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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파묻힌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서] ③ 문화재 반환 논란과 쟁점

편집부

일본은 ‘인도’라 하지만 우리는 ‘반환’이라 읽는다
40여년간 벌여온 논란. 하지만 여전히 출발점만 맴도는 논란. 입씨름을 하는 대신 기싸움만 하는 이상한 논란.
1965년 한일협정 이후 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두 나라의 줄다리기가 그렇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협정 때 문화재 반환 교섭은 끝났다는 자세를 고집해왔다. 당시 부속 문화재 협정에 따라 약탈 문화재 1400여점을 돌려준 것으로 해결됐다는 논리다. 지난 10일 총리 담화에서 문화재를 ‘인도’한다는 표현을 쓴 것도 이런 45년전 판단에 기댄 것이다.

유출 경위와 실태조사 미흡해
정부 6만·민간 30만여점 추정
일, ‘한·일협정 때 협상 끝’ 강조
북 수교 때 형평성 논란도 의식
국내에서는 일본 쪽 방침을 부정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일협정에 그 뒤 추가 발견되는 문화재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궁내청 의궤처럼 협정 당시 묻혔던 유출 문화재들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고, 불법반출의 정황도 계속 드러나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것만 봐도 오쿠라 슈코칸의 이천 석탑, 가마쿠라 관월당, 이와쿠니의 육각당 등 사례가 수두룩하다.
현재 우리 정부는 “국가권력이 불법부당하게 반출시킨 문화재는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탱할 만한 근거는 빈약하다. 우선 반출 문화재 실태 조사가 기대에 못 미친다. 궁내청 소장 의궤만 해도 외부 접근이 어려운 탓에 전체 수량에 대한 조사결과가 시기마다 달라졌다. 2002년 10월 해외전적조사연구회의 궁내청 의궤 조사 결과가 <한겨레>에 처음 보도됐을 때 수량은 71종에 불과했다. 그뒤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로 지난해까지 전체 수량이 좀더 늘어난 76종158책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일본 국회에 낸 궁내청 공식 자료를 통해 훨씬 많은 81종167책이라는 사실이 최종 확인됐다. 2006년, 2010년 한국 국회 반환촉구 결의안 때는 요구 대상이 71종, 72종으로 각기 달리 나오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현재 일본에 있는 유출 문화재 규모도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공식 조사 통계를 통해 6만1409점이며, 도쿄·교토 국립박물관과 주요 대학, 사찰 등 145곳과 개인 48명의 소유로 흩어져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동네에는 개인 유출 문화재까지 포함하면 30만점이 훨씬 넘을 것이라는 설이 널리 퍼져 있다.
안개에 싸인 반출 문화재의 수집 유출 경위 조사는 더욱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구체적인 유물을 거론하지 못한 채 막연한 반환 원칙만 되뇌어온 이면에는 이런 ‘업보’가 있다. 미야지마 히로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역사학)는 “맹목적 반환 요구는 더이상 안 된다. 원래 자리에 문화재를 되돌려 가치를 높인다는 것을 구체적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본 쪽의 변수는 우익세력과 북한이다. 총리 담화 직후 자민당 등 보수우익세력들은 문화재 인도 방침이 한일협정 무효화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국회인준 절차도 있어 일본 여당은 추가 반환을 놓고 이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북한과의 형평성 문제는 더욱 간단치 않다. 섣불리 한국 쪽에 문화재 추가 반환을 계속 허용할 경우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북한쪽에도 대폭 내어줄 수밖에 없다는 부담감이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의 문화재 담당인 와타나베 노부유키 기자는 “일본 정부는 문화재 반환에서 실은 한국 이상으로 북한을 의식한다”며 “북한이 수교 교섭 때 한국이 요구하는 이상의 문화재 반환을 주장할 공산이 커 일본 정부는 난처한 선례를 남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일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본 총리의 ‘인도’ 담화는 한일협정에 가로막혔던 문화재 반환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민간단체 여론 운동과 정치적 논의를 통해 반환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담화의 후속으로 진행될 일본 정부 소장 문화재 인도 협상은 21세기 남북한- 일본 간 문화재 반환 논의의 첫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1965년 한일협정 이래 사실상 처음 양국 정부 간에 진행될 문화재 반환 교섭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외규장각 협상처럼 반환 목록을 확정하는 과정부터 이견이 생겨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첫 단추를 과연 어떻게 꿸 것인가. <끝>
노형석 기자
한겨레, 2010.8.13
원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349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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