 2011년 15억원으로 크게 줄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화가 시행된다면 국립미술관에서 제대로 된 기획전시는커녕 수익사업을 표방한 대형 '대관전시'만 횡행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법인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준비시간과 자립할 수 있는 사전 지원책이 먼저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그나마 유일한 국립현대미술관이 '고급 임대업체'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수많은 '행정 이벤트'를 경험해 왔다. 사실 '법인화' 바람도 그 연장선이 아니길 바라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외국의 비교 사례도 거론된다. 영국이나 미국의 미술박물관(Art Museum)이 단골이다.

하지만 대개 출발부터 법인이었거나, 프랑스처럼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관장한다. 그리고 법인화 성공의 배경에는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이 전제된 결과다.

영국과 미국의 미술관들이 법인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부금제도의 활성화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기업이나 자산가의 미술품 구입과 기부행위는 전사회적으로 박수받을 일이며, 기부금에 비례한 세제혜택은 당연히 기본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한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의 산실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수익사업을 통해 자립도를 높이는 '일반적인 법인'과는 다른 '특별법인'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법인화 이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정부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소장품을 판매해 단시간에 기대효과를 높이는 곳이 아니라, 그 소장품을 활용해 중장기적으로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 생산주체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어항의 물처럼 채워진 것이 아니라, 샘물이 한 방울씩 솟아 만든 호수와 같다. 문화가 분명국가의 경쟁력을 넘어 국격을 결정하는 시대를 맞았다.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가 되어야 한다. '오직 문화만이 모두 함께 행복하고 평화로우며 지혜로운 세상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60년전 김구 선생의 말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곧 우리가 맞을 현실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아주경제 2011.6.27
http://dev.ajnews.co.kr/view_v2.jsp?newsId=20110627000089<-아주경제 201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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