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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의 미술투자 정석 / (4) 가격흥정

이명옥

미술품 할인폭은 전시 끝날때 커

작품 값을 흥정할 때는 가격정보(세일즈 레코드)를 입수해서 할인 폭을 예측한 후 적정가격을 제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중가격제라는 고질병을 앓고 있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가격 리스트가 없는 상태에서 충동 구매할 경우 바가지를 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중가격이란 시장에서 부르는 가격과 실거래가격이 다른 것. 즉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뜻이다. 가격 정보는 미술은행 사이트, 아트프라이스 잡지, 서울옥션 사이트, 아트프라이스닷컴(해외)에서 얻을 수 있으니 최근 3년간 시장에서 거래된 작품 값을 꼼꼼히 분석한 후 할인 폭을 점치자.
◆ 전시화랑
= 개인전이나 기획전 등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미술품을 판매하는 화랑, 전시화랑은 작품 당 40~50%의 이윤을 챙긴다. 화랑마진이 작품 값의 절반이라면 폭리를 취한다고 느낄 독자가 많을 것이다. 실제로 최신작, 혹은 화랑이 검증한 작품을 선보인다는 장점을 내세운 전시화랑 가격은 가장 비싸다. 자, 독자는 값을 얼마나 깎을 수 있을까? 인색하게도 10% 정도. 화랑 이윤에 비해 할인 폭이 적은 것은 우선 전시비용이 많이 들었고, 가격을 내릴 경우 구매층이 얇은 국내 미술시장 특성상 다른 고객에게도 가격을 깎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즉 가격보호 차원에서 팔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돈을 버는 셈이 된다.
하지만 전시화랑에 다른 작품을 구해 달라고 의뢰할 경우 할인 폭은 커진다. VIP고객이면 20~30%까지 할인혜택을 받는다. 에누리가 후한 것은 전시비용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데다 이미 거래된 구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전시화랑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즐거움을 맛보기가 힘들어졌다. 가격정찰제를 실시하는 화랑이 생겨나고, 웃돈을 얹어주겠다는 소위 묻지마식 투기꾼들이 설치기 때문이다. 자, 아직도 가격 할인에 미련이 남는 독자가 있다면 전시가 끝나는 날, 화랑에 찾아가서 팔리지 않은 작품을 상대로 마지막 흥정을 하자. 전시비용을 손해 본 화랑이라면 초조한 마음에 구매자 요구를 받아드릴 가능성이 높으니까.
◆ 대관화랑, 직거래
= 전시를 원하는 미술가에게 계약기간 돈을 받고 장소를 빌려주는 화랑, 즉 미술가들이 임대료를 지불하는 대관화랑에서 전시를 하는 것은 문턱이 높은 전시화랑은 블루칩 작가 혹은 예비 인기 작가들 몫이기 때문이다. 대관화랑에서 미술가는 전시기간 작가이면서 화상으로 변신한다. 즉 구매자와 미술가의 직거래다. 화랑 마진이 없는 만큼 할인 폭도 커지고 운이 따르면 절반 가격에도 미술품을 살 수 있다. 과연 횡재일까? 천만에, 직거래에는 복병이 숨어 있으니 바로 작품 수준이 들쭉날쭉하다는 것. 작품성의 편차가 심한 것은 돈을 받고 전시장을 빌려주는 대관화랑의 한계다. 게다가 시한부 화상인 미술가는 시장가격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값을 매긴 경우도 많아서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게 마련이다.
만일 독자가 대관화랑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는데 불행히도 가격 정보가 없는 미술가라면 어떻게 할까? 최상의 방법은 노련한 화상을 소개받아서 중개료를 주고 대신 흥정하는 것이다.
이제 독자는 궁금해진다. 과연 전시화랑과 대관화랑은 어떻게 구별할까? 해답은 간단하다. 각 전시장에 배포된 무료 전시 가이드를 펼쳐서 전시 일정을 쭉 훑어보라. 7~10일 간격으로 전시 일정이 빽빽이 적힌 화랑은 곧 대관화랑이다.
끝으로 흥정의 잣대인 가격 정보의 중요성은 일백번 강조하면서도 값을 깎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있음을 독자에게 고백한다.

바로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작품을 만났을 때, 간절히 원하는 미술품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인, 흥정의 달인이 되고 싶은 마음마저 불경스럽게 여겨지는 그 신비한 느낌! 독자들도 기적의 순간을 체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다음시간은 경매 가격이다.
-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 매일경제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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