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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학림의 세상 속으로] '문예기금 지방 홀대' 이제 끝내자

최학림

장군 멍군도 판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문화부 기자를 오래 했지만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문진금)의 지역 할당 내용을 소상하게 알기는 여전히 꽤 어렵다. 자료 요청을 해도 이중삼중 몇 겹의 장막이 있다. 당연히(?) 지방 입장을 반영한 통계는 아예 없다. 지난해 웬 발표를 한다고 한국문화예술위에 '비공식적으로' 문진금 지역 할당 관련 자료 요청을 했지만 '알려 주마'라는 말로 차일피일, 결국 자료를 얻지 못했다. '설마' 했지만 '역시'였다. '문진금 지방 홀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09년이었고 최근 부산 문화판에서 정면으로 문제를 삼고 있다.

물론 문제는 그전부터 얼룩져 있었다. 1990년대 후반 부산 문화판은 얼마나 당혹, 곤혹스러웠던가. 당시 문진금은 공연 관람료에서 원천 징수했는데 97년의 경우, 부산에서 그해 전국 문진금의 9.3%가 걷혔다. 그런데 부산에 돌아온 몫은 겨우 0.9%였다. 낸 돈의 10분의 1도 못 챙겼으니 부산은 '털린' 수준이었다. 당시 서울은 매년 80% 수준을 챙겼다. 이게 우리가 살아온 족적이다.

1천억 넘는 문진금 70% 수도권 차지
문화 분권 대세 언제까지 역행할 건가

서울만 번드르르하다고 나라 꼴이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는 한국의 2000년대 비전으로 지역문화 활성화를 내세웠다. 문화 분권이 나라의 새 동력이라는 온당한 접근이었다. 2001년이 '지역문화의 해'로 지정됐던 것은 그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것은 없다 하더라도 시대의 대세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지역문화진흥법안까지 입안되기에 이르렀다. 이명박(MB) 정부도 똑같이 선언했다. MB 정부가 출범할 때인 2008년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문진금 배분 비율을 지방 60%, 중앙 40%로 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듬해 부산을 방문해서는 지역과 서울의 문진금 배분 비율을 7 대 3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또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이 영 오리무중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뒤집어져 있다.

나는 문진금을 배분하는 한국문화예술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료를 분별하기 어려운 난맥 속에 넣어놨다. 답답한 지방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여기에는 분명 그냥 놔둬도 저절로 형성되는 중앙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문진금 공모사업 지원액'을 보면 지방이 찬밥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수도권(서울, 경기)이 매년 총 지원액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2010년 초에는 무려 78.3%나 가져갔다. 그해 국회의원들이 이를 국정감사에서 문제 삼았다. 그런데 한국문화예술위의 조치와 답변이 '걸작'이다. 2011년 '지역협력형 사업 기금' 배분에서 지역 비중을 84.4%(2010년은 75.4%)로 확대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코미디 같은 희한한 답변이다. '공모사업 지원액'을 따졌는데 '지역협력형 사업 기금' 어쩌고, 요컨대 동문서답을 한 것이다.

동문서답의 배경은 이렇다. 올해의 경우를 보면 문예진흥 실제 사업비는 1천98억 원(총 문진금은 2천669억 원)이다. 이 중 1차 핵심은 400억 원으로 ①'예술가의 창조 역량 강화'에 200억 원 ②'지역문화예술진흥'에 200억 원이 쓰인다. ①은 수도권이 90% 이상 독식하고 있다. ②는 수도권이 20% 이상, 지방이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정감사 때 문화예술위의 동문서답은 ②를 내세워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400억 원을 두고 볼 때 2008년 문화부 장관이 약속한 지방 60%, 중앙 40%의 비율은 역시 뒤집어져 있다.

나는 지방의 입장에서 보면 이 400억 원뿐만 아니라, 올해 복권기금 차입금 574억 원으로 운영되는 5개의 나눔사업, 57억 원 규모의 기부금 사업도 수도권 대 지방의 몫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정컨대 올해 문예진흥 실제 사업비 1천98억 원 중 70%는 수도권이 가져갈 것이다. 문화예술위는 자료를 계통화시켜 베일을 벗고, 지역들도 자료를 분석해서 문화예술위가 나설 수 있는 자리를 깔아야 할 게다. 장군 멍군이 오가는 근사한 판을 그려본다. 두드려야 열릴 것이고 그래야 다음 문을 열 것 아닌가. <- 부산일보 2012.3.7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sectionId=1010110000&subSectionId=1010110000&newsId=20120307000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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