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화) 페로탕 도산에서 '로랑 그라소' 전시 기자간담회, 작가가 자신의 전시 취지와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질의 응답 시간도 가젔다.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는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파리의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했다. 2015년 문화예술공로훈장 기사장을 수훈했고, 2008년 마르쉘)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004-2005). 몰입형 설치와 환경을 만들어내는 그의 전시는 오르세 미술관, 그랑 팔레, 퐁피두센터, 팔레 드 도쿄, 죄드폼 국립미술관 등 파리의 우수한 미술관에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미술관 파사드 네온 작품(2010)을 설치했다.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의 작품을 주제로 다수의 주요 모노그래프(monograph)가 출판되었으며, 곧 Rizzoli에서도 출판될 예정이다.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 아니마(Anima)(2022), 필름(film), ADAGP, Pari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층 영상실에서 상영되는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 <아니마(Anima)>(2022), ADAGP, 는 작업에 있어 핵심 매체이며, 전시 구성의 중심이 된다. 환경사학자 그레고리 케네(Grégory Quenet)와 수년간의 협업 과정으로 제작된 이 영상은 예술과 과학적 연구 간의 생산적 교류의 결실이자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발자취를 따른다.
상연중인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 아니마(Anima)(2022), 필름(film).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 파놉테스(Panoptes)(2022), ADAGP, Pari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아니마(Anima)>(2022) 속 카메라에 의해 채택된 다양한 관점은 전시장 입구에 걸려 있는 청동과 네온으로 각기 제작된 <파놉테스(Panoptes)>(2022)의 나뭇가지 끝에 달린 여러 개의 눈들과도 상응한다. 이는 성 오딜이 펼쳐진 책 위로 자신의 눈을 들고 있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눈은 작가가 이미 여러 프로젝트에서 추구해온 소재이다. 성 오딜이 시력을 회복한 기적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수도원 내부에는 눈의 상징물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나뭇가지에 눈을 두어 나무에 감성을 부여하고, 식물의 세계에 지성이라는 개념을 불어넣는다.
또한, 청동 조각의 물성을 빛을 방출하는 네온으로 변환하며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경계를 탐구한다. 광합성 과정에서 식물 속 흐름을 연상시키는 네온작품 <파놉테스(Panoptes)>(2022)는 세상의 물질성 속에서 스스로를 확산하는 의식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결국 그것은 상당히 단순한 개념적 병치이다.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 아니마(Anima)(2023), 브론즈(Bronz), ADAGP, Pari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파놉테스(Panoptes)>(2022) 옆 조각 <아니마(Anima)>(2023)는 여우를 품에 안고 있는 어린 소년을 형상화한 것으로, 동명의 영상 <아니마(Anima)>(2022)와 호응한다. 영상 속 같은 동물에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아이와 신성함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연작 중 하나이다. 메신저 혹은 신탁을 전하는 사제처럼 보이는 어린 소년은 뭔가 독특한 것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나 지식의 열쇠를 쥐고 있는 듯 보인다. 영상에 여러 번 등장하는 여우는 스크린을 통과해 조각으로 구현된 것처럼 보여져 영상 속 가상의 세계와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세계 사이에 묘한 기시감(déjà vu)을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