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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손영옥] 런던올림픽이 K아트에게

손영옥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 1979년 집권 이후 전 산업에 걸쳐 과감한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석탄산업 구조조정은 악명이 높다. 대처의 칼바람은 문화계에도 휘몰아쳤다. 여기선 미술계에 국한하겠다. 미술관에 정부가 주던 각종 지원금은 삭감되고, 미술관은 스스로 자금 조달을 위해 ‘앵벌이’에 나서야 했다. ‘작은 정부’를 내세워 효율성을 추구하던 대처 정부는 예술가들을 지원해주던 보조금 혜택도 없앴다.

영국 현대미술의 상징어가 된 ‘yBas(Young British Artists)’는 이런 척박한 토양에서 자랐다. yBas 거점은 런던의 골드스미스대학이다. 학생들은 누군가 구세주처럼 와서 작품 사주기를 기다리다간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스스로 전시를 기획하고 마케팅하고 판매까지 했다.

1988년 이 예비 화가들의 첫 대중 전시인 프리즈전에 굴지의 광고회사 사치앤드사치 사장이자 세계적 컬렉터인 찰스 사치가 다녀갈 정도였으니 역량을 짐작할 만하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 작품으로 유명한 데미안 허스트가 골드스미스대학을 졸업한 yBas 출신.

런던은 이제 세계 현대미술의 심장부 미국 뉴욕의 지위를 위협한다. 하지만 런던의 급부상은 미술계 자생력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시간이 흘러 보수당 집권을 종식하고 1997년 들어선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 당시 블레어 총리는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멋진 영국)’를 기치로 내걸고 음악 미술 패션 등 전 문화 분야에서 젊은 영국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리고 ‘영국성(性)’을 브랜드화해 세계에 수출한 것이다.

국내를 돌아보자. 한국 미술가들의 역량은 나라 밖에서 인정받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외국 작가들이 권경엽, 이이남, 권오상, 이정웅씨 등 국내 젊은 작가 작품들을 표절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드라마, 가요 등에서 부는 한류 열풍이 이제 ‘K아트’로 옮겨 붙는 형국이다. 그런데 민간에서 자생력을 갖고 커온 K아트를 브랜드화해서 키우고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데는 정부의 역할도 있다. 퍼주기식 지원이 아니라 세상 흐름을 읽고 정교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서울이 아시아 미술 중심지, 나아가 세계 미술 중심지로 부상할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런던올림픽이 열린다. 금메달 밭은 개인만 잘나선 안 되며, 정부 정책이 적절히 버무려져야 캐기 쉽다. 민간과 정부의 공동 노력, 올림픽이 우리 문화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그런 것일 수 있다.

마침 영국 현대미술의 산실 골드스미스대학 출신 화가들 전시가 서울에서 열린다. 일주&선화갤러리에 마련된 ‘영국 현대미술 작가 2인전:패트릭 콜필드&줄리안 오피’전(9월 6일까지)과 갤러리현대에서 영국 작가 6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쿨 브리타니아’전(7월 24일∼8월 19일)이 그것이다. 전시를 보며 영국 현대미술의 성공 스토리를 곱씹어볼 일이다.
 

-국민일보 2012.7.21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6264184&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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