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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의 ‘점 하나’

김종호

“과학자는 연구를 통해서, 화가는 그림을 통해서 생각하는 지식인이다. 전혀 안 팔려도 훌륭한 예술이 있고, 잘 팔려도 좋지 않은 예술이 있다. 현대미술에서 작품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얼마나 잘 묘사했는가 하는 ‘기법’이 아니라 작가의 ‘아이디어·태도·개념’ 등 세 가지 요소다.” 이우환(75)화백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예술 작품은 기교가 아니라 독창성, 진지하고 치열한 자세, 삶과 세상에 대한 인식 등이 관건이라는 취지다.

철학자로도 일컬어지는 이 화백이 세계적인 예술가로 명성을 떨치게 된 배경 역시 그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화백은 ‘현대미술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이 아시아 지역 출신으로는 3번째로 회고전을 열어준 인물이다. ‘무한의 제시(Marking Infinity)’를 주제로 지난 6월24일∼9월28일 한국인 작가가 6층에 걸친 구겐하임의 전체 전시관을 채우며 3개월 동안이나 전시회를 열었다는 사실 자체부터 현대미술계의 ‘사건’이었다.

뉴욕타임스가 ‘피곤하고 기진맥진한 대중에게 선사하는 고요함의 오아시스’로 표현한 그 전시회 이후 이 화백의 첫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사간동 현대갤러리에서 18일까지 열리고 있다. ‘대화(Dialogue)’를 주제로 한 신작 10점 모두 화폭에 작은 네모 형태의 ‘점 하나’를 그린 것이다. 1960년대 이래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바람으로부터’ ‘돌과 철판의 조응’ 등을 타이틀로 삼은 연작을 발표해오다 다시 ‘점’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것은 단순한 점이 아니다. ‘오랫동안 축적된 수행과 훈련의 결과로 더 간략해질 수 없을 만큼 극한으로 절제하고 간략화한 작품’이다. ‘시간의 덩어리’인 돌가루를 배합한 물감으로 점 하나를 찍은 작품 한 점의 완성에 40∼50일이 걸린다. 동양화의 여백(餘白)과 달리 ‘그려지지 않은 부분과 그린 부분이 서로 긴장관계를 갖게 되고 어떤 울림이 생기는 것’을 여백이라고 설명하는 그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와 공간 전체에 울림을 주는 현상을 사람들이 느끼게 하고 싶다”고 한다.

2011년 한 해도 막바지다. 이 화백의 작품들은 각자 어떤 인식과 자세로 자신의 삶과 사회에 어떤 점을 찍으면서 한 해를 보내왔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도 제공하고 있다.


-문화일보 2011.12.7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1120701073837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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