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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화의 공공성과 문화기본법

김창수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공공성(公共性)'에 대한 논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공공성이란 공공재의 독점이나 사유(私有)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다수의 이익 실현이나 공정한 운영을 내포하고 있는 사회 정의이다.

그렇다면 공공성 논의의 증대는 환영해야 할 현상일 테지만, 실상은 우리사회가 심각한 공공성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우울한 징표라는 점이다.

신자유주의와 글로벌리즘이 세계와 국민국가로 파급되면서 '효율성과 경쟁'이라는 시장논리가 모든 사회와 조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의 위기는 현 정부들어 정점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철도와 공항과 같은 사회 인프라의 민영화 논란들, 영리병원 도입을 둘러싼 논쟁들은 효율성을 명분으로 한 민영화론과 공공 가치론이 첨예하게 대립한 사례이다.

문화예술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화기반시설의 확충과 운영에서 나타나는 공공성의 훼손이다. 역대 정부가 문화의 공공 인프라 확충을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결과 2010년 말 기준 전국의 문화기반 시설은 공공 도서관 759개소, 등록박물관과 미술관은 800개소, 문예회관은 192개로 나타나고 있어 선진국 기준에 근접하고 있다.

그런데 시설은 대대적으로 확충되었으나 운용예산과 인력, 프로그램 부족으로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시설이 늘어났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내놓은 것이 국공립예술기관 민영화였다. 결과는 공공성을 훼손하고 국민부담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영화하지 않은 시설들도 마찬가지이다. 효율성과 수익성을 경영지표로 삼고 있어 상업주의가 문화를 질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의 공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답보상태이다. 2006년, 문화평등권에 기초한 '문화헌장'이 제정될 무렵까지는 문화의제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문화헌장'에서는 문화적 권리를 '시민의 평등한 권리'로 정의하였다. 즉 모든 시민은 계층, 지역, 성별, 학벌, 신체조건, 소속집단, 종교, 인종 기타에 의한 어떠한 차별도 받음이 없이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인식은 문화의 속성을 잘 반영한 명쾌한 표현이다. 안타깝게도 헌장에서 천명된 시민의 문화권은 선언에 머물러 있을 뿐 이를 실현할 법률이나 기구는 마련되지 못했다.

문화예술의 공공성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문화에서의 공공성은 시민이 문화의 소비자가 아니라 창조의 주체로 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그리고 특정계층이나 계급의 전유물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여야 한다. 문화는 공공 복리의 한 분야이기도 하다. 문화가 획일적이거나 전체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문화나 소수자 문화를 배려하여 다양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정책의 수립과 집행, 문화기관의 운영은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문화 공공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선언으로 남아 있는 '문화헌장'과 같은 요강(要綱)을 제도화하는 일이다. 문화기본법의 제정이 그 관건이 될 것이다. 문화기본법은 문화생활을 인간답게 사는 삶의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헌법의 최소한도의 문화생활을 누릴 권리와 사회적 책임을 법률화하는 것이다. 문화기본법이 제정되면 문화현장의 풍경은 바뀔 것이다. 문화행정이나 문화시설의 '생산성'을 판정하는 기준은 수익률이나 효율성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제공한 문화 프로그램의 질과 다양성이 될 것이다. 문화기관과 시설은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가 시민들의 문화환경 개선과 예술 생태계의 조성에 주력하는 흐름이 형성될 것이다. 아울러 문화기관과 시설들은 그 운영 방식을 문화시민의 능동적 참여를 위해 더욱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또 전문성 강화를 위해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도 기대된다.

 

- 경인일보 2012.7.18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66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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