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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있는데 이름이 없다… 임시정부 기념관 사진실의 현주소

여시동

동판 방명록·홈페이지도 문장 잘못 적힌 채 방치

상하이 중심부 마당로(馬當路)에 가면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 기념관이 있는데, 지난 20년간 약 300만명의 한국인이 다녀갔다. 상하이에 처음 관광 오는 한국인들이 필수 코스처럼 거쳐 가는 곳이다.

아쉬운 점은 임시정부 국무위원 합동 사진 등 전시실에 걸려 있는 당시 요인들 사진 아래에 이름이 하나도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 설명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합동 촬영', '가흥(嘉興) 시기의 임시정부 요인들'처럼 거의 예외 없이 한 줄씩이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도 오래된 흑백 사진 속에서 김구 선생이나 안창호 선생 정도만 알아볼 수 있는데, 젊은 층이나 어린 학생들은 누가 누군지 모른 채 고개만 주억거리고 지나칠 것이다. 한 나라의 독립정신을 홍양하는 어느 나라 전시실에 이런 무성의한 사진 설명이 있는지 궁금하다.

전시실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 벽의 헌금 방명록 동판도 눈에 거슬린다. 중국 측에서 제작한 이 작은 동판엔 '북경총한곡학생희연합'과 '(주)천일고속 모법 사원' 같은 잘못된 표기들이 있다. 한글로 된 기념관 홈페이지에도 '한국독립기년관'이라는 오기와 토씨가 빠진 문장들이 방치돼 있다. 임정청사 기념관과 자료 관리는 중국 당국(상하이시 황포구)이 책임지고 있고 기념관 직원도 모두 한족이라지만 대한민국 홍보 기념관을 이렇게 관리하도록 방치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한글을 아는 중국인들이 보면 업신여기지 않겠는가.

두어 달 전 상하이에 구경 온 한국 대학생을 만났더니 내가 하고 싶던 얘기를 먼저 꺼냈다. 임정청사 기념관에서 사진들을 봤는데 설명이 없어 누가 누군지 모르겠더라는 것이다. 기념관을 소개하는 중국 안내원의 한국어 설명도 알아듣기 어려웠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재개발 위기에 있는 기념관을 중국 측과 잘 협상해 현상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관리 개선엔 큰 신경을 안 쓰는 눈치다. 하지만 재개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평소에 기념관 관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중국 측에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달 충칭(重慶)의 임정청사 기념관을 다시 찾아갔다. 처음 복원·공개됐던 1995년 8월에 가보고 2012년 8월에 다시 찾았으니 정확히 17년 만이다. 기념관은 예상외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저우런화(周仁華)라는 중국인 노부부가 12년간 상주하면서 관리를 하고 있었다. 전시실이 정결했고 방문객 수를 기록한 공책엔 월별 방문객 수가 꼼꼼히 적혀 있었다. '2010년 외국인 2098명, 2011년 외국인 2169명, 2012년 1~6월 외국인 1814명'으로 기록돼 있었다. 저우씨는 '외국인은 다 한국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며, '한국 정부의 지원이 적지만 한국인들이 꾸준히 찾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도 전시실의 사진 설명은 한줄씩으로 소략했다. 예컨대 '충칭 시기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이라는 사진은 김구 선생 등 6명이 함께 찍은 사진인데 아래 설명에 어느 누구의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다. 독립 정신을 기리자면 '누가' 독립운동을 했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니겠는가. 국가의 정신을 기리는 일에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

- 조선일보 2012.9.15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14/20120914014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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