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윤위동 / 손의 회복과 회화의 가능성

김영호

손의 회복과 회화의 가능성


의 작품은 ‘그린다는 행위’와 ‘손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디지털 미디어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복제 이미지가 전통 회화를 위협하는 오늘날 대상을 손으로 재현해 그린다는 행위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와 더불어 극사실적 경향의 회화작업에 집착하는 청년세대 작가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최근 국내화단에 확산되는 극사실적 경향의 작품은 <하이팝> 혹은 <포스트하이퍼>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60-70년대 미술경향인 <팝아트>나 <하이퍼리얼리즘>과 연계하면서도 의도적으로 그 비평원리와 차별화 하려는 양상을 보인다. 일상적 주제를 객관적 시선과 기법으로 재현해 냄으로서 주체가 상실된 시대상을 표현했던 과거의 경향에서 벗어나, 역으로 상실된 주체를 회복하기 위해 객관적 시선과 기법을 차용하려는 것이다.

신체의 치밀한 묘사에 천착하고 있는 윤위동의 경우 ‘그린다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인물의 심리적 상황을 연출해 내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극사실적 묘사에 관한 한 윤위동은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인물화에 미학적 가치를 주는 요소는 인물의 심리 연출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작품의 격은 몸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정신에서 오는 것이며 극사실 회화에서 그 정신은 몸의 표정과 연출된 상황 그리고 빛의 효과 등을 통해 실현된다.

윤위동의 작품에 나타나는 매체적 특성은 수채물감의 사용에 있다. 또한 주제적 측면에서 인물의 극적 내러티브를 강하게 보여주는데 이는 대개 삶에서 겪게 되는 본성적 감정과 연계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자신의 모습이거나 주변에서 찾은 모델들은 청년기의 방황이나 갈등 그리고 사랑과 잉태 등에 이르는 존재론적 성찰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수채화 기법으로 표현된 인체는 유화에서 느낄 수 없는 개성을 보여준다. 흰색을 쓰지 않고 세필을 이용해 점차적으로 어둡게 그려 들어가는 방식은 점묘파의 그림처럼 투명함을 더해준다. 피부에 잡힌 주름이나 혈관의 묘사에도 밝은 부분은 종이의 면이 노출된 것이며 그 효과는 물감을 쌓아올리는 유화와 확연히 다르다. 머릿결의 경우에도 검게 칠한 바탕에 세필로 물을 얹힌 후 닦아 걷어내는 과정을 거치며 독자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의 수채화 작업은 억제된 호흡과 편집적인 집중력 그리고 치열한 손의 노동이 요구되는 과정을 거친다.

윤위동의 인물화는 사진 이상의 극적 상황을 드러내기 위해 여러 장치를 시도한다. 등장인물은 대부분 얼굴이 가려진 모습으로 처리되어 있다. 배경의 어둠과 동일한 공간으로 처리됨으로서 특정 인물의 개체성이 아닌 보편적 감정의 상태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극적상황을 강화해 주는 또 다른 요인은 배경과 주제의 강한 명암 대비효과일 것이다. 마치 렘브란트의 작품처럼 강한 빛이 등장인물의 손과 다리 그리고 발에 집중되고 있으며 머리칼과 얼굴 그리고 신체의 대부분은 배경에 깊게 덮인 암흑 속으로 흡수되어 있다. 이와는 반대로 빛에 노출된 손등과 발의 표면에 불거진 혈관이나 상처 자욱 등은 인물의 심리상황이나 삶의 행적을 연출하는 요소로서 의미를 갖는다.

이상에서 보듯 윤위동의 인체는 투명 수채화의 섬세한 기법과 강한 명암의 대비 효과로 연출된 신체를 통해 극적 상황을 만들어 나간다. 디지털 미디어에 의한 복제기술이 상상을 넘어선 차원으로 전개되는 현실에서 손의 회복과 그리기의 가치는 정신성을 위한 기초적 기반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인간에 대한 치열한 성찰과 회화적 표현을 위한 노력의 결과로 손의 회복이 곧 정신의 회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린다는 행위란 인문학 연구처럼 인간에 대한 성찰에 끈이 연결되어 있다. 화단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작가로서 윤위동에게 주어진 과제는 시대상을 대변하는 인물상을 창조하는 일이며 치밀한 묘사를 행하는 손의 능력과 개성적 기법 연구는 그 과제를 성취하고 일가를 이루는 근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