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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의 미술투자 정석 / (5) 경매가격

이명옥

화랑보다 높은 낙찰가 조심해야
2차시장인 경매가 1차시장인 화랑을 넘볼 만큼 인기몰이 중이다. 스타 미술품의 탄생, 최고낙찰액 경쟁 등의 흥행적 요소에 국내 미술시장의 고질병인 밀실거래를 공개적인 장소로 끌어낸 공적 때문이다.
과연 경매는 한국 미술시장의 희망일까? 아니, 영국의 저널리스트 피터 왓슨이 파헤친 경매비리사례모음집을 보면 장밋빛 환상은 무참하게 깨진다. 왓슨은 경매 역사가 유구한 선진국에서도 경매회사들이 매점동맹, 샹들리에 응찰, 전화 및 대리응찰 조작, 도굴품 세탁 등 보다 많은 수수료를 챙기기 위한 다양한 비리를 저질러왔음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이런 선진국형 비리가 새내기 한국 경매를 오염시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독자에게 경매투자가이드(구매, 판매, 보유)를 제시한다.

◆ 구매(Buy)
= 현재 시장가격이 상종가이면서 생애 마지막까지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미술가의 대표작품은 경매에서 구매하자. 유명 미술관이 탐내는 작품, 전시화랑이 개인전과 화집, 책 출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 마케팅하는 전속작가와 특정작가의 대표작이 이에 해당된다.
미술가의 명성이 높아지면 그의 작품은 경매에 오르고, 높은 가격에 낙찰되면서 유동성(환금성)은 대폭 향상된다. 또 경매 스타가 되면 화랑에서도 잘 팔리면서 가격은 계속 오른다. 실제로 낙찰가는 뉴스가 되고, 미술계와 미술시장, 수집가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독자가 유의할 점이란 경매에서 화랑가격보다 높은 낙찰가 경쟁은 피할 것. 왜?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 투기꾼들이 설치기 마련이고 작품성을 보증할 미술관들이 예산 부족으로 구매를 꺼리기 때문이다. 공공컬렉션이 외면한 작가의 명성은 세월이 흐를수록 빛을 잃고 가격도 급격히 떨어진다. 자, 투자한 미술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지 말자.
◆ 판매(Sell)
= 현재 작품 값은 고공행진이지만 생애 말년까지 가격오름세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 미술가 작품은 경매에서 미련 없이 팔자. 유명 미술관의 소장품도 아니고, 권위 있는 전시회에 초대받은 경력도 없으며, 미술전문가들의 관심조차 끌지 못한, 오직 대중의 취향과 감성을 겨냥한 대가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미술품, 즉 예술성에 비해 과대 포장된 인기작품들이 판매 대상이다. 유의할 점은 경매회사와 최저제한가(그 가격 이하로 작품을 팔지 않음)를 협의할 때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 만일 유찰될 경우 수수료와 출품료, 보험료 등의 돈만 손해볼 뿐더러 유찰된 작품은 수 년 이내 다시 팔기 힘들기 때문이다.
◆ 보유(Hold)
= 미술전문가들이 예술성을 검증하고 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되면서도 가격보합세인 미술가의 작품은 보유하자. 왜? 실제 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과소평가된 작품이니까. 예를 들면 요즘 국내 미술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구상화에 치여 제 값을 받지 못한 비구상화가 이에 해당된다. 구매자의 취향과 유행이 바뀌면 값은 오르기 마련. 인내심을 갖고 훗날을 기약하자.
끝으로 경매장을 찾는 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경매회사가 작가와 직거래한 작품은 가능한 구매하지 말 것. 국내 경매회사들은 미술품 거래 역사가 일천하고 소장가층이 얇다는 한국적 상황을 면죄부 삼아 소장가가 아닌 작가에게서 작품을 직접 받아 경매에 올리곤 한다. 이런 경우 예술성이 떨어지는 작품을 경매장 열기에 휩쓸려 비싸게 살 위험성이 높다. 왜? 미술가들은 전시 경력을 중시하기에 전시회가 아닌 경매에 좋은 작품을 내놓기를 꺼린다.
또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다수 현역작가 작품은 화랑에 적정가격을 제시하고 의뢰하면 즉각 구입해준다.
미술가의 전시권을 쥐락펴락하는 화랑의 영향력은 경매회사보다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다음 시간은 소장품 가격 올리는 법이다.

- 이명옥(사비나미술관장)
- 매일경제 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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