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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의 미술투자 정석 / (3) 가격기준

이명옥


일부 애호가와 수집가들의 전유물이었던 미술이 대중에 가깝게 다가서면서 아트테크의 총아로 떠올랐다. 하지만 미술 투자에 대한 바른 정보와 미술시장에 대한 접근은 아직도 일반 대중에게는 어렵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이 10여 차례 연재를 통해 초보 투자자를 위한 미술투자 정석이라는 가이드를 마련한다.

◆이명옥의 미술투자 정석 / (3) 가격기준


이명옥 | 사비나미술관장



미술품, 크다고 비싼작품 아니다

가격을 흥정하려면 먼저 미술품 가격은 어떻게 매겨지는지 알아야 한다. 미술품 거래 역사가 유구한 선진국에서는 미술가의 명성, 작품성, 전시 경력, 재료, 제작 연도, 보관상태, 유행, 희소가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서 가격을 결정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한국에서는 이런 합리적인 가격 산출방식은 통용되지 못한다. 한국형 토종 가격제가 미술시장에서 텃세를 부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국식 가격제란 어떤 것일까?
◆ 그림
= 한국에서 그림 값을 결정짓는 것은 캔버스, 혹은 종이 크기다. 이른바 호당 가격, 전지가격이다. 호당 가격이란 캔버스 크기, 전지 가격은 종이 크기에 비례한 가격을 말한다. 예를 들면 캔버스 틀을 규정짓는 기본단위가 호수인데, 1호는 22.7×15.8㎝(F형), 10호는 53.0×45.5㎝다. 만일 독자가 호당 가격이 10만원인 화가의 10호 그림을 산다면 호당 가격에 호수를 곱한 100만원이 그림 값이다.
호당 가격이 높은 원로화가나 50호 이상의 대형 그림인 경우 호당 가격을 곱한 가격에서 에누리를 할 수 있다.
한국화에서는 캔버스 호수에 해당하는 기본단위가 `전지`다. 전지는 종이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대략 147×72㎝로 전지는 통상 서양화 40호에 비교된다.
언뜻 생각하면 그림크기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는 호당가격제는 대단히 합리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캔버스 크기가 커지면 덩달아 재료비, 노동력, 시간도 늘어날 테니까. 그러나 예술성이 생명인 그림 값을 크기로 결정짓는 한국식 발상이란 얼마나 비예술적인가? 다행히 미술시장에서 호당가격제에 대한 자성이 싹트면서 작품의 질을 가격에 반영하는 국제가격제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호수표가 필요한 독자는 네이버 검색어에서 호수표를 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조각
= 조각에서도 그림의 호수에 해당하는 가격산출 방식이 있으니 바로 표면적에 대한 크기를 뜻하는 중당, 혹은 중수 가격이다.
하지만 중당 가격은 조형물에만 적용될 뿐, 미술시장에서는 작품당 가격이 통용된다. 조각 가격과 그림 값의 다른 점은 유일성, 에디션 수, 조각가 생전에 주조, 혹은 사후에 주조한 것(로댕의 브론즈 작품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주조된 것이 많음)인지 여부다. 에디션이란 동일한 조각을 복수 제작한 것을 말하는데, 청동조각은 원형에서 대략 5~12개의 에디션을 만든다.
각 에디션에는 조각가 사인, 연도, 번호가 새겨진다. 에디션이 적을수록, 작가 생전에 주조된 조각일수록, 사후 주조인 경우에는 초기에 주조된 조각일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 판화
= 판을 반복해서 찍는 판화 특성상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에디션 번호다. 에디션 번호란 판화를 몇 장 찍었는지 알려주는 번호. 예를 들면 판화에 5/3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면 총 30매를 찍은 작품 중 5번째라는 뜻이다. 에디션 번호는 제목, 연도, 사인과 함께 연필로 적혀 있다. 오리지널 판화, 유사판화인지 여부도 가격에 영향을 끼친다. 오리저널 판화란 작가가 제작 과정에 참여한 판화를 뜻하는데, 판을 찍는 행위, 작품 수, 서명 등 모든 제작과정을 판화가가 직접 주도한다. 유사 판화에는 사후판화, 복제판화, 복제품이 있다.

사후판화란 유족이나 재단이 작가 생전에 제작한 판에서 찍어낸 판화. 복제판화란 판화가 승인을 받은 제3자가 작가 대신 제작한 판화, 복제품은 원작 슬라이드를 대량 복제해서 만든 인쇄물(아트 프린트)을 가리킨다. 만일 독자가 왕초보라면 가격 흥정 이전에 오리지널 판화, 유사 판화인지 여부를 판매 측에 반드시 확인할 것. 가격 차이가 많이 벌어진다.
다음시간은 가격 흥정이다.
- 매일경제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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