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소장품을 빌려줘라

그대는 자신의 취향과 안목, 투자가치를 세심하게 고려한 끝에 미술품을 샀다. 자. 애써 구입한 소장품의 가치를 높이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미술가, 평론가, 큐레이터, 학자, 화상, 컬렉터,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미술품으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법, 다음은 사랑받기 위한 5가지 방법이다.
◆ 전시회에 작품을 대여하자
= 미술품 가치는 세상에 널리 알려질수록 높아진다. 입소문을 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획전, 회고전, 특별전에 소장품을 빌려주는 것이다. 만일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소장품 대여를 요청하면 기쁘게 응하자. 왜? 작품성을 검증받은 셈이며, 훌륭한 전시회에 출품된 횟수가 늘어날수록 작품의 명성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990년 뉴욕크리스티경매에서 고흐의 `가세 박사의 초상`은 8250만달러라는 경이적인 가격에 팔렸는데, 그 결정적인 요인은 소장가인 롤라 크라마르스키가 세계 최고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6년 동안이나 작품을 빌려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소장품을 대여하면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 있으니, 미술계의 귀빈이 된다는 것, 전시개막식, 만찬의 단골손님으로 초대된다.
◆ 미술관에 작품기증, 혹은 싸게 팔자

= 만일 그대가 유명미술가의 작품이 많다면 그 일부를 미술관에 기증하자. 왜? 미술관의 소장품이 되면 한시적으로 관객에게 선보이는 대여보다 영구적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으니까. 선진국에서는 예산이 부족한 미술관들이 소장품을 늘릴 수 있도록 기증품에 대해 세제감면 혜택을 준다. 미국에서는 유명미술관 소장품 중 85%가 기증품일 정도. 한편 소장품 중 일부를 미술관에 싸게 파는 방법도 강력 추천한다. 예를 들면 워홀재단은 미국 미술관들에 시가의 50%에 작품을 살 수 있는 할인혜택을 주었다. 각 미술관들이 작품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워홀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품귀현상까지 벌어졌다. 명성은 높이면서 구매는 어렵게 만든 전략이 적중한 덕분에 워홀의 작품 값은 현재도 가파르게 오른다.
◆ 미술관과 재단 설립에 적극 참여하자
=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미술가의 공통점은 그들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 미술관이 세워지면 전시의 결과물인 비평집, 연구서, 저작물이 출간되면서 작가의 미술사적 가치는 반석처럼 다져진다. 단 유의할 점은 예술적 성과를 검증받지 못한 생존 작가의 미술관 설립은 보기에 민망하니 피할 것, 미술가의 사후, 국가나 지자체, 공익재단에서 미술관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미술가의 이름을 딴 재단 설립을 권장하는 것은 다양한 지원 사업이 펼쳐지면 미술가의 예술적 업적을 널리 알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 예술가의 생가, 작업실을 보존하자
= 예술가의 생가와 스튜디오를 보존하면 그의 명성은 전설이 된다. 왜냐하면 애호가들이 성지로 여기면서 순례에 나서기 때문이다. 모네가 살았던 지베르니 정원, 고흐가 머물렀던 오베르의 여인숙과 묘지, 엑상프로방스의 세잔작업실은 세계적인 관광코스가 되었다. 또 달리, 브랑쿠시, 폴록, 헨리 무어, 바버라 워스, 베이컨의 스튜디오는 미술관이 되었다.
◆ 경매에 좋은 작품을 내놓자
= 그대가 앞서 제시한 방법을 구사할 엄두조차 못 내면서, 특정작가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면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을 경매에 내놓으라.
왜? 빼어난 작품은 높은 가격에 낙찰될 확률이 높으며 보유한 소장품 가격도 덩달아 오를 테니까. 설령 유명작가의 작품일지라도 예술성이 처진 작품을 경매에 내놓는 것은 미래의 시장을 망치는 일임을 명심하자. 끝으로 작품보증서는 잘 챙기고 작품 보존에도 공들일 것. 다음 시간은 미술품 투기에 속지 않기이다.
-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 매일경제 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