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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예술의 결합 '명품도시'

김용근

스페인 북부의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빌바오시는 바스크 주정부의 중심도시이자 인구 약 35만명 규모로 스페인에서 10대 도시에 속한다. '아틀레틱 빌바오' 축구팀은 스페인 라리가 20개 팀 중에서 지난 시즌 6위를 차지한 명문 팀으로 지난 3월 중순에 치러진 유로파리그 16강전에서 박지성 선수가 출전한 맨유를 격파하고 8강에 진출함으로써 우리에게도 빌바오라는 이름이 인상적으로 남게 됐다.

빌바오는 시내를 관통하는 네르비온 강을 통해 15세기 이래 제철소와 철광석 광산에 기반을 둔 주요 무역항으로 활기를 띠어 왔으며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조선 등 중공업도 크게 발전해 바르셀로나에 이은 스페인 2대 산업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주력 산업이 경쟁력에 밀려 점차 쇠퇴하자 네르비온 강 주변의 선착장과 크레인이 멈춰 섰고 그 부근은 목재 창고 수준으로 변했다. 이에 바스크 주정부는 도시 경제재건 계획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

당초 주정부 당국은 1909년에 건축된 '알혼디가'라는 대형 와인 창고 건물을 현대 미술관으로 전면 개조하기 위해 1991년 초 솔로몬 구겐하임재단 책임자와 협의를 시작했는데 이 재단 책임자는 건축계의 최고 권위 있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1989년에 수상한 바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게리를 초청해 함께 검토한 결과 '알혼디가'가 미술관으로 부적합하다고 결론 내리고 대신 네르비온 강변을 미술관 후보지로 추천했다.

이에 따라 바스크 정부는 쇠퇴한 조선소 부지를 대신하는 강변 재개발 계획 일환으로 솔로몬 구겐하임 재단과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건축 사업을 체결했고 프랑크 게리의 건축 설계에 따라 1억달러의 사업비를 투입해 1993년 10월에 착공해 1997년 10월에 개관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프랑크 게리의 초현대적인 작품 특성과 강변 등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해 금속 꽃이 활짝 피어나는 모양, 배와 물고기 모양 등을 상징한 곡선 위주의 입체적 형상을 표현했고 티타늄과 유리, 석회석의 세가지 소재만을 사용한 유기적인 예술 작품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미술관의 설계와 건축에는 최첨단 기술이 동원됐는데 기둥이 없이 달걀의 이중 곡선과 같은 원리로 무게를 지탱토록 했고 '다소 시스템스'라는 프랑스 항공 우주회사의 컴퓨터에 의한 3차원 설계기술을 최초로 응용했는데 이에 따라 이전의 2차원(2D) 설계만으로는 불가능한 다양한 형상의 건축 설계와 시공이 가능토록 길을 열었다.

스테인리스 강철보다 강하면서도 훨씬 가벼운 티타늄은 러시아 잠수함이나 항공기 부품, 골프클럽 등에는 일부 사용되고 있었으나 대규모 건축물에는 최초로 사용됐고 이를 0.38㎜ 두께의 패널로 가공하는데도 첨단 기술이 필요했다. 또한 유리패널도 각각 독특하고 복잡한 형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자동 컴퓨터지원설계(CAD)와 컴퓨터내장(CNC)공작기계 가공 기술이 적용됐다.

이러한 최첨단 기술에 의한 초현대적 미술관은 그 자체가 세계적인 명소가 돼 사양길에 접어든 빌바오를 다시 살리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빌바오시는 미술관 이외에도 '주비주리'라는 하얀색의 아름다운 다리와 날렵한 신공항을 새로이 건축하는 등 도시의 고급 예술과 문화 창조에 시너지를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빌바오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연평균 100만명을 웃돌고 있는데 이 중 외국인이 절반 정도이며 빌바오를 찾는 타 지역 방문객도 1995년에는 2만5000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2010년에는 68만5000명 규모로 도시 인구의 2배에 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스스로 주거지, 식당, 거리 등 도시문화를 고급화하는 데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와 같이 최첨단 기술과 최고의 예술이 만나면 지구상에서 비록 작고 외진 도시일지라도 세계적인 고부가가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산업 위주의 지역 발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빌바오의 사례처럼 첨단 기술과 최상의 예술이 결합한 세계 최고의 역사적 작품을 창조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진정 소득과 삶의 질이 높으면서도 자랑스러운 명품 지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2012.4.26
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201204260100215080013487&cDateYear=2012&cDateMonth=04&cDateDay=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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