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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의 미술투자 정석 / (7) 투기꾼에게 속지 않으려면

이명옥

미술투자, 투기꾼에 속지 않으려면

불과 1년 전만 해도 미술인들에게 투자라는 단어는 이방인의 언어였다. 수집가들도 이윤은 뒷전이고 애호차원에서 미술품을 구입했다. 하지만 요즘은 `예술성=가격`이라는 세이렌의 목소리가 구매자들을 홀린다. 자, 투기꾼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까?
◆ 미술시장에 애널리스트는 없다
= 미술시장 역사가 일천한 국내에는 예술성을 예측, 분석, 평가하는 애널리스트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설령 투자의 달인이 미술시장에 영입돼도 배겨나지 못한다. 왜? 특정작가의 예술적 업적을 돈으로 환산하기까지 짧게는 10년, 길게는 수십 년의 세월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자칭 미술품 투자분석가들은 예측이 적중했다는 헛소문을 퍼뜨리지만 실상은 직감으로 구매한 미술품이 투기열풍에 편승해 값이 올랐을 뿐. 즉 냉철한 분석의 결과가 아닌 투기바람의 덕을 본 것이라는 얘기다. 돌팔이 전문가에게 비싼 수업료를 바치기보다 차라리 그대가 미술을 공부해서 최초의 애널리스트가 되자.
◆ 미술품은 여윳돈으로 사는 것
= 그대가 미술품으로 횡재한다는 투기꾼의 사탕발림에 속아 빚을 얻을 계획이라면 당장 그 망상을 접자. 왜? 미술품은 사기는 쉽지만 팔기란 실로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주식은 전화 한 통화면 팔 수 있지만 미술품은 경매사를 물색해서 상품성을 검사받고 낙찰되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경매에서 팔린다는 보장도 없으며 유찰되면 수수료만 손해 본다. 만일 미술품이 팔리지 않는 동안 경기가 나빠지면? 불황에는 수집가들이 미술품 구매를 가장 먼저 중단하기 때문에 판매는 물 건너간다. 자, 그동안 이자만 손해 볼까? 거액을 주고 산 미술품이라면 매달 보험료와 보존관리비가 나간다. 즉 주식에 비해 유동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미술품은 여윳돈으로 사야 된다는 얘기다.

◆ 최고제한가를 정한다
= 경매장에서는 경쟁심리가 작용해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낙찰 받는 사례가 발생한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위탁자가 최저제한가를 고수하듯 구매자도 최고제한가를 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고제한가를 의식하면 이른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터무니없는 가격에 낙찰 받은 구매자가 입는 경제적 손실)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최고제한가가 무의미한 경우가 있으니, 눈 밝은 컬렉터의 보물인 희귀품, 그대가 꿈에도 열망하면서도 다른 수집가가 먼저 구매한 바람에 소유할 수 없었던 작품,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 시대의 검증을 통과한 미술가의 전성기 작품은 예산이 허락하는 한 구매하자. 승자의 저주가 아닌 행운의 여신을 영접하는 곳. 그것이 바로 경매의 매력이다.
◆ 통계를 맹신하지 말자
= 1990년 투자가들을 세계 미술시장으로 유인한 일등공신은 숫자였다. 예를 들면 소더비가 발간한 `아트마켓 불레틴`은 매호에 유가증권처럼 미술품지수를 실었다. 작품가격을 정확히 산정하고, 미술투자가 과학이며, 가격은 곧 예술성이라는 마케팅전략이 성공한 덕분에 투자열풍은 절정에 도달했다. 하지만 200년의 경매실적을 축적한 소더비도 1985년에 겨우 미술지수를 산출했고 이윤을 부각시키는 통계자료만 실었다고 비난받았다. 그에 비해 한국 경매역사는 일천하고 팔린 작품 수도 미미하다. 투기를 염려하는 또 다른 근거는 해외 주요 미술품은 뒷면에 소유주의 이름, 작품이 출품된 전시회, 출판물 기록 등 투자가치를 보증해 줄 라벨이 붙어 있지만 국내에는 없다는 것. 그래서 예술적 성과와 무관한 작품이 수백 배나 급등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자, 미술관의 스타 소장품, 미술사에 등재될 작품만이 가격을 주도할 자격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다음 시간은 `이 작가를 주목하라`다.
-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 매일경제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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