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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車보험사 프로그레시브, 미술로 부와 명예 얻어

김순응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예술작품이라 믿었다
미술품 구입해 나눠주고 직원들 사무실에 걸게 해
놀랍게도 상품 아이디어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술에 관한 편견 중 하나는 비싸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그림들이 대개 해외에서 수백억원 혹은 1000억원대에 거래된 것들이다. 국내 재벌들이 샀다고 알려지거나 불미스러운 스캔들과 관련해서 거론되는 작품들도 대부분은 수백억원을 넘는다.

그러나 날 때부터 비싼 작가는 없었다. 안목이란 것은 크게 될 묘목을 알아보는 것이고, 위대한 컬렉터나 딜러는 이런 묘목을 키워주는 사람들이다.

가장 적은 돈으로 미술을 사업에 접목해 크게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곳은 프로그레시브(The Progressive Corporation)라는 미국의 자동차 보험회사다.

이 회사는 다국적 기업도 아니고 널리 쓰이는 소비재를 생산하는 곳도 아니다. 혹시 야구팬이라면 추신수가 소속해 있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기억할 것이다. 이 팀의 홈구장 이름이 프로그레시브 필드다.

프로그레시브 필드라고 부르는 것은 지난 2008년 프로그레시브가 5800만달러(약 600억원)를 주고 16년 동안의 네이밍(naming) 권리를 샀기 때문이다.

1965년 부친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피터 루이스가 32세에 이 회사를 물려받았을 때만 해도 프로그레시브는 클리블랜드 지역의 영세한 자동차 보험 회사였다.

직원은 100명이 채 안 됐고, 매출액도 6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의욕이 충만한 젊은 CEO는 불철주야 회사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직원들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회사 실적도 지지부진했다.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했던 루이스는 미술에서 힌트를 얻었다. 예술작품이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는 미술을 기업경영에 도입하기로 마음먹고 컬렉션을 시작했다. 일단 자기가 소장하고 있던 판화 30점을 회사에 기증했다. 그리고 이사회를 열어 미술품 구입 예산(2만5000달러)을 확보했다. 직원들에게 기(氣)를 불어넣을 젊고 참신한 작가들의 도발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을 사들였다. 1974년 당시만 해도 2만5000달러 예산으로도 200~300점은 살 수 있었다.

그는 구입한 작품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직원들이 마음대로 골라 자기 사무실에 걸게 했다. 파격적이거나 충격적인 작품에 대해 직원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앤디 워홀의 '마오(모택동)'를 걸었을 때는 400명의 직원 중 300명이 서명을 해서 '마오'를 떼라고 요구했다.

월남전 참전의 경험이 있던 직원들이 주동이 됐다. 루이스는 이를 기회로 삼았다. 루이스는 그들을 불러 대화하고 미술 전문가들을 불러 교육시켰다.

그러는 사이 직원과 경영진 간 소통의 물꼬가 터졌고, 이는 업무와 경영에 대한 대화로 이어졌다. 직원들에게서 보험 상품과 관련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2010년 이 회사는 매출액 145억달러를 기록하면서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 161위에 올랐다.

이 회사의 컬렉션은 현재 7500여 점에 달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 예술지인 '아트 앤드 앤티크스(Art & A ntiques)'가 선정한 미국의 가장 훌륭한 기업 컬렉션으로 뽑혔다.

예술을 통해 쌓은 부는 다시 예술의 발전을 위해 환원됐다. 루이스는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 이 미술관 설립 이래 가장 큰 금액인 5000만달러(약 500억원)를 기부했다. 그는 오랫동안 구겐하임의 이사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프로그래시브는 보험 회사였지만 예술적·창의적 이미지와 연결됐고, 미국에서 '일하고 싶은 회사' '미래 전망이 좋은 회사'등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2005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경영을 잘하는 회사(The Best Managed Comp anies)' 중 하나로도 뽑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연간 미술품 구입예산은 50만달러(약 5억원)를 넘지 않았다. 컬렉션은 경영진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엄청난 액수가 컬렉션의 효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 조선일보 2011.8.13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8/12/2011081201184.html<- 조선일보 201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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