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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아트&비즈니스] 뭉크의 '절규' 최고가에 낙찰받아 기부한 사연

김순응

월가의 유명 금융 재벌 중에는 세계적인 컬렉터가 많다. 대개 헤지펀드 매니저이거나 M&A의 귀재들이다. 그들의 연소득은 조(兆) 단위에 이르고 한 점에 1000억원이 넘는 그림을 예사로 산다. SAC Capital의 스티븐 코헨(Cohen), CITADEL의 케네스 그리핀(Griffin), KOHLBERG KRAVIS ROBERTS & CO의 헨리 크래비스(Kravis), THIRD POINT LLC의 대니얼 롭(Loeb) 등이 그렇다.

올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1990만달러에 팔려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뭉크의 '절규'<사진>를 낙찰받은 것으로 최근 알려진 레온 블랙(Leon Black·60) 역시 M&A로 유명한 Apollo Global Management (AGM)의 CEO다.

재테크 귀재들이 명화를 산다고 하면 돈벌이의 일환이려니 속단하기 쉽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름난 자선 사업가이며 그들이 사들인 명화도 상당수 미술관에 기증한다는 것이다.

레온 블랙은 올 3월 그의 모교인 다트머스대학에 4800만달러를 기증해 '블랙 패밀리 시각예술센터(The Black Family Visual Arts Center)'를 짓게 했다. 이 학교의 김용 총장(현 세계은행 총재)은 이에 대해 '시각예술이 우리의 삶에서 차지하는 가치와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참으로 통찰력 있는 선물'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블랙은 '나는 이 건물이 다트머스의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삶을 바꾸는 시각예술의 힘으로 충만케 함으로써 창의력을 고양하고, 큰 꿈을 꾸게 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블랙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및 MoMA의 보드 멤버이며 메트로폴리탄에는 다빈치의 드로잉을 기증했다. 이 두 곳은 블랙이 구입한 뭉크의 '절규'를 기증받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태계 미국인 사업가인 부친과 화가인 모친에게서 태어난 블랙은 10대 때부터 용돈을 모아 드로잉을 사 모을 만큼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부친이 그의 하버드경영대학원 재학 중 사업상 어려움으로 투신자살하면서 좋은 시절을 마감했다. 그는 졸업 후 투자은행인 드렉셀 번햄 램버트의 M&A 분야에서 일했으나 1990년 이 회사가 정크 본드 관련 사고로 문을 닫는 바람에 동료 두 명과 AGM을 설립하여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다.

월가에서 역(逆)투자가(Contrarian ·일반적인 투자 흐름과 반대로 가는 사람)인 그는 미술계에서도 역발상 컬렉터다. 컬렉터 대부분이 외면하는 드로잉을 그는 모은다. 3년 전에는 크리스티에서 라파엘로의 드로잉 '뮤즈의 두상(Head of a Muse)'을 4760만달러에 낙찰받아 드로잉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뭉크의 '절규'도 파스텔 드로잉이다. 블랙과 수십년 교분을 쌓고 있는 유명한 고전 명화 딜러인 리처드 페이건(Feigan)은 '블랙만큼 해박한 전문가가 드물다'고 말한다. 블랙은 월가의 전장에서 드로잉을 들여다보면서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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