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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美]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 (8) 일월오봉병

편집부


우주의 원형 속에 담은 영원성에의 所望 … 독창적 조형성 괄목할만
궁궐화는 민화의 한 종류이지만 사적이면서 장식성이 강한 일반 민화와 구분되는 회화의 한 갈래다. 이 분야에서 최고의 예술품으로는 단연 임금의 어좌 뒤에 놓였던 ‘일월오봉병’이 꼽힌다. 이 그림은 무엇보다 화면에 수놓아진 상징적 의미가 중요한 감상의 포인트로서, 음양오행의 원리 속에서 우주의 구성과 왕권의 표상물을 조화롭게 거느리고 있다는 데서 그 탁월함을 인정받고 있다. 김홍남 관장이 기존 연구(‘18세기의 한국미술’)를 바탕으로 ‘일월오봉병’의 작품특징과 회화사적 의미를 짚어봤다.
궁중화를 언급할 때 조선왕조의 중요한 왕권표상물인 일월오봉병을 빼놓을 수 없다. 전통적으로 궁실내의 어좌 뒤에 놓여져, 황태자가 있는 곳에도 허락이 되지 않은 오직 왕을 상징하고 보호하는 기능을 했다. 死後에도 동반됐고, 왕이 여행할 때나, 알현실, 眞殿(왕의 초상화를 모셔두는 곳), 魂殿(돌아가신 왕의 神主檀을 宗廟로 옮기기 전에 임시로 모셔두는 곳) 등에 배설되기도 했다.
일월오봉병은 관념적, 추상적인 산수화로 배경의 모든 것이 陰陽五行에 근거한 우주의 원형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그림 오른편에는 기하학적으로 표현된 붉은 해, 왼편에는 흰색의 달이 있어, 균형과 평정을 이루고 있다.
해와 달은 각각 陽과 陰으로 음양은 우주를 이루고 지속시키는 두 가지 힘인데, 둘이 동시에 떠 있어 원초적 단일성이 회복되는 영원한 시간을 의미한다. 좌우로는 완전한 대칭을 이루는 다섯 봉우리가 있다. 이는 五嶽을 상징하는데, 중국의 경우 동악의 太山, 서악의 華山, 남악의 衡山, 북악의 恒山, 중악의 嵩山을 가리키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동악의 금강산, 서악의 묘향산, 남악의 지리산, 북악의 백두산, 중악의 삼각산이 해당된다. 산은 녹색과 청색의 강렬한 원색으로 표현해, 큰 봉우리는 굵은 청색의 선으로 그렸고, 작은 바위들은 녹색으로 채색했다. 오악을 설정하고 신격을 부여하는 것은 산신에게 제사하는 한국인의 천신사상과도 연결된다.
산의 좌우로부터는 두 번 굽이친 후 떨어지는 흰 폭포 두 줄기가 있다. 아래 부분에는 붉은 樹幹과 가지의 소나무가 네 그루 있고, 그 사이로 물결이 굽이친다. 소나무는 완전한 대칭구도를 보이며, 묘사 또한 도식화된 궁중화풍이다.
두 폭포의 물은 못 안으로 계속해서 떨어져 내린다. 폭포의 표현은 고식적 형태의 장생도에 비해 산의 계곡을 따라 원근표현의 모습이 미약하게 나타나 보이며, 폭포의 물줄기는 전면에 보이는 물결과 연결돼 감상자의 시선을 화면 중앙에 응집시킨다. 폭포와 굽이치는 물살의 움직임은 오행(木·金·土·火·水)의 불변하는 교류를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물은 달·해와 함께 생명의 원천으로, 그 힘이 하늘과 땅 사이의 만물을 자라게 한다는 것이다. 특징적인 것은 거북·구름·학·사슴 등 聖所에서 금기시되는 동물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상서로운 소재인 해, 달, 오악, 물, 음양의 상징물들은 자연에서 직접 얻은 것이 아니라, 삼국시대에서 18세기까지의 유물이 증거하듯 고대로부터 이어받은 전통에 의해 전개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주제와 소재들은 주술적 효과와 통치의 수단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에서 동서양 및 각 민족에 보편적인 것이었다. 이처럼 주제와 소재에서 중국의 周왕조에서 漢왕조까지 전개된 궁중전통을 잇고 있다 하더라도 그 주제의 성질과 회화상의 표현기법은 한국 민족의 사고체계, 종교, 정치이념, 그리고 조형관에 의해 결정된다. 즉, 조선의 궁중회화는 법식에 맞는 권위와 장엄을 창출하고 왕조에 대한 하늘의 성스러운 축복의 표상과 하늘이 힘을 내려주도록 기원할 때 신비한 효험으로서 작용케 하기 위한 고안품이었다.
색채의 특징은 광물성 안료인 眞彩를 사용한 데에서 나타난다. 이는 사물의 고유색보다는 음양오행설과 일치되는 원형적인 색들을 사용한 것이다.
즉 그것은 순수하게 미학적, 장식적 목적 이상의 것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고대 성왕들에 의해 신성시된 원형적 五彩의 전통을 따름으로써 조선 왕실의 신성한 권위와 영원함을 불어넣으려 했던 것이다.
일월오봉병과 같이 18세기 궁중미술의 양식을 규명할 때, 尙古體(Archaic Style)라는 것보다 더 좋은 표현은 없을 것이다. 회화에서 상고체 양식의 중요한 특징은 개념이 원형적이고, 소재와 형태가 표의적이고 반복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공간은 2차원적이라서 구조적 상관관계와 통합이 표면적·비사실적이다. 형태 구성은 관습적이고 선적이며 색채는 부분적으로 처리되고 계통적이며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규모의 장대함과 독창적인 조형성은 괄목할만하다. 즉 형태의 대담한 과장과 장식적인 표면 처리 등은 독특한 형식미를 추구한 조선인의 내적 조형의지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일월오봉병의 형태는 단순하며 개념은 순수하다. 이는 조선왕조의 중요한 왕권표상물로 표의적 조형양식과 원형적 개념의 강화를 통해서 순수하고 직관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화려한 제례복을 입은 태평시절의 순 임금이나 河圖洛書를 받은 성왕들이 살았던 고대와 직접 정신적인 교류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병풍을 뒤로 하고 임금이 어좌에 앉으면 균형과 조절의 중추적 위치가 된다. 임금은 만물 가운데 가장 신령하고 도덕적인 존재로 경건하고 차분하게 政事에 임하는 것이다. 즉 삼라만상을 통치하는 왕의 권위와 장엄을 창출한다.
일월오봉병은 長生圖 유형에 속하는데, 이와 견줘 언급되는 것이 ‘십장생도’다. 일월오봉병과 십장생도 두 병풍은 공통적으로 해, 달, 산, 물결, 나무, 폭포 등 산수화의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각기 원형적인 도상을 강조해 기존 산수화의 틀을 훨씬 벗어난 화면을 이루고 있다.
각 소재는 가장 특징적인 형태, 색채, 질감을 선택해 본질적 성격을 드러내는 데 치중하고 있으며, 고도로 양식화되고 과장된 것 또한 비슷하다. 다만 일월오봉병에는 동물그림이 아예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 큰 차이인데, 십장생도가 私的이면서 기복적 성격이 강한 것이라면, 일월오봉병은 항상 권위의 상징성을 지닌 엄격한 구성을 갖춘 公的인 그림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더욱이 십장생도는 화려한 극채색과 장식적 처리가 눈에 두드러져 마치 지상낙원과 같은 풍경을 연출하는데, 후대로 내려올수록 그 과장성이 더욱 심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월오봉병을 비롯한 조선의 궁중미술 작품들은 관지를 허용하지 않았기에 여러 작가가 참여한 공동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조정의 시험을 통해 궁중의 뛰어난 화원들을 충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작품은 대체로 익명으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궁중미술의 소재와 주제는 당시 중국에서는 폐기됐거나 주된 흐름을 이루지 못했던 반면, 조선의 궁중에서는 지속되어 그 개념이 심화되고 표현력도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즉 18세기 궁중미술은 중국으로부터 도입된 전통 위에 독자적인 발전과정을 거친 후 조선 후기에 이르러 독특한 양식을 이룬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 김홍남 (국립민속박물관장ㆍ미술사)
※ 필자는 예일대에서 미술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8세기의 한국미술’ 등의 저서가 있다.
출처-교수신문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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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궁궐화와의 비교 中, 제례복에 皇帝 표현…日, 기법 혼용 장식성 높여
중국에서 일월오봉병과 같이 황제의 권력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나타낸 문양표현을 찾자면 회화보다는 명청대 황제 祭禮服을 들 수 있다.
청 황제가 천단에서 기우제나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의식을 준비할 때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龍袍는 청색의 비단 바탕에 용과 구름, 도안화된 산과 물결의 모습 등을 배치했다.
산은 봉우리가 가운데 3개, 좌우에 1개씩 배치돼 총 五嶽을 이루며, 물결이 일렁이는 듯 포말과 함께 곡선이 반복되는 모습이며,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十二章紋의 문양이 있다. 공자가 엮은 것으로 추정되는 ‘書經’에서 제례복의 장식으로 나온 이 상징들은 漢代부터 황실의 제례복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명나라 때는 황제만이 12가지 무늬가 모두 있는 제례복을 입을 수 있었고, 황태자와 조선의 왕은 9가지 문양만 쓸 수 있었다.
용포에 쓰인 皇勸의 12가지 상징은 세 집단으로 배치돼있다. 목 주위에는 황제가 해마다 제사를 드린 땅과 하늘의 질서를 상징하는 해, 달, 산, 별을 뒀으며, 허리 주변에는 동지·하지·추분·춘분을 상징하는 紋, 도끼, 용, 꿩을 배치했다.
하단부에는 부서지는 물결이, 산무늬 바로 위에는 金·水·火·木·土의 오행을 상징하는 제례용 잔, 수초, 기장 낟알, 불꽃 등이 있다. 십이장문은 구름, 양식화된 ‘壽’자들, 복숭아 가지를 물고 있는 박쥐들 등 모두 장수를 상징하는 길조의 문양들 사이에 놓여 있다.
중국 통치자들은 하늘, 땅, 태양, 달, 농업의 신, 양잠의 여신, 왕실 선조들을 기리는 연중 제사를 통해 인간과 우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 유지를 도모했으며, 유교사회의 가치들을 강조했는데, 이런 의식들은 통치자의 가장 엄숙한 의무였다.

일본에선 도쿠가와 시대 장식화의 대가인 타와라야 소타츠(?~1640년경)가 그린 ‘일월산수도병풍’에서 해와 달, 출렁이는 물결, 산과 소나무, 폭포 등이 역동적으로 그려진 障壁畵를 만날 수 있다.
이 병풍은 좌우 각각 6폭씩 총 12폭이며, 산과 물결에 나타나는 양식화된 율동감과 황금색과 녹색, 보라와 갈색 등 대담한 색채로 생동감이 느껴진다. 배경은 바다를 내려다보는 환상적인 봉우리들이다. 金彩로 된 둥근 해가 있는 오른쪽 6폭은 봄풍경을 나타낸 것으로, 鐘 모양을 한 푸른 산봉우리는 활짝 핀 벚꽃나무와 소나무들로 덮여있다. 초생달이 있는 6폭은 겨울풍경이다. 구불구불한 윤곽선을 하고 있는 서로 겹쳐진 산봉우리와 낮은 언덕, 그리고 나뭇잎 위에는 눈이 가볍게 덮여 있다.
사람의 눈을 금방 끌 수 있는 이 문양화된 효과에 더해 파도와 소나무는 진기한 형태로 묘사됐다. 여러 서로 다른 기법의 혼용으로 인해 장식적이면서도 표현력이 강하다. 또한 어떤 색면이 마르기 전에 다른 색채를 그 위에 유입시켜서 자연적인 침윤에 의한 색채효과를 얻는 ‘타라시코미’라는 특수한 기법 덕택으로 단색조의 표면에 미묘하게 음영을 가해 변화를 주는 데 성공했다.
이 그림의 해, 달, 산, 물, 돌에는 나라와 임금이 만수무강하기를 하늘에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으며, 한·중과 같이 ‘吉祥’ 상징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 박본수 (문화관광부ㆍ미술사)
※ 필자는 홍익대에서 '조선후기 십장생도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삼성미술관 학예연구원 및 문화재청 감정위원 등을 역임했다.

출처-교수신문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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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조사: 한국 최고의 궁궐화
十長生圖, “치밀하면서도 안정된 느낌 일품”
일월오봉병 ★★★★★★★★★★ ㅣ 십장생도 십곡병풍 ★★★★★ ㅣ 이형록의 책가문방도 팔곡병풍 ★★★★★
한국 최고의 궁궐화를 꼽는 데 있어서, 이내옥 관장 등 추천자 10명 모두가 ‘일월오봉병’을 들었다. “국가의 공식적인 회화로 작가의 개성이 끼어들 여지가 없이 최고의 상징을 도모했다”라는 이유에서다. “강렬하면서도 진한 청색과 녹색 등으로 본질적인 세계를 잘 표현한 그림”이라는 평도 덧붙여졌다.
그 뒤를 이어 ‘십장생도’ 역시 주목할만한 궁궐화로 지목됐는데, 해, 구름, 산, 바위, 물, 학, 사슴, 거북, 소나무, 불로초 등 不老長生의 소재 10가지를 한 데 모아 그린 것으로 일단 크기 면에서 압도한다. 나아가 김정희 교수 등은 “궁궐그림답게 치밀하면서도 안정된 구도와 뛰어난 필치를 보여주며, 眞彩 또한 호화스러워 대표적인 궁궐화라 할 수 있다”라고 평한다. 십장생도는 정초에 왕이 신하들에게 하사하거나 신하들이 왕에게 진상했다고 하며, 궁중의 행사 때에는 왕비의 자리 뒤편에 놓여졌다. 음양오행의 원리를 따른 것은 ‘일월오봉병’과 같으나 동물그림 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점에서 다르다.
이형록의 ‘책가문방도’ 또한 중요한 것으로 평가됐는데, 서적을 위주로 종이, 붓, 벼루, 먹 등 문방사우와 선비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화병, 꽃, 필통, 과일, 등잔, 도자기, 부채, 안경 등이 화려한 색채로 그려졌다. 특히 화법이 독특한데 원근도착의 화법으로, 이것은 보는 이가 그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병풍의 그림이 보는 이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 외에도 화성행행도, 궁모란도, 동궐도, 해악반도도, 무신년진찬도, 오회분4호묘 해신·달신, 불의신, 안악2호분 비천도, 강서대묘 현무도, 강서중묘 백호도 등이 거론되었다.
/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 추천해주신 분들: 김정희 원광대, 박도화 문화재청, 박은순 덕성여대, 이내옥 부여박물관장, 이원복 광주박물관장, 이태호 명지대, 정병모 경주대, 조선미 성균관대, 한정희 홍익대, 홍선표 이화여대 교수, 이상 총 10명 가나다순.
출처-교수신문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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