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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저작물도 '인류의 문화유산' 작가권익 보호-사회공헌 함께하길

김승곤

사진계 원로 김승곤 순천대 석좌교수가 본 ‘열린사진’

볼펜보다 카메라가 더 자주 쓰이는 시대

돈없어 못 쓰는 ‘공익’ 위한 사회적 봉사



한 장의 사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법이나 현실을 바꾸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많이 보았다. 카메라가 볼펜보다도 더 자주 쓰이는 시대다. 사진을 사용하지 않은 거리의 광고판이나 인쇄물, 인터넷이란 상상할 수 없다. 사진 한 장에 수억 원씩 한다는 말을 들어도 요즘엔 놀라는 사람이 없다. 불황 속에서도 사진 값이 해마다 오르더니 급기야 지난해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길버트와 조지의 작품 하나가 무려 40억 원 가까운 값에 팔렸다. 사진의 경제적인 가치나 효용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사진도 다른 저작물과 마찬가지로 권리가 붙는다. 창조하는 행위 자체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힘들여 만든 작품을 누군가 제 것처럼 멋대로 이용한다면 창작에 몰두할 예술가가 줄어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문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저작권이다. 저작자의 경제적 사회적인 가치와 권리를 존중해서 문화를 발전시키자는 취지다.
 
 이처럼 사진이 일상화되고 쓰임새도 넓어졌지만, 사용료를 낼 형편이 못돼 정작 써야 할 곳에 사진을 쓰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그런 사용자를 사진가와 이어주는 중계자 역할을 하자는 것이 한겨레신문에서 시작한 ‘열린 사진’이다. 공익을 위해 재능을 기부한다고 하는 사회적 봉사활동이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지만, 쉽게 말해서 사진가의 전문지식과 경험의 소산물인 사진을 웹에서 내려받아 공공의 비영리 목적으로 돈을 내지 않고 그냥 쓰이게 하자는 것이다. 좋은 취지는 살리되 사용자에게는 저작권에서 정해진 의무를 지우니까 사진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찬동하는 사람들이 올린 사진 1만여 점으로 우선 가게를 열었고 호응도 좋다.
 
 전 세계의 개인이 찍은 사진을 한곳에 모아서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게 하는 나눔(쉐어링) 방식은 꽤 오래 전서부터 있었는데,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확산의 규모와 속도가 놀라울 만큼 커졌다. 40억, 50억 개의 이미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곳만도 수십 군데에 이른다. 사용할 때 돈을 받는 곳과 무료인 곳으로 크게 나뉜다. 우리나라에선 2005년부터 작가들로부터 미술품을 사들여 공공기관에 빌려주는 미술은행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하지만 ‘열린 사진’은 국민의 혈세를 쓰지도 않고, 사진문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층이나 폭이 훨씬 넓다는 것이 다르다.
 
 저작물일지라도 멀리 내다보면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저작권을 뜻하는 ‘카피라이트’에 빗대어 ‘카피레프트’라는 용어가 생긴 것도 그런 이유다. 이런 방식의 나눔이 혹시라도 사진가의 경제적 이익을 훼손하거나 창작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은 있을 수 있겠다. 좋은 취지를 살리면서 동시에 사진의 사회적인 공헌과 사진가의 권익, 문화발전이라고 하는 가치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활성화시켜 나갈 것인가, 그것이 관건이다.

-한겨레 2011.12.19
http://photovil.hani.co.kr/15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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