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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 정-우아한 모호함의 회화

박영택

바야흐로 회화의 시대다. 여기저기 회화는 흘러넘친다. 그토록 보수적이고 역사적인 매체가 새삼 환생해서 활기넘치게 활약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경우 역시 지금 이루어지는 전시의 상당수가 극사실주의적 이고 팝 적인 구상화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회화의 부흥기에 보여지는 회화치고는 너무 제한적이고 일률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의 대다수 화가들이 유사한 회화에 매진하고 있거나 비슷비슷한 유형들을 공들여 그려내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것은 회화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개안, 모색이라기 보다는 회화를 빌어 회화에 기생하면서 간절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략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이를 회화의 부활이나 부흥이라고 말하기에 주저하게 한다. 각자의 회화에 대한 입장이나 자유로운 발언을 접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샌 정의 회화는 그런 주류의 힘에서 조금 밀려나있다. 심심하고 잘 못 그란 듯 하고 어딘지 아쉽다. 그런데 그것이 희한하게 보는 이의 시선을 건드린다. 여자 이미지를 주로 그리는 그의 회화는 우선 그 색채감이 묘하게 파고든다. 유화물감을 수채화처럼 구사한데서 연유하는 눅눅한 습기와 투명함이 잔잔하게 펴져있다. 그것들이 모여 눈에 적셔 들어오는 힘이 있다. 어딘지 어눌하고 불명료하고 인과적 맥락이 부재해보이지만 그림 자체로서의 은은한 매력이 물씬 거린다. 그것을 언어로 규정하기 어렵다. 우울한 모호함과 투명한 센티멘탈이 맑고 차가운 색조 속에서 부유하면서 그 사이로 시어詩語같은 이미지가 몸을 내민다. 힘이 빠진 회화, 힘을 뺀 회화다. 보고 느낀 부분과 상상해서 그려진 부분이 실제 풍경처럼 하나로 펼쳐져있고 그것은 구상과 추상사이를 오가고 이미지와 색 면 사이로 겹쳐지면서 문든 여자와 자연풍경을 동시에 떠올려주다가 순수한 붓질과 색채로 반짝이며 마감된다. 이질적이고 단편적인 것들이 모자이크나 조각보처럼 어울려있고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이 연출되어 있다.
작가는 구상적 표현과 추상적 모티브를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고 인간(여자)과 자연, 이미지와 색채, 현실과 비현실, 선과 면, 구체적 대상과 암시적인 상징성 등 대립적이거나 이원적인 부분들을 한 화면에 용해시켜 그만의 회화를 모색하고자 한다. 나른하고 무심한 붓질과 색채, 인물과 상징적인 배경 처리, 기묘한 느낌의 자아내는 색상 등에서 그림 자체로 몰입시킨다. 감상적이면서 기존 회화와는 조금은 다른 회화의 맛을 실제와 상상 사이를 오가며 직조해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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