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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립미술관 아이디어 설계공모

김영호

제주도립미술관 아이디어 설계공모



제주도립미술관 건립에 따른 부지선정이 최근 완료됨에 따라 제주도는 다음 단계의 계획을 추진하는 일이 필요하게 되었다. 다음 단계란 상식적으로 미술관의 밑그림이 될 아이디어 설계공모를 추진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신중히 검토해야할 될 몇 가지의 사항 때문에 제주도 당국은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제주도립미술관 건립은 문화관광부의 BTL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관련규정에 따르면 공모를 거쳐 사업자로 선정된 특정 업체가 자사의 책임 하에 모든 과정을 이행토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신중론을 가지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민간업체에게 미술관의 설계와 시공을 모두 맡길 경우에 일련의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경제적 타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기업에 비영리기관인 미술관사업의 설계권과 시공권을 모두 맡기는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때문에 이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도가 주도하는 아이디어 설계공모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아이디어 설계공모는 제주도민과 지역미술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장치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 생각된다.
<아이디어 설계공모

그러나 아이디어 공모 추진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점도 없지 않다. 특정 설계업체가 아이디어 공모 당선작을 내더라도 현행 규정에 따라 그 업체가 미술관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의 권한이 주어질 수 없기 때문에 우수업체의 참여 자체가 불투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공모를 통해 우수한 아이디어가 제시된다 하더라도 BTL사업 공모자들의 입장에서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에 부담이 될 경우 아이디어 채택을 기피하거나 사업공모 자체에 불참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 설계공모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이디어 설계란 미술관의 기본설계를 위한 지침을 세우기 전단계의 사업으로서 제주도의 고유한 자연적 환경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미술관을 세운다는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이미 국내의 사례로 서울시는 지난 5월 노들섬에 자리잡게 될 오페라하우스는 국제 아이디어 설계경기공모를 실시해 20여건이 작품을 접수되었고, 부산영상센터의 경우도 국제 초대공모전을 열어 7건의 초대건축가의 작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걸음 더 진행해 생각해 보면 아이디어 설계공모는 ‘국제공모’의 성격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작금에 전국의 주도 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규모의 미술관들이 다수 생겨나고 있는데 그 문제점에는 하나의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다. 사업의 전개가 행정적 편의에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도나 시에서 자체적으로 건립사업 연구용역을 마련해 놓고도 문화관광부 산하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다시 발주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낭비와 획일화된 규범을 조장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 사업

제주도립미술관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업이다. 그 이유는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이고 평화의 섬이며 신화와 생태를 자원으로 확보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보루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시아의 눈동자로 인식되는 제주도에 들어설 미술관이라면 그 사업의 진행과정도 축제적 성격을 지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민들과 미술인들이 의견을 수렴하고 범 아시아를 넘어선 세계인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성 있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국제규모의 아이디어 공모로 위상을 세우는 일이며, 아울러 건물의 근간이 되는 아이디어 설계공모 경비를 아끼지 말아야 할 일이다.


한라일보 2005.11.25 한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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