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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예술강국이 21세기 강국이다]2. 비전을 가진 정책이 기초예술의 미래를 결정한다

편집부

체계적인 정부 지원… ‘동네 잔치’를 ‘세계 축제’로 키워
기초예술강국이 21세기 강국이다
2. 비전을 가진 정책이 기초예술의 미래를 결정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나라는 상상력에 투자하고, 그 상상력이 다시 국가의 미래를 창조한다. 21세기 문화 강국(强國)의 필요 조건인 동시에 충분 조건인 ‘기초 예술’을 육성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총성도, 국경도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연말 특별 취재팀을 구성하고 2006년 12월부터 최근까지 9개국 14개 도시를 답파하며 세계 각국이 자국(自國)의 기초 예술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벌이고 있는지 취재했다. 학교와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지,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사회와 지역 공동체는 어떤 관심을 보이는지, 기업은 어떻게 후원하는지 4가지 주제에 따라 세계 각국의 기초 예술 진흥 정책을 살펴본다.
지난 세기의 파리, 이번 세기의 뉴욕은 전 세계에서 당대의 천재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도시다. 대한민국이 세계 예술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떠오르기 위해선, 음악·미술·연극·문학 등 기초 예술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체계적인 예술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국가 전체가 손발 맞춰 ‘아르코’ 키운 스페인
1982년 스페인이 ‘아르코’ 아트 페어(art fair·미술품 견본시장)를 시작했을 때, 전 세계 미술계의 반응은 냉랭했다. “미술의 변방 스페인에, 어느 일급 화랑이 일급 작가 작품을 들고 찾아가겠느냐”는 반응이었다. 첫 아르코에 참가한 화랑은 90개에 불과했다. 셋 중 둘이 자국 화랑이었다. 관람객 2만5000명짜리 ‘동네 잔치’ 아르코는 26년 만에 30개국에서 270여 개 화랑이 참가하고, 관람객 20만 명이 몰리는 행사가 됐다. 스위스 바젤 페어, 프랑스 피악(FIAC) 페어, 미국 뉴욕 아모리 쇼 등 일류 아트 페어를 바짝 뒤쫓는 행사다.
성공 비결의 핵심은 ‘체계적이고 강력한 지원’이다. 아르코를 주최하는 단체는 마드리드 시(市) 산하 독립법인인 이페마(IFEMA)다. 그러나 실제로는 왕실·중앙정부·지자체·공공기관과 사기업까지 국가 전체가 손발을 맞춰 아르코를 키웠다.
후안 카를로스 국왕 부처는 해마다 주빈국(guest country) 수반을 국빈으로 초청해 왕궁에서 접대하고, 행사장에 안내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연간 400만 달러(40억 원) 넘는 예산을 지원한다. 이페마는 이 돈으로 다른 아트 페어에 없는 다양한 부대행사를 꾸미고, 해마다 세계적인 컬렉터 200여 명을 비행기로 불러들인다. 한편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코카콜라 스페인 지사 등 공공기관과 사기업은 미술품 구매 예산을 아르코 기간 중 집중적으로 쓴다. 자국 미술품과 해외 미술품을 골고루, 적극적으로 사들여 스페인 미술 시장을 키운 것이다. 아르코의 성과는 미술관 숫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현대 미술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스페인 미술관은 82년 5개에서 2007년 200개로 늘었다.

◆‘쇼핑 천국’에서 ‘문화 도시’로 이미지 바꾼 홍콩
공연 전문가들은 “아시아에서 유럽의 최신 공연을 보려면 홍콩에 가면 된다”고 말한다. 홍콩은 어떻게 ‘쇼핑 도시’에서 ‘문화 도시’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했을까?
홍콩 정부는 1972년 “고속 성장 중인 이 대도시에 필요한 건 예술축제”라고 결론짓고, 이듬해 홍콩예술축제를 열었다. “최고의 스타를 불러 축제의 ‘질’을 높인다”는 게 그들 정책의 핵심 원칙이었다. 홍콩 정부는 매년 2~3월 로버트 윌슨, 피터 브룩, 피나 바우슈 등 세계적인 연출가·안무가와 공연단체 등을 초청한다. 홍콩예술축제는 90년대 이후 아시아권 최고의 예술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축제 예산은 6300만 홍콩달러(약 76억 원)다. 1570만 홍콩달러(약 19억 원)는 정부가 지원하고, 1500만 홍콩달러는 기업 후원금 등으로 충당한다. 이번 축제는 사전 예매율 최고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흥행하고 있다. 해외 관광객을 비롯해 해마다 10만여 명이 축제 기간에 공연을 본다. 또 1992년부터 ‘영 프렌즈 스킴(Young Friends Scheme)’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46만 명의 학생들이 공연을 보고 리허설이나 워크숍에 참여하는 등 ‘미래의 관객’도 키우고 있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 관광지로서 홍콩의 위상을 올리는 데 성공한 정책”이라는 평이다.
- 조선일보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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