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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쟁점] 풍요 기원 아니라 '생태환경변화' 그린 것

편집부


[쟁점]보존문제 제기된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새로운 學說 제기

울산 반구대 암각화 주변 선사전시관 건립을 둘러싸고 학계의 반대가 거세지는 가운데, 9월 16일 또 한 차례의 학술대회(한국미술사학회·한국암각화학회 공동주최, 국립고궁박물관)가 열렸다. 총 3명이 발표했는데, 그 중 이태진·황기원 서울대 교수가 미술사학자들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암각화의 가치와 보존을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한국미술사학회와 한국암각화학회는 앞으로도 문화관광부나 울산시에 전시관 건립안에 대한 시정요구와 반대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편집자주
‘충적세 후기 외계충격 현상과 울산 암각화’를 발표한 이태진 교수(한국사)는 ‘외계충격설’에 근거해 반구대 암각화의 가치를 평가했다. 외계충격은 지구에 큰 유성(운석)이 떨어져 일으키는 충격현상을 가리키는데, 이것이 각 문명에도 거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의 천재지변에 관한 기록 2만5천여 건을 분석한 결과 조선시대 기근, 전염병 빈발, 정쟁 심화, 왜란과 호란의 빈발이 모두 외계충격설과 무관치 않다”며 역사연구에 있어 외계충격설을 주장해온 이 교수는 울산 암각화 역시 영국 ‘학문간연구회’(SIS)에서 내놓은 ‘충적세 후기(B.C. 3500~500년)’설에 따라 새롭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울산 대곡리·천전리 암각화는 모두 충적세 후기의 외계충격현상을 담고 있다. 우선 대곡리 암각화는 평면 그림과 선 그림으로 구분되는데, 선 그림은 평면 그림을 지우고 덧그린 것으로 물짐승이 많이 줄었고 맹수가 부각되어 그려졌다. 이 교수는 한 학자의 추정을 따라 이를 ‘외계충격에 따른 환경변화’로 본다. 이런 주장은 암각화가 ‘신석기시대의 것’이라는 새로운 설과 맞닿는데 외계충격설이 있었던 B.C. 3500년에 해당하는 시기는 신석기 중·후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천전리 암각화에도 맹수와 기하무늬가 등장하는데, 이 교수에 따르면 이 무늬들은 “외계충격시 하늘에 펼쳐진 광경을 그린 것이며, 맹수의 등장은 장기적 외계충격 현상으로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난 것을 보여주는 그림으로 판단된다”는 것. 기존 연구들이 이들 무늬를 ‘상고인의 염원을 담은 주술적·종교적 차원의 상징부호’로 해석해왔던 것에 견준다면, 이 교수의 주장은 상당히 낯선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앞으로 관련 학계의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울산 암각화의 가치에 대해 “충적세 전·후기를 모두 담고 있는 세계적 자료”라고 평가하며, “이 일대 생태계 전체가 보존되어 심도 있는 과학적 분석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기원 교수(조경도시설계)의 논문 ‘경관에서 본 반구대 암각화 유적’은 현재 ‘기념물-사적’으로 지정돼있는 울산 암각화를 세계유산의 한 유형인 ‘문화경관’으로서 가치가 있는가를 따져 봤다는 점에서 새로웠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보호되려면 여러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조건에 얼마나 부합될까. 황 교수가 내릴 잠정적 감정평가에 따르면, “반구대는 세계유산으로서 유형에 적합하고 ‘탁월하고 보편적 가치’(OUV)를 충족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학술적 자료(특히 영문자료)들이 풍성해져야 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황 교수는 반구대의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은 점점 취약해지고 있는 실정(보존상태 불량)이라며, 결과적으로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유산으로서의 조건 일부만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즉 울산은 선사시대로부터 시작한 장구한 역사문화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전혀 깨닫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반구대는 언제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심각한 상태”라며, “무엇보다 댐의 방출로 연중 대부분 물속에 잠겨 있는데 여기서 끄집어내는 작업부터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현재의 대책위를 포용적 ‘준비위’로 개편해 학술적인 조사작업을 벌여나가는 것을 주장했다.
/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 출처-교수신문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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