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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희

박영택

캔버스에 플래시 페인트로 그려진 이 그림은 너무나 회화적인 회화다. 오로지 붓질이 윤곽을 짓고 채우고 영역을 만들면서 증식되다가 멈춘 지점에서 물감들은 곱게 발려지고 흐르고 튕겨지고 죽죽 지나간다. 직선이 아닌 곡선들, 유기적인 선들의 겹겹이 모여있는 조화나 관계는 촘촘하다.
회화가 많아도 흘러넘쳐도 회화적인 맛을 만나기 어려운 시대에 이 그림은 회화가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이 그림 앞에 서면 전자음악 혹은 마치 랩이나 이런저런 음향들이 증폭되어 울려나는 듯 하다. 그 음은 시각과 함께 진동한다. 눈들은 즐겁다. 유쾌하다. 망막은 정처없이 화면의 안과 겉을 헤맨다. 깊이있는 공간으로 펼쳐지다가 이내 밋밋함ㄴ 평면, 표면으로 수렵되고 그러다가 다시 몇 겹으로 층층이 겹쳐올라오는 화면은 무한하고 광활하다. 수없이 겹쳐 올라오는 레이어란 동시대미술에서 흔히 접하는 방법론같다. 층층의 레이어는 공간감을 부여하고 시간을 체득시킨다. 시간이 호흡하고 그림을 보는 관자들은 여러 층위의 시공간을 경험한다. 그 무엇으로도 환원되거나 특정 형태로 안주하지 않고 그저 그림을 그림으로 밀고 나갈 뿐이다.




그것은 주어진 화면을 평면성을 단순하게 환원하는 것도 아니고 순진하게 원근법적 공간으로 뒷걸음질 치지않고 그 사이에서 그 모두를 끌어안고 그 모두를 밀쳐내면서 만들어내는 기이한 공간인식에서 빚어진다. 사이버시대의 공간의식일 수도 있고 디지털시각문화 속에서 만나는 공간의 영향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성낙희의 인간적인 체취와 제스처가 물씬거리는 그림 앞에서 묘한 도면, 기계의 맛을 접한다.




붓질의 여러 형태감이 만드는 단위들이 어우러져 레고게임처럼 맞물리고 흩어져 긴장감있게 조율된 이 화면은 붓질, 선, 색, 면 들이 모여 이룬 것이다. 그 기본적인 조형요소들은 언어나 단어, 마음의 결, 사고의 흔적, 감정의 편린, 모든 것의 한 단위로 서식한다. 그 단위들이 모이고 흩어지고 어울리고 층층히 겹쳐서 무한한 시간의 결과 시각의 깊이와 무언가를 흡수해내는 공간을 만든다. 그것들은 작가의 환상, 상상의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것 같다. 회화의 기본요소들을 가지고 모종의 판타지를 만드는 일이다. 그 판타지는 열락적이다. 장식적이다. 기본적인 비주얼컨셉트을 가지고 만드는 허구를 쌓는 일, 허구와 상상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 자폐적이고 고립된 세계, 회화는 젊은 작가들의 공유성이다.
그 공간은 진동하고 방사되는 듯 하다. 비교적 분명하고 힘있는 붓질들이 매우 탄력적이고 힘있게 치면서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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