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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시장의 장기적 비전을 위한 고언

정준모

첨부파일 : 한국미술시장의장기적비전을위한고언.hwp


- 정준모 (미술행정,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시작하면서
한국미술시장은 유사 이래 최고의 호황을 맞고 있다고 연일 보도되면서 전혀 미술품 수장즉 컬렉션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많은 사람들이 미술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직접 미술시장에 뛰어 들지는 않지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미술시장을 지켜보고 있다.
물론 이렇게 미술시장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시중의 자금유동성이 높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가지 근거가 있겠지만 여러 차례 논의 된 탓에 여기서는 이 정도로 줄이기로 한다.
하지만 미술시장의 활황이라는 소식에도 정작 반가워해야 할 화가들을 중심으로 한 미술인들은 마냥 남의 잔치에 구경나온 격이다. 왜냐하면 ‘5인방’이니 뭐니 하는 몇몇 특정 작가를 중심으로 작품의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평균적으로 미술시장의 작품가는 올라갔지만 아직도 70년대 또는 80년대 그리고 미술시장이 가장 좋았다고 평가되는 1993년 전후의 ‘팔리는’ 작가들의 평균가격과 숫자를 넘어 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 때문이다.
90년대 미술시장의 특징은 골고루 작품가가 형성되면서 적어도 미술시장에서 어느 정도 통하는 작가 군이 200여 명 선에 이르렀고 이중에서도 생존 작가들이 80%이상을 차지했다. 이 반면 요즘의 미술시장은 앞서 지적 한 것처럼 일부작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미술시장 전체의 90%이상을 차지하는 현상 때문에 미술시장의 외형이 커진 것처럼 보이고 또 한편으로 이들 작품가를 중심으로 연일 상종가를 기록하면서 미술시장 전체가 엄청나게 팽창 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을 낳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소위 인사동을 중심으로 한 소위‘나까마’라는 미술품 중간상들이 경매가를 기준으로 작품가를 정하고 이를 토대로 거래함으로써 일부 작가의 작품가를 급반등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또 미술품 경매에서 상종가를 치는 한정된 일부 인기작가의 작품들을 매집하면서 미술품 가격을 급격하게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또 일부 유동자금이 미술시장에 들어오면서 작품의 내용이나 질 보다는 인기작가의 작품에 열중하는 이른바 배블렌 효과가 나타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대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사치적인 소비를 통해 신분을 과시하려는 현상 때문에 비쌀수록 오히려 수요가 증가해서 가격이 오르는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소비형태가 문화소비재인 동시에 유일하게 환금성을 갖는 미술품의 특성상 나타난 때문이다.
게다가 미술시장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일부 대형 미술품경매사들이 서로 자존심 싸움을 하듯 ‘낙찰가 총액’과 ‘최고 낙찰가’경쟁을 벌이면서 연일 최고가를 쏟아내었고 이에 언론을 비롯한 시중의 관심이 오직 미술품 가격에 집중하면서 빚어진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갱신은 지난 15년간 불황이었던 미술시장으로서는 조금만 가격이 상승해도 당연하게 매일 매일 기록이 갱신될 것이 뻔 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당연한 일이 일반국민에게는 통하는 소재였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미술문화에 대한 저변이 얇고 좁았던 사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에 미술시장의 활황이라는 지적의 일면을 살펴보면 IMF시대를 거쳐 오면서 지난 15년간의 절대불황의 시대와 상대적으로 대비되어 더욱 더 활황인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미술품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커지면서 완상용으로 만 인식되던 미술품이 거래와 투자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미술시장은 종래와는 다른 활황기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다만 활황처럼 보이는 것은 지난 15년간의 시간이 영하 30도의 혹한이었다면 현재 미술시장의 기온은 영상 5도 정도 되는 때문이다.
필자는 ‘미술시장의 활황’이라는 판단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왜냐 하면 우리나라의 경제력에 비해 미술시장은 지난 15년간의 불황을 통해 저점에 머물러 왔기 때문이며 또한 70, 80년대의 인가작가들의 작품가가 최소한 당시의 가격까지는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세계미술시장에서 평가를 받는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술시장에 투자의 목적이건, 애장의 목적이건 간에 새로이 관심을 가지는 신진그룹이 아직도 본격적으로 미술시장에 들어오지 않고 이 새로운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예비고객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창조적 반성을 시작으로
이러한 미술시장의 잠재적인 성장 조건을 여느 때보다도 튼실하게 갖춘 한국미술시장이 이제 장년층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창조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서로가 남의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미술시장의 문제점과 내외적 현실을 적확하게 집어내고 이에 대한 실천적 대안과 명실상부한 문화산업의 중추로서의 위상을 세워야 할 것이다.
미술시장이란 유일하게 거래될 수 있는 예술이라는 속성상 어느 시대건 주목을 받아왔다. 미술품이란 문화적 자산이라는 평가나 인류의 정신사적인 산물,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 민족의 문화유산이라는 고상하고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이면에는 시대를 떠나 언제나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을 확인시켜주는 수단이면서 신분을 과시 할 수 있는 표상이기도 했다.
때문에 미술품은 언제나 일부 유한 계층의 소유물이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춥고 배고프던 시절’을 지나오면서 미술품은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과 함께 ‘없는 자’들은 ‘가질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많은 이들의 질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미술품의 양면을 보지 못하고 일면만 강조된 시각 때문에 미술품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자는 천박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미술품에 대한 오도된 인식을 바로잡고 미술시장의 모처럼의 활황세를 이어 한국미술의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 앞으로 어떻게 전략을 세우고 실천하며 관리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미술시장은 화랑이 중심이 되어왔다. 그러나 오랜 불황으로 많은 거개의 화랑들이 대관위주의 화랑으로 전환하였고 일부의 경우 대관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대관전을 여는 화랑도 비일비재했다. 여기에 적은 돈이지만 정부로부터 해외아트페어에 참가하는 화랑들에게 지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하는 작가들에게 운송비와 여비를 부담시키거나 작품으로 대신 내게 하는 경우 등이 그렇다. 이런 현실을 놓고 보면 화랑의 주 고객은 컬렉터보다는 화가들이었던 셈이다.
미술시장이 활황 일 때는 인기 있는 작가, 명망 있는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거래하면서 성장해온 화랑들이 불황으로 접어들면 작가들에게 화랑을 대관해서 화가들의 주머니로 현상유지를 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게다가 기획전은 일년에 한두 번 열면서 개점휴업상태로 돈 되는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중간에서 알선하면서 성장해 온 화랑들도 많다. 또 미술품을 매매하면서 중간이익으로 부를 축적한 많은 화랑들이 이익의 일부를 미술시장의 성장이나 새로운 작가의 발굴이나 지원을 통해 새로운 블루칩 작가들을 양성하기 보다는 부동산이나 기타 자산운영에 투입해서 개인의 부만 증식했다는 지적도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화랑들은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시장의 폭과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해 낼 수 있는 새로운 작가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시장의 폭을 좁혀온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현재의 고객에게만 충성을 다 해도 화랑을 운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소위 ‘구로도 손님’이라고 하는 고객들이 연로해지면서 미술품 수장에 부담을 느끼자 미술시장이 냉각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의 취향과 취미에 맞는 작품만으로도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이 없었던 화랑들로서는 새로운 수장가 층을 고객으로 개발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렇게 일부 수장가 층에 집중된 마케팅으로 인해 스스로 폐쇄적인 시장을 만들어 그 속에 안주함으로써 미술의 외연을 넓히는데 실패한 점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개방되는 시대에 역행해서 이렇게 폐쇄적인 시장에서 스스로를 한정 짓다보니 미술의 저변확대나 미술품에 대한 사회적인 공유의식을 확산시키지 못한 것이 지난 15년 불황의 한 축임도 자인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요즘 미술시장의 중심축이 경매회사로 넘어 간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화랑중심의 미술시장의 편협함과 폐쇄성은 전반적인 미술품 애호가 층에게는 문턱으로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미술품 거래에 있어서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소홀히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즉 새롭게 미술품 수장에 관심을 가진 컬렉터에게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은 물론이고 미술품을 믿고 소장 할 수 있는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니 최소한의 신뢰라도 구축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미술품 거래에 있어서 소비자인 컬렉터에게 모든 화랑은 당연히 고객들에게 신뢰를 제공하고자 노력을 해야 한다. 따라서 누구건 간에 작품을 구입할 시 최소한 작품의 정보(DESCRIPTION)를 포함한 보증서는 물론이고 작품의 소장 및 이력(PROVENANCE)과 함께 작품 관련 문헌정보(LITERATURE AND REFERENCES)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자료조차 제공하지 않는 것이 한국미술시장의 현실이다. 아니 다 잘 아는 고객과 화랑사이에서 이런 기본적인 서류조차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술시장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미술시장의 중심이 없다는 것이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미술시장은 예술가인 동시에 생산자이자 노동자인 미술인들과 미술시장의 중심이었던 화랑의 연합체였던 화랑협회를 중심으로 협업체제를 이루었다. 그러나 미술시장이 경매를 중심으로 다시 활황의 조짐을 보이면서 기존의 화랑과 미술품 경매회사, 그리고 온라인 미술품 판매회사 등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면서 이들을 한데 묶어 건전하고 참된 미술시장을 리드해 나갈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미술시장의 활황기미에 너도나도 미술시장에 뛰어 든다면 예측할 수 없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생길 개연성이 높아진다. 그럴 경우 가뭄에 고대했던 단비가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하게 끓은 물은 쉬 식는다는 말처럼 미술시장을 활황으로 이끌어 내고 장기적으로 이 호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미술시장의 중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술시장의 중심에는 언제 어디서나 소비자 즉 컬렉터는 물론 미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애호가 층에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며 모든 미술시장의 정책과 대안들은 화랑이나 미술품 경매사의 입장이 아닌 이들 소비자 즉 컬렉터들의 입장에서 고민하면서 견고하게 만들어 져야 할 것이다.

그간 화랑과 경매회사를 중심으로 한 미술품 유통시장은 대 사회적인 명분 쌓기에 실패해 온 것처럼 보인다. 미술시장의 주력세력인 화랑들은 늘 자신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해 오면서 제세문제나 작가의 발굴과 지원이라는 자신들의 의무를 수행하는 데는 인색함을 보여 왔다. 때로는 특정화랑과 잠정적인 전속관계에 있는 작가라 할지라도 컬렉터들이 조금 관심을 보인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들 작가의 작품을 취급했다. 이런 행태는 중국 아방가르드 작가들이 급부상하자 많은 화랑들이 중국작가들에게 매달리고 중국진출이 러시를 이루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화랑의 경영주나 경매회사의 주주들은 문화적 재화인 미술품을 경제적 재화로 환원한다는 의미에서 예술가 또는 미술인에 준해서 사회적인 대접을 받아왔으며 이러한 예우를 당연하게 요구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까지 이러한 대우에 대해 화랑주나 경매사의 경영주나 주주들은 어떻게 대 사회적인 책임 다했으며 미술인들에게는 어떻게 해왔던가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또 가난한 화가나 미술인은 많은 데 가난한 화랑은 없는 이유도 곰곰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취하는 화랑과 경매사 등 미술품 유통업체가 무엇을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 미술시장의 한 축인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술품 유통업체가 어느 정도 외형을 갖춘 만큼 이제‘죽는 소리 그만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몫을 다하면서 사회에 또 다른 것을 요구하는 당당한 자세가 향후 미술시장을 간단없는 활황으로 이끌어 내는 힘이 되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미술시장의 중심이 없는 것보다 심각한 것은 미술시장 구성원들 간의 불화이다. 특히 화랑과 경매회사 간 서로 ‘네 탓’이라고 하는 지적은 미술시장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나 새롭게 미술품 수장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실망감만을 준다. 한국화랑을 대표하는 양대 화랑이 미술품 경매회사의 대주주로 등장하면서 생긴 이 상황은 서로 협의하여 포괄적인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경매회사에 대주주로 참여한 화랑들을 비난하는 화랑들의 경우도 또 다른 비난으로부터 자유스럽지 않다는 점에 있다. 미술품 경매회사에 참여한 화랑들을 비난 하는 화랑들이 앞을 다투어 온라인 경매회사를 운영한다든가 사모펀드형식의 미술품펀드를 출시해서 자신이 운용을 맡는 비도덕적인 일들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경우는 온라인상의 미술품 판매회사가 합리적인 근거 없이 오프라인상의 미술품 중개상들을 무조건 공격하는 경우도 왕왕 일어난다. 또 “일단 사놓고 보시라니까요.”식으로 미술품은 사기만 하면 돈이 되는 “황금 알을 낳는 닭”같다고 부추기는 유통업자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호비난전은 서로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다. 일반적으로 시중의 의견은 ‘서로 다를 것 없다’는 것이 중론이고 보면 미술시장 특히 화랑과 경매사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서로가 비난을 자제하고 사회로부터 믿음과 사랑을 이끌어 낼 방안부터 모색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서로간의 지적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안은
앞에서의 반성은 미술시장을 활황으로 이끌어 낼 대안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술시장의 대안은 그 어떤 무엇보다도 고객 즉 컬렉터들을 우선해서 마련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다시 정리해 보기로 하자.
우선 미술시장의 유통부문을 책임지는 기구가 설립되어야 할 것이다. 미술시장의 규모가 영세 할 때는 기존의 한국화랑협회가 중심이 될 수 있었지만 유통환경의 변화와 컬렉터 층의 증가 그리고 미술품 경매회사와 온라인 미술품 경매사 등이 난립하면서 새로운 중심이 필요한 시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미술시장의 중심인 화랑과 미술품 경매사 그리고 온라인 미술품 유통업체등이 연합하여 하나의 기구를 형성하고 이들이 자율적으로 미술품 유통체제를 조정하고 감시하고 때로는 규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미술시장의 현안들을 상호 협의하는 가운데 소비자 즉 컬렉터들을 보호하고 믿고 미술품을 수장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미술시장의 특성상 타율적이기 보다는 자율적인 스스로의 규제와 통제가 중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회원들을 관리한다면 보다 신뢰받는 미술유통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 협의체가 해야 할일은 미술품 유통업의 특성별로 분과위원회를 두고 구체적이면서도 포괄적인 “미술품 유통업 윤리강령”을 선포하고 이를 회원들이 준수하도록 하며 이를 어기는 회원에 대해서는 제명 등 제제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도는 현재 화랑협회가 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거나 효력이 없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따라서 이 경우 제명당한 회원사는 신문에 공고하는 등 일반적인 컬렉터들이 거래를 하지 않도록 유도함으로써 미술시장의 투명성을 담보해 나가도록한다.
그리고 회원사들은 의무적으로 최소한의 영업보험에 부보 하여 혹여 발생 할지 모르는 거래에서의 실수나 거래 후 위작시비 등등의 분쟁에 대해 즉시 보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렇게 영법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고지하고 회원사들은 이들이 ‘미술품 유통업 연합회’(가칭)의 회원사임을 밝히는 현판 등을 게시함으로써 최소한 고객들이 이들 회원사에서 미술품을 거래 했을 경우 어느 정도 안심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거래되는 작품에 대해 의무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것도 규정함으로써 미술시장의 신뢰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술품 유통업체는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가입한 회원사가 미술품 유통업연합회의 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방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고객을 우선적으로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미술품 유통업 기본법’(가칭)을 제정하여 미술품 유통업을 세분하고 각각의 기준을 두어 등록제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유통업의 규모에 따라 최소한의 자본금을 규정하고 세부적으로 전문직원의 수와 기타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할 사항 등을 적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미술품 유통업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고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면 자율적인 스스로의 규제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대안의 두 번째로 미술품 유통업체들의 사회기여의 기회를 확대하고 미술문화 발전을 위해 기여함으로서 당당하게 미술시장의 주역으로 성장해 나가기위해 ‘한국미술문화진흥재단’을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이 재단은 재단법인 또는 사단법인형태로 한국미술품 유통업협회(가칭) 회원들의 회비와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조성되며 일정액이 기부되면 정부가 그 만큼의 액수를 지원하는 매칭펀드 형식의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연말에 영업소득 신고액의 일정 %를 의무적으로 기부하는 방안도 있어 미술품에 부과하려는 일종의 국민여론세인 동시에 보복적 감정세인 양도소득세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재단은 한국미술문화 발전과 진흥을 위해 목적사업을 수행하는데 그간 화랑이나 미술품 경매회사 등이 미술품 유통시장의 건전 활성화를 위해 필요했던 사업 즉 작가별 레조네 발간, 미술품 가격의 DB화와 가격동향 보고서 발간, 회원사들의 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이를 취합 공개하는 월간 미술품 가격 동향지 발간 그리고 한국미술품 감정연구소 설립을 통한 DB구축과 역량강화, 전문 감정 인력의 양성 및 해외유학지원, 해외미술품 감정연구소와의 교류, 보존과학센터운영과 한국미술품 감정 및 감정서 발급업무와 함께 젊은 작가의 양성을 통해 새로운 미술시장의 주역을 탄생시키기 위한 대안공간의 지원, 한국작가들의 해외진출 거점마련 및 지원, 한국작가의 해외주요미술관 전시지원, 영문 등 외국어 도록발간지원, 미술이론가 즉 미술평론가나 미술사가 들의 우수논문지원 및 저서출간 등의 출판사업도 병행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원로작가들의 화집발간과 어려운 원로작가들의 생활비 및 치료비 지원 등 미술인 복지사업 등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현재 미술계의 추급권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사립미술관의 지원 등에도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또한 미술품 수장가 들을 위해 대형수장고를 건립 임대, 원로 및 작고작가들의 저작권 위탁관리, 미술품 감정, 미술품의 수복 등 몇 가지 수익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명실 공히 미술동네의 복지와 유통, 지원을 통한 성과를 획득하기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사회적 기여를 통한 미술시장 구성원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는 동시에 미술품 유통업의 사회기여를 통해 미술품 양도소득세, 추급권 등의 문제도 포지티브한 측면에서 다루어 질 수 있도록 이제는 베풀 시기가 되었으며 그 명분 또한 필요하면서도 충분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글에서 나오면서
어느 한 측면에서 본다면 특히 원로작가들의 노후나 유족들의 생존권 차원에서 추급권은 타당하다. 추급권이란 미술품이 재판매될 때마다 저작권자인 작가나 사후에는 작가의 상속권자 똔 저작권을 소유한 이에게 사후 70년까지 판매액의 일정한 몫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물론 이는 경매시장이나 전문 중개상을 통해 거래될 경우만 해당되고 개인간의 직접 거래나 개인이 공공미술관에 판매할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추급권의 경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 왜냐하면 실제로 추급권에 의해 저작권자에게 일정금액을 지불한 사례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추급권을 도입할 경우 작가 또는 유족과 컬렉터 사이에 분쟁만 야기하고 추문만 나올 뿐 별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원로작가들을 중심으로 추급권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미술시장의 유통부분의 비정함 때문이다. 원로들이 몇 푼의 금전 때문에 이를 주장하거나 이들을 부추기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느끼는 배신감 때문이라는 것을 미술품 유통업계는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미술시장의 내외적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미술계와 미술시장은 앙시앙 레짐 같은 구체제의 견고한 껍질 속에서 나오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술품 유통업계는 남에게 베풀 것을 요구하기 전에 당당하게 자신이 먼저 베풀고 내 놓는 성숙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미술시장의 후진성은 어디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그것은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전근대적인 생각에서 나온다. 그리고 미술문화의 보루이자 미술시장의 가치척도이자 미술문화를 선도하는 국공립 미술관은 물론 사립미술관들의 활동이 미미한 것도 동인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미술시장 특히 비대해지는 일부 화랑이나 미술품 경매회사들을 보면 ‘구구단도 외우지 못하는 학생이 인수분해를 푸는 듯’ 한 느낌이 든다. 기본기를 접어두고 원칙을 망각 한 채 당장의 성과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미술문화의 지지층인 하체 즉 탄탄한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미술시장의 건전성과 활황을 이어나갈 것이냐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는 정부당국에 먼저 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조금이나마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면서 당당하게 요구하는 자세는 미술인들은 물론 미술시장에 새롭게 관심을 가진 컬렉터 그리고 한국의 당대문화라는 점에서 오늘을 사는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몫이다.
이와 함께 미술시장의 양대 축인 화랑과 경매회사들은 자체적인 정화능력을 보여야 할 것이며 낙찰률이 높은 돈 되는 작가의 작품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미술품의 정당한 평가를 담보해 낼 미술비평의 활성화와 큐레이터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재교육에 대해서도 호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또 미술시장에 새롭게 입문하려는 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미술에 대한 기본기를 갖출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야 할 것이다. 투자와 분배는 없이 이득만 취하려는 작금의 태도는 마땅히 버려야 할 것이다. 미술시장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미술문화의 근본인 미술관과 화가와 조소예술가 등등 미술인들이 소외된 활황이란 ‘그들만의 잔치’에 불과하다. 이제 정작 주빈들이 빠진 ‘그들만의 잔치’에 이제는 주빈들을 초대(?)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구멍가게 수준에서 출발한 미술품 유통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은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도 주효한 탓이지만 그러나 이제 구멍가게를 벗어나 미술시장의 외형이 거대 백화점 수준에 이른 지금도 구멍가게를 운영하던 자세와 태도로 일관해서야 될 말이겠는가. 적어도 미술품 유통업계의 구성원들이 진일보한 자세로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화산업의 종사자로서 격과 품위를 갖추는 동시에 출판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조직력과 실천력을 되돌아 볼 것을 주문하면서 부족한 대안이나마 여기서 맺기로 한다.

- 이 글은 한국화랑협회 주관 <건전한 미술시장을 위한 세미나(2007.10.12)에서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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