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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비밀

전강옥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을 따라 길 양쪽에 이 도시가 배출한 위인들 동상이 즐비하다.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보카치오 마키아벨리 페트라르카 단테 갈릴레이 다빈치 등 르네상스라는 근대정신의 길을 열고 세상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천재들의 동상이다. 신비한 것은 이 많은 천재들이 피렌체라고 하는 조그만 도시에서 르네상스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러 추측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350년 동안 피렌체를 다스린 메디치 가문의 메세나 활동이 천재들의 대량 출현을 가능케 했다는 점이다.

표류하고 있는 메세나 법안
예술은 태초부터 공공의 재원으로 탄생했다. 3만 년 전 그려진 프랑스 남부의 쇼베 동굴 벽화는 인류 최초의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동굴에 그려진 짐승을 창으로 찌르면 실제로 죽는다고 믿었던 원시인에게 화가의 작업은 부족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부족은 화가가 그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것들을 제공했다.

메세나 활동을 처음으로 법제화한 나라는 프랑스다. 메세나는 예술가를 후원했던 로마의 정치가 마에케나스의 프랑스식 발음이다. 프랑스는 법제정후 2002년 5,100억 원이었던 기업의 예술기부금이 2008년 1조 5,000억 원으로 3배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문화예술 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메세나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8월 30일 메세나 활동의 지원에 관한 법률 및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메세나법) 제정을 위한 공동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메세나법은 예술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문화예술 관련 비영리법인에 대한 지방세 감면, 기업의 문화예술을 활용한 교육훈련비 세액공제, 문화접대비 비용 인정 확대 등의 세제 혜택을 골자로 하고 있다.

메세나 법안 통과의 장애물은 세수감소에 대한 우려다. 하지만 이성한 의원과 함께 법안을 공동 발의한 조윤선 의원은 메세나법으로 인한 세수감소액이 연간 약 300억 원 규모로 크지 않다고 한다. 복지와 교육 같은 타 분야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복지 등 다른 분야의 기부는 99.8%인 반면 문화예술분야는 전체의 0.2%에 불과해 형평성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2009년 발의 된 메세나법은 표류중이다. 최고은씨 사망으로 촉진된 예술인복지법도 흐지부지 되었다. 사회가 예술가의 복지를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예술인 복지와 문화 예술 지원을 사회가 떠맡아야 할 짐으로만 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문화예술의 보호와 발전은 예술인들에게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쟁력과도 결부된다.

미래 학자 롤프 옌센에 의하면 인류는 수렵 농업 산업 정보사회를 거쳐 드림 소사이어티 시대로 들어섰다. 이 다섯 번째 유형의 사회는 콘텐츠와 문화 전쟁의 시대다. 영상 게임 공연예술 디자인 등 감성과 창의력의 결합을 요구하는 소프트산업이 유망 산업군으로 부상한다. 옌센은 1인당 국민 총생산이 1만5,000 달러를 넘는 나라에서 소비자들에게 상품의 기능은 행복과 만족감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기술이 아니라 감성을 파는 기업이 성공하는 환경에서 예술적 창의력은 곧 경쟁력이다.


이스털린의 역설 현상 해소해야
21세기는 성장과 경제 대신 새로운 정신적 가치들을 찾는 시대다.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삶의 질 지표는 주요 39개국 가운데 하위권이다. 20년 동안 1인당 국민소득이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행복이 정체되는 이스털린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옌센의 분석과 일치한다.

문화 예술의 발전은 정신적 빈곤을 채우고 삶의 질을 개선 할 수 있다. 그것은 드림 소사이어티의 콘텐츠 전쟁에서 우위에 서는 길이기도 하다. 예술계의 고사를 막고 창작 여건을 개선해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메세나법 제정에 있다.

- 한국일보, 아침을 열며 2011.9.9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109/h20110908202237243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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