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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건조한 풍경 속에서 중얼거림

박영택

김지원의 그림은 드로잉적 유화, 유화로 그려진 드로잉이다. 아니 그런 구분도 별 의미는 없어 보인다. 어깨에 힘을 빼고, 기존에 우리가 이해하고 있던 회화라는 인식 혹은 상식을 가능한 쪼개나가는 그리기, 그리고 그림에 대해 이런 저런 무수한 상념과 고민을 안고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작가상을 자기 그림으로 기술하는 그런 그림이다. 김지원은 자기 주변의 풍경을 어술렁거리다가 그것들을 순간 순간 그려나가면서 그림에 대한 생각을 발화한다. 그림에 대한 생각을 그림 그림, 그림을 보는 자기 눈과 마음에 대한 자기 진술적인 그림이기도 하다. 박이소나 안규철의 메타회화적 그림, 드로잉과의 동일선상에서 들려오는 음성은 낯익고 김을이나 김태현, 주재환 등 일상에서 견인적 시선을 투사해 낚아챈 것을 무심한 드로잉으로 기술하는 작가들과의 연대 속에서도 걸쳐있다.
김지원은 자신을 둘러싼 풍경, 자기 앞의 대상을 이렇게 저렇게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일반적으로 회화적 대상이라기 보기 어려운 것들을 채집해서 화면 안에 여러가지 방법론으로 풀어놓고 있다. 그가 세상을 보는 눈은 일종의 사시이자 미시적인 거리와 거시적 거리를 넘나들면서 확장된다. 그리고 그림 밖에서 혹은 그림 안에서 자충우돌하듯 떠돌고 조망과 앙시, 부감 등의 여러 시점을 뒤섞으며 나아간다. 그 행보는 그가 세상을 탐색하고 읽어나가고 음미하고 혹은 냄새맡고 걸어다니는 여정의 기록같다. 나는 그의 그림에서 조선시대 선비 혹은 화원들의 화첩을 보는듯 도 하다. 이른바 격물치지적인 드로잉/그림이라고 할까?
차이가 있다면 그는 현대미술이 지닌 과제와 무게를 의식해야 하는 동시대 작가이고 회화란 매체의 한계와 의미를 다시 물어보지 않을수 없는 그런 작가로서의 위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그런 문제의식을 자기 작업의 근간으로 자리시킨다. 그래서 그것은 회화에 대한 회화이자 모든 그림의 밑바닥으로 부터 일어서는 인식에 의해 호출된 그림이다. 다소 난해하거나 현학적이라기 보다는 본능적이고 순발력있는 힘으로 풀려나오는 그림이자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해온 모든 것들이 자연스레 손과 눈밖으로 유출되어 나오는 그림이란 인상이다. 나로서는 이번 근작에서 건조한 풍경연작이 최근 그림의 중요한 분기점 같다. 그것은 특정 대상의 재현에서 지속해서 미끄러지는 차이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각각을 기존 풍경과는 다른 느낌으로 재현하고 있다. 별것아닌 그 풍경들은 그러나 그의 그림 속에서 일종의 알리바이로 계속 그려진다. 그 지속의 관건은 이제 스타일이 되었다. 세련되고 의미심장해보이는 이 건조한 풍경은 분명 매력적인데 나로서는 그 매력의 정체가 어딘지 불안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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