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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의 지형이 바뀐다

손정미

[한국미술의 지형이 바뀐다]
[上] 서울대·홍대 미대 '양대 산맥' 흔들
조선일보 [2009.12.15]

손정미 기자

학벌 파괴
'명성에 안주… 적극성 부족'
톡톡 튀는 아이디어 무장한 他대학 출신 작가들 해외 옥션에서 주목받아
한국 미술계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 작가와 화랑, 컬렉터를 둘러싼 환경이 급속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다양하고 신속한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고, 한국 미술시장은 해외 아트 페어와 경매 시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변화된 한국 미술의 주요 현상을 짚어본다.
국내의 대표적 화랑인 갤러리현대가 지난 10월 기획한 전시 《가상선》전(展)은 45세 이하 작가들을 중심으로 내세웠다. 7명의 출품 작가 중 출신 대학(학부 기준)으로 봤을 때 서울대나 홍익대는 홍익대 서양화과를 나온 이용백이 유일했다. 갤러리현대가 지난 2월 기획한 《Do Window》전은 젊은 작가의 등용문이랄 수 있는 전시였다. 이 역시 10명의 작가 중 서울대나 홍익대 출신은 안두진과 이상원 두 사람에 그쳤다.
한국 미술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혀온 서울대와 홍익대 출신 작가들의 활약이 주춤하면서 타 대학 출신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오랫동안 두 학교 출신들이 학계는 물론 작가로서 전시와 작품 판매를 독식하다 싶을 정도였지만 이제는 양상이 달라져 '학벌 파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달진미술연구소의 김달진 소장은 '과거에는 국전과 공모전이 중심이어서 서울대와 홍익대의 인맥이 중요했지만 국전이 없어지고 공모전이 시들해지면서 미술계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은 '이전에 한국미술협회를 중심으로 서울대와 홍익대가 정치적인 힘을 구사했다면 이제는 시장 중심,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61년 설립된 한국미술협회는 초기의 일본 미술학교 출신을 제외하면 2003년까지 협회 이사장을 서울대와 홍익대 출신이 도맡아왔다.
해외 아트페어나 해외 옥션에 진출하는 젊은 작가들이 늘어나는 것도 학벌 파괴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가나아트의 이호재 회장은 '홍콩 경매에서 인기를 얻는 작가를 보면 서울대나 홍익대가 아닌 다른 학교 출신들이 많다'면서 '해외 시장에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작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홍콩 크리스티 등 해외 옥션과 아트페어 등에서 고가에 작품이 팔려 스타로 부상한 김동유(목원대)를 비롯해 홍경택(경원대) 강형구(중앙대) 등에서 볼 수 있다.
다른 대학 미술대들의 적극성 역시 서울대와 홍익대 미대의 '정체'를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울산대는 1년에 2차례 졸업전시를 열고 있으며 하반기 졸업전시는 해외에서 갖는다. 울산대 미대에서 열고 있는 특강에는 서울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내로라하는 작가와 교수·전문가를 불러들이고 있다. 이들 대학 교수들은 또 각 대학 학생들이 실력을 겨루는 《아시아프》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고 있다. 한남대 신영진 교수는 '학생들과 내년 아시아프를 함께 준비하기로 했다'면서 '아시아프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 학생들에게 용기와 경험을 준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서울대와 홍익대는 일류 대학이라는 명성에 안주하여 교수들의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독립 큐레이터인 김성원씨는 '서울대와 홍익대 미대 교수들은 21세기 미술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모르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익대의 한 교수는 '일부 교수는 자기가 가르치는 대로 따르지 않고 튀게 그리는 학생은 점수를 제대로 주지 않는 등 권위적인 게 사실이다'라면서 ''더 이상 홍대에서는 훌륭한 작가가 나오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고 털어놓았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서울대가 과거만큼 미술계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은 사실이다'라면서 '변화를 시도하려고 해도 옴짝 못하게 하는 제도도 문제'라고 말했다. 홍익대 학장을 지낸 신상호 전 교수는 '서울대와 홍익대같이 중요한 대학이 전체 미술대학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크다'면서 '이 두 대학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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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의 지형이 바뀐다] [中] 젊어진 컬렉터들, 미술계 '물'을 바꾸다
조선일보[2009.12.22]

손정미 기자
소비자가 핵심 파워로…
국내외 경매서 '젊은작가' 작품 선호 '장기적 안목보다 당장 '필' 오면 구입'
잘 팔리는 작가 중심으로 세대 교체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아트옥션쇼. 젊은 작가를 중심으로 한 '커팅엣지 경매'에서 최고가는 1250만원에 낙찰된 김남표의 〈인스턴트 풍경〉이었다. 김남표의 〈인스턴트 풍경〉 시리즈는 지난 10월 열린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도 추정가보다 2배 높은 3020만원에 팔렸다. 경기 불황으로 서울 아트옥션쇼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았지만, 이날 낙찰되거나 경합을 보인 작품은 국내외 경매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국내 경매 시장이 홍콩 경매와 같은 해외 시장과 맞물려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술시장이 이처럼 국내와 해외 시장이 연동되면서 작가들의 세대교체도 빨라지고 있다. 가나아트의 이정권 과장은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젊은 작가'라고 하면 보통 20대 후반까지를 말하는 것이 추세'라며 '이 때문에 국내 화랑들이 젊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눈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화랑은 젊은 작가를 1년이라도 잡아두기 위해 미술상을 만들어 시상하고 있다.
또 한국 작가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먼저 반응을 얻은 다음 국내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경우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한국 작품을 소장하는 컬렉터가 아시아 지역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아이디어가 독창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작가들에 비해 작품 가격에 거품이 끼지 않고 안정적이라는 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독립 큐레이터인 윤상진씨는 '이제는 우리 작가들도 세계 시장을 상대해야 한다'면서 '젊은 작가를 발굴하려는 노력은 앞으로 더 적극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랑들이 세계 시장을 겨냥할 때도 아시아 지역 경매에서 낙찰 기록이 있는 작가를 선호할 수밖에 없어 젊은 작가가 갈수록 강세일 것이란 전망이다. 중견·원로 작가들은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높지만, 해외 경매에서 낙찰되거나 국제비엔날레 등에 참여한 커리어가 부족해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젊은 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이상남 작가는 '이제는 연륜이나 경험을 앞세우는 수직적 사고보다 중견작가들도 젊은 세대와 같다는 수평적 사고를 해야 한다'면서 '작품이 잘 팔려 그만큼 관심이 많아지면 미술계로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내 컬렉터 층이 젊어지고 다양해지는 점도 국내 미술계의 변화를 낳는 원인이다. 갤러리현대 도형태 대표는 '컬렉터들이 과거에는 화랑에 많이 의존했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각종 정보가 풍부해지면서 스스로 정보를 찾아 나서는 젊은 컬렉터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한 점 이상씩 작품을 수집하고 있는 문형주(치과의사)씨는 '작품을 고를 때 화랑 대표보다 직접 작가를 찾아가거나 아트 컨설턴트의 조언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컬렉터들이 젊어지고 다양해지면서 인기 작가와 작품 성향도 바뀌고 있다. LVS갤러리의 이원주 대표는 '전에는 몇십 년 뒤를 생각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작품을 구입했지만 요즘 컬렉터들은 즉각적으로 필(feel)이 오면 산다'면서 '뉴욕을 돌아다녀 봐도 1000만원 이하의 미술 작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국내 미술계가 이처럼 시장 중심으로 흐르면서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는 '작가가 작품 팔리는 것에 너무 신경 쓰다 보면 작품세계가 성숙되지 못한다'며 '작가로서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은 '작가에게 경매는 당근이 될 수도 있지만 독(毒)이 될 수도 있다'며 '작가는 경매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화랑 전시를 통해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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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의 지형이 바뀐다] [下] '우물 안에선 죽는다' 국경 넘는 갤러리
조선일보 < 2010.01.05 > 손정미 기자
글로벌 시대 화랑의 변신
베이징·뉴욕에 지사 세우고 소속 작가 해외에 적극 홍보
'컬렉터 눈높이 날로 높아져 국내 전시도 수준 맞춰야' 대형 기획·비즈니스 확대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표갤러리에서는 베이징과 LA를 동시에 연결하는 영상회의가 열렸다. 서울 이태원과 청담동 표갤러리를 중심으로, 표갤러리 베이징과 표갤러리 LA의 팀장과 직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베이징에서는 오는 5월 현지에서 개최할 이승구 전시와 중국 신인작가 리서치에 대해, LA에서는 1월 개최할 박성태와 이용덕 전시에 대해 보고했다. 한·중·일을 연결하는 영상회의는 2006년 베이징, 2008년 LA에 해외 지점을 세운 뒤 시작됐다. 표미선 표갤러리 대표는 '해외 갤러리들과 경쟁하고 우리 작가를 알리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화랑들이 글로벌 시대를 맞아 미술 관련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미술품 거래가 국경 없이 이뤄지는 등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신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대형 화랑들이 해외의 화랑을 비롯해 미술관·평론가·컬렉터와의 국제적인 네트워킹이 중요해지면서 해외에 지사(支社) 성격의 갤러리를 열거나 소속 작가 해외 프로모션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가나아트는 작년 뉴욕에 갤러리를 열었고, 아라리오갤러리는 2005년과 2007년 각각 베이징과 뉴욕에 갤러리를 열었다.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미술과 소통하기 위해 베이징에 갤러리를 열었다'면서 '뉴욕에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쌓는 등 배울 점이 많다'고 밝혔다.

표갤러리의 표미선 대표가 한·중·미를 연결하는 영상회의를 주재하면서 미국 LA지사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국제갤러리는 지난해 6월 베니스 페기구겐하임미술관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해외 미술계 인사들을 초청한 리셉션의 스폰서를 맡았다. 국제갤러리 소속이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였던 양혜규를 적극적으로 프로모션하기 위해서였다. 리셉션에는 카네기미술관과 MoMA(뉴욕현대미술관) 관계자 등이 참석했고, 카네기미술관은 양혜규의 작품을 소장하기로 했다.
중소 화랑들은 비즈니스의 범위를 넓히거나 대형 기획에 나서고 있다. 1992년 대구에서 문을 연 신라화랑은 작년에 '아트 프로젝트 앤 파트너스'로 화랑 이름을 바꾸었다. 이광호 대표는 '화랑은 단순히 미술 작품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새 비즈니스를 모색해야 한다'면서 '자체 전시뿐 아니라 외부 전시 기획과 기업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 리안갤러리는 3년간 준비 끝에 지난해 세계적인 영국 작가 데미언 허스트의 전시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리안갤러리는 2008년 백남준전(展) 때는 미국의 제임스 코헌 갤러리·앤드루 셰어 갤러리·맥스 랭 갤러리에서 작품을 들여오는 등 정성을 기울여, 국내 화랑에서 열린 대표적인 백남준 전시 중 하나로 꼽혔다. 컬렉터 출신인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는 '컬렉터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어 국내 화랑들도 수준 높은 전시를 기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식 경희대 미대 교수는 '그동안 화랑들이 컬렉터들의 수준에 따라가지 못한 면이 있었다'면서 '이제 화랑들도 달라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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