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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사는 세상 (4) 미술의 개미투자

이규현

‘영리한 개미’는 사진으로 출발한다
큰돈 없어도 시작할 수 있어·저평가된 드로잉도 괜찮아
에디션 꼭 확인하고 구입해야

거액 자산가가 아닌 경우 처음부터 수천만원짜리 유화로 미술 투자를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미술 시장의 개미 투자자들은 부담이 비교적 적은 사진·드로잉·젊은 작가의 작품 등으로 시작해 보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특히 사진의 가격 상승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세계 사진 시장의 규모는 2000년 5000만달러이던 게 작년엔 9300만달러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미술시장 분석기관인 아트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국제시장에서 거래된 사진의 가격지수는 1990년을 100으로 잡았을 때 2006년 7월 현재 207이다. 평균 가격이 2배가량 뛰었다는 뜻이다. 올해 2월엔 에드워드 스타이켄(1879~1973)의 사진 한 장 ‘달밤 연못(The Pond-Moonlight ·1904)’이 뉴욕에서 292만달러(약 29억원)에 경매됐다. 에디션이 세 장인 이 작품의 다른 두 장은 각각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근현대미술관 모마(MoMA)에 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갖는 건 멋진 일이지만, 이렇게 유명 미술관이나 유명인사가 가진 ‘쌍둥이 작품’을 나도 가진다는 건 더 신나는 일이 아닐까? 여러 장 찍어내는 사진의 매력 중 하나다.
물론 모든 사진이 다 투자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회화와 마찬가지로 사진 역시 그 작가가 미술사에 끼친 영향이 크고 독창적일 경우 가치가 있다. ‘달밤 연못’의 스타이켄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와 함께 20세기 초 사진이 순수미술의 영역으로 자리 잡는 데 공헌을 한 작가다. 희소성도 중요하다. 해외에서 100만달러 넘게 팔리는 사진은 대부분 이젠 다시 찍어낼 수 없는 구식 방법으로 현상한 ‘빈티지 사진’이다. 현대 사진작가들도 에디션을 5~20장 정도로 제한해 인위적으로 가치를 올린다. 따라서 사진을 살 때는 에디션을 꼭 물어봐야 한다.

드로잉은 아직 저평가돼 있지만, 작가의 첫 감정과 생각을 빠른 속도로 뱉어낸 작품이기에 언젠가는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판화는 에디션이 100~300까지 되는 게 많아 희소성이 떨어진다. 오윤 같은 판화 전문작가가 아니라면, 대부분 작가들이 판화를 제작한 이유는 같은 작품을 여럿 찍어 팔기 위해서였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판화 탄생의 이유가 대중화와 보급화라는 걸 생각하면 투자용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데 유화는 비싸서 못 살 경우 대신 판화로 소장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억대 화가인 장욱진의 판화는 200만원 안팎에, 피카소의 판화도 1만달러 이내에 살 수 있다.
적은 돈으로 시작할 땐 젊은 작가 작품으로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을 노릴 수도 있다. 단, “너무 새로운 작가는 곧 사라질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 지켜보다가 사라”고 영국 파인아트펀드의 필립 호프만 대표는 조언한다. 신인 작가의 가능성을 점치려면 권위 있는 미술관이나 화랑이 지금 이 작가에게 얼마나 러브콜을 보내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개미들은 여기를 이용하라
요즘은 중저가 작품만 따로 모은 경매가 늘고 있다. 서울옥션(02-395-0331)은 경매 때마다 ‘2부 경매’를 따로 둬서, 가격대가 그리 높지 않은 대가(大家)의 드로잉이나 중견작가 작품을 다룬다. 서울옥션의 ‘열린경매’는 좀 더 싸게 소장할 수 있는 소품들까지 다룬다. K옥션(02-2287-3620)은 판화·드로잉 등을 모은 ‘종이작품 경매’를 따로 한다. 오는 11월 8일에 하는 종이작품 경매에서는 출품작의 70%가 300만원 이하에서 호가를 시작한다. 두 경매회사의 온라인 경매는 가격대가 비교적 낮은 판화·드로잉·소품을 위주로 하고, 무료회원도 응찰할 수 있다.
사진만 전문으로 다루는 화랑도 많이 생겼다. 김영섭화랑(02-733-6331)은 국내외 50세 이상의 중견작가와 작고작가를 폭넓게 다룬다. 특히 국내 근현대사진작품을 골고루 찾아보기에 좋다. 뤼미에르 갤러리(02-517-2134)는 이미 고가가 된 서양의 근대 빈티지 사진을, 와이트월 갤러리(02-548-7520)는 해외 현대사진을 전문으로 다룬다.
/ 이규현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0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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