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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말잔치뿐인 ‘문화 예술의 시대’

전강옥

21세기는 문화 예술의 시대로 불린다. 국력이 문화를 창조하는 시대가 아니라 문화가 국력을 만드는 시대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진입을 위해서도 반드시 문화 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시절은 가고 총성 없는 문화 전쟁이 시작됐다고 한다.

대통령도 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21세기는 문화가 경제이고, 경제가 문화인 시대'이며 '문화는 먹거리도 만들어내고 일자리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산업'이라고 했다. 서울시장은 '문화가 밥이고, 돈이고, 경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문화발전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미래 내다보지 못하는 문화 정책

올해 문화 관련 예산은 3조 4,500억 원으로 전체 재정의 1.12%다. 12년 동안 거의 답보상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경기도미술관 등의 미술작품 구입액도 크게 줄었거나 아예 책정되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도 위협받고 있다. 6월 21일 20여 개 시민단체 모임인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가 출범 하면서 '이명박 정권 들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G20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대학 강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된 공판은 상징적이다.


문화 예술인을 길러내야 할 대학도 경제논리에만 급급한다. 특히 지방대는 학령인구 감소와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돈 안 되는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정원 감축, 폐과를 단행하고 있다. 각종 실습 장비를 갖추어야 하고 졸업 후 취업률이 낮아 대학 평가 순위를 낮추는 예술학과는 구조조정 대상 1순위다.

문화 전쟁 시대를 절감한다면 예술대는 구조조정을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 틀을 짜서 활성화 시켜야 할 분야다. 반값등록금보다 예술대를 나와도 애초부터 먹고 살길이 없는 구조적 문제 해결이 급선무다. 서울 유명 사립 미술대의 조소과 졸업생 중 단 한 사람도 조각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 달에 수십, 수백만 원씩 들여 미술학원에 다니고 예술중과 예술고를 거쳐 미대를 졸업한 뒤 유학까지 다녀와도 미술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술대 구조조정은 결국 대학만 살리고 학생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미 22조원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에 이어 20조원을 투자해 4대강 지류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예술가의 단순한 셈법으로는 42조원의 1%만 투자해도 미술계에 생기가 돌고 미술대가 살아나고 문화가 곧 경제가 될 텐데 왜 강물에만 돈을 떠내려 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 4대강 사업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한국형 뉴딜사업이라고 하지만 정작 1930년대 미국의 뉴딜정책은 댐 건설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활성화 사업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미연방정부는 대 공황기에 문화 예술인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다양한 공공사업을 개발했다. 연방 예술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과 연극,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예술 분야 활동을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에 의해 5,000개 프로젝트가 제작됐고, 문화예술분야에서만 22만 5,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었다. 야당 주장에 의하면 4대강 사업으로 총 4,164개 일자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예술인이 생존 벼랑 몰려선 안 돼

지금 한국의 문화예술, 특히 미술계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기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21세기는 문화 예술의 시대라는 허언아래 예술인들은 국가 경쟁력을 높일 문화를 창출할 힘은커녕 자신이 먹을 밥도 경제력도 없이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 문화가 국력이고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소리를 20여 년 동안 들어왔지만 미술계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빈말뿐인 문화예술의 시대라는 공허한 구호는 그만 외치고 체력이 고갈된 문화계를 살려낼 실질적인 뉴딜 정책 개발을 주문하고 싶다.


-한국일보 2011.7.8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107/h20110707204557243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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