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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에게] 박물관의 통념을 깬 '깨어진 관계 박물관'

안광선

박물관은 학술·역사·미학적 가치의 오브제(objet)들을 전문가의 해석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통념이 20세기 후반 이후 박물관 수가 증가하고 수많은 실험들이 행해지면서 도전을 받아왔지만, 그 통념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동유럽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 둥지를 튼 '깨어진 관계 박물관'이 유럽에서 가장 혁신적인 박물관으로 '2011 케네스 허드슨상'을 수상하면서 더 이상 이 통념으로는 박물관을 설명할 수 없게 됐다.

'영향을 미친 박물관들'의 저자 케네스 허드슨은 지난 200년 동안 의미 있는 독창성으로 박물관의 새 지평을 열고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국내외적으로 영향을 미친 박물관들을 조사해 이 책에 수록했다. 이 책에 이름을 올린 박물관은 37개뿐이다. 고인이 된 그의 이름으로 상이 제정되어 이 기준에 부합한 박물관을 선정 수상하고 있다.

'깨어진 관계 박물관'에 전시된 오브제들은 보통 쓰레기통에 버려도 되는 평범한 것들이며, 설명판에는 전문가의 해석 없이 기증자가 말하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이 박물관은 한 예술가 부부의 관계가 깨어지면서 공동 소유했던 것 중에 어느 쪽에도 갈 수 없는 오브제들을 다른 친구들의 것까지 기증받아 2006년 자그레브 비엔날레 아트 프로젝트로 설치한 데서 비롯됐다. 이것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세계 유수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고, 유럽·미국·아시아 순회전시를 이어가면서 기증품도 늘어나면서 박물관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 박물관의 소장품인 스토리는 박물관의 통념인 옛 사람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 시대 현존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이 박물관은 사회구성원들의 필요와 요구를 예술적으로 충족시킨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박물관 혁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전통적인 것에 더해 실험적·혁신적 사고로 박물관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전시공간에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들이 시도되었으면 한다. 새롭다는 것이 전시기술과 기법, 시설의 발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박물관인들의 사고의 전환, 사회구성원들의 요구에 민감한 사고와 세계의 흐름과의 대화를 의미한다. 국내 박물관들도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조선일보 2011.11.16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1/15/20111115022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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