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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예술 강국이 21세기 강국이다]3.문화선진국은 지역 공동체와 기초예술이 공생한다

편집부

시골로 간 극단, 농사일 도우며 민요 채집
독일 한 도서관은 ‘내 고장’ 작가들 26년째 지원
특별취재팀
조선일보는 지난 연말 특별 취재팀을 구성하고 2006년 12월부터 최근까지 9개국 14개 도시를 답파하며 세계 각국이 자국(自國)의 기초 예술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벌이고 있는지 취재했다. 학교와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지,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사회와 지역 공동체는 어떤 관심을 보이는지, 기업은 어떻게 후원하는지 4가지 주제에 따라 세계 각국의 기초 예술 진흥 정책을 살펴본다.

일본 아키타의 극단 와라비자와 결연을 맺은 채소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 고등학생들. 극단 와라비자 제공 개미와 진딧물은 공생(共生)한다. 진딧물의 배설물은 개미에게 좋은 먹이가 되고, 개미에 달라붙은 진딧물은 쉽게 이동하며 천적들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예술과 지역사회는 어떨까. 부담스러운 사이일 수도 있지만, 서로를 살찌우는 공생 관계도 있다. 뜨거운 공생의 현장들을 찾았다.
◆농가들과 결연 맺은 극단
지명처럼 좋은 쌀로 유명한 일본 아키타(秋田). 1951년 도쿄에서 창단한 극단 와라비자(わらび座)는 2년 뒤 이 시골에 정착했다. 단원들은 농가에 살면서 일을 도우며 민요를 채집했다. 요즘도 신입 단원들은 1년간 의무적으로 주변 농가에서 일한다. 배우 츠바키 치요(여·36)씨는 “논밭에서 허리 구부리고 힘을 합치면서 말씨, 표정, 동작, 민요를 익힌다”며 “일본 전통춤은 허리와 다리를 많이 쓰기 때문에 얻을 게 많다”고 말했다.
와라비자의 다자와코(たざわこ) 예술촌으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은 주변 농가 500가구에서 1박2일 농업체험을 한다. 와라비자와 농부들이 계약한 밭에서 일하거나 논에서 모내기·추수에 참여한다. 이 극단의 고레나가(是永) 대표는 “대도시에서 온 학생들은 농부들과 ‘영차 영차’를 외치며 농작물과 땀의 소중함을 몸으로 배운다. 추수한 쌀이나 야채는 집으로 보내주는데, 수많은 편지가 날아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2004년 와라비자 방식의 농업체험에 정책적인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질척한 논에서 장화 신고 모를 심은 학생들, 벼 베고 감자를 캔 학생들은 편식도 없어지고 정서도 안정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농업체험으로 농가와 와라비자에 돌아오는 수입은 연간 1억엔(약 8억원). 고레나가 대표는 “처음엔 우릴 희한하게 바라봤던 농부들도 그 시선을 거뒀다”며 “농촌 청년 200여명은 예술촌에서 일자리도 얻었다”고 말했다.
◆지역 예술가를 전폭 지원하는 도서관
독일 서남부 로이틀링겐(Reutlingen). 인구 13만의 작은 도시지만 지역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은 작지 않다. 로이틀링겐 도서관은 26년째 ‘로이틀링겐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문학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로이틀링겐에서 활동하는 소설가와 시인만이 이 행사에 초청된다. 도서관 문화행사를 담당하는 베로니카 렌징 씨는 “작가의 문학성도 중요하지만, 우리 고장 예술가를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문화적 애향심이 시 문화정책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에 열린 올해 첫 낭송회에 초청된 요한 베버(35)씨도 이 지역 문인이다. 7년 전에도 이 무대에 섰던 그는 “그때는 신인이어서 절박한 상황이었는데 낭송회가 나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해마다 20번 정도 주민들의 문학강연회에 초청되는 베버씨는 “지역사회의 배려 덕에 창작의 꿈을 잃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시청 문화 담당관인 베르너 슈트뢰벨씨는 “지역문화 육성의 혜택이 돌아오게 된다는 데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와 스킨십 나누는 교향악단
미국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3개월마다 토요일 낮에 일곱 살 이상의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콘서트(Music for Families)’를 연다. 편한 차림으로 데이비스홀에 들어선 가족 관객들은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들려주는 해설을 통해 클래식에 재미를 붙인다. 단원들도 악기의 특징을 직접 소개하고 연주한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셰헤라자데’ 모음곡과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등 정통 관현악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1919년 시작돼 3만5000명 이상의 꼬마 관객을 모아들인 ‘어린이 콘서트(Concerts for Kids)’는 음악회가 열리기 전에 신청만 하면 ‘사전 학습’을 위해 가이드 북과 음반(CD)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학교를 찾아가는 ‘어드벤처스 인 뮤직(Adventures in Music)’, 도심 공원에서 열리는 무료 콘서트 등을 통해서도 지역 사회와 살갑게 접촉하고 있다.

독일 로이틀링겐에서 열린‘작가와의 만남’행사에 초대 받은 소설가 요한 베 버씨가 손풍금을 연주하며 자신의 소설 내용을 낭송하고 있다.
◆쓰레기 매립지로 간 서커스단
한 해 매출 6억5000만달러(6200억원)를 올리는 태양의서커스 본사는 캐나다 몬트리올 외곽의 쓰레기 매립지에 있다. “지역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게 1997년 여기로 이사온 까닭이다. 이 초대형 공연기업은 1984년 창단 때부터 공동체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왔다. 마을에 들어간 서커스단은 천막극장을 세울 때나 숙식을 할 때 주민들의 도움을 받는 게 오랜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길거리 곡예사 출신인 기 랄리베르테(48)씨가 만든 태양의서커스는 1989년 이후 해마다 수입의 1%를 사회사업에 쓰고 있다. 특히 1994년부터 불우 청소년들에게 서커스를 가르치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개탄 모렌시 사회·문화 담당 부사장은 “세네갈 호주 벨기에 브라질 등 55개국에서 거리의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서커스 워크숍을 열었다”며 “청소년 9000명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고 말했다. “관객은 그저 하룻밤 구경꾼이 아니라 우리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동업자”라고 했다.
-조선일보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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