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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 그의 화려한 색채 신작전에 붙여

김종근





지난 10월 초 국내 어느 일간지에서 뉴욕의 병상에 있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인터뷰한 기사가 실렸다.
거기서 한국에 있는 예술가로 누구를 인상 깊게 꼽느냐는 질문에 백남준은 주저하지 않고 제일 먼저 박서보를 꼽았다. 왜 박서보를 꼽느냐는 그의 답변은 아주 간단하고 명료했다. 왜 세계적인 작가 백남준은 그토록 많은 작가 중에 박서보를 지목했을까? '작품이 좋으니까'가 그 이유였다.
백남준의 이유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설득력과 타당성이 있다. 박서보는 평생을 자신의 작품을 위해 몸바쳐 왔기 때문이다. 그의 예술과 인생은 이것 하나만으로도 아름답다.


예술가의 자존심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박서보 .
무엇보다 그의 작품에 출발이 한국 현대미술사에 있어 중요한 앵포르멜 운동의 출발점이라는데 우리는 주목한다.
1958년 현대미협 제3회전에 <회화 No.1>에서 <회화 No.7>에 이르는 작품들은 앵포르멜 회화의 출발과 함께 한 미술운동이었다. 그는 여기서 현대미술운동의 중요한 멤버로서 파리비엔날레, 상파울로비엔날레, 베니스비엔날레 등 각종 국제전에 참가하면서 두각을 보였다.
1961년 세계청년화가 파리대회에 참가한 이후 박서보는 추상 표현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원형질' 시리즈, 1960년대 중반부터는 현대인의 모습과 초상을 담아낸 '허상' 시리즈, 1970년대 이후부터는 탈 이미지와 탈 논리 ,탈 표현 등을 주장하면서 일명 손의 여행으로 불리는 묘법 시리즈의 세계에 접어들면서 '박서보 시대' 라는 영토를 차지했다.

1970년대 '나는 연필을 그리는 도구로서 쓰는 게 아니라 행위의 도구로서 연필을 선택한 것이다. 그 이유는 예술의 가장 순수한 상태를 위해서이다. 예술의 가장 순수한 상태를 탈 이미지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그것은 무목적 적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 행위 자체에서 살고자 해야 한다. 이미지나 형상, 어떤 환상을 쫓지 않는다는 그런 탈 이미지의 무목적적성은 순수무위행위라고 해도, 무위순수행위라 해도 좋다.' 고 그는 고백했다.
그렇게 그는 예술적 이념과 무서우리만큼 많은 작업시간으로 자신의 세계를 담금질 해왔다.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후기 묘법에서는 종이 대신 한지를 이용해 대형화된 화면 속에 선긋기를 반복함으로써 바탕과 그리기가 하나로 통합된 세계를 보여주었고 그리하여 이 '묘법 시리즈의 회화는 화가의 행위성이 끝나면서 작품도 종결된다는 서구의 방법론을 넘어 그 위에 시간이 개입됨으로써 변화의 과정을 거친 뒤에야 완성에 이른다는 동양 회화의 세계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 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는 90년 대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입체와 설치가 난무하는 현대미술의 혼돈 속에서도 그는 오로지 평면과 싸우며 단 한번도 평면을 떠나 외도를 하지 않는 놀라운 일관성과 평면 철학의 정신도 보여주었다.
그는 자신의 행위에 깊이 천착했고 , 사유방식에도 집요하게 그러면서 완벽했다. 그것은 곧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 가'라는 자문이었다. 그는 언제나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자신을 갈고 닦는 수신<脩身>에 다름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하루 14시간 씩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워낙 검정 색을 가장 좋아해 30년 이상 검정 색을 써 온 작가로 소문이 나있다. 하지만 이제서야 붉은 색을 써도 그 붉은 색을 누그러뜨릴 지혜가 생겼다고 빨강 파랑 연녹색 화려한 색채의 그림들을 그린다.
그에게 변화가 일어난 것은 몇 년 전 일본을 방문하면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단풍의 색조에 유혹 당했다. 그것이 그가 지금 색채 작업으로의 변화를 가져다 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의 최신작들은 수십 번씩 화면에 마무리를 위해 색조를 다듬고 만들어내면서 비로소 거기에서 섹스가 갖는 절대적인 오르가즘을 수없이 느낀다고 했다.
최근 수년동안 제작한 그의 작품들이 주는 색조들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화려하다. 우아하고 기품과 격조가 흐르는 품위 있는 색조들이다.
그는 '젊었을 때 내가 선배들을 향해 앞에 가는 똥차 비키시오 라고 말한 적이 있었지.
그런데 이제는 여기저기서 똑같은 말투로 앞서 가는 똥차 비키시오라고 말하는 게 들리는 거 같아.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비켜서라고 소리쳐도 나는 아직 비켜설 의향이 없어.
자신 있거든 추월해 가시구려. 이게 내 대답이야.' 그는 이런 배짱으로 최신작들을 준비해왔다고 했다. 짙은 빨강에서 , 파랑, 연녹색까지 그는 마티스 이후 최고의 색채화가로 꼽히는 샤갈을 능가 할 정도로 자신만만하게 색채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 박서보의 신작을 모은 이번 전시는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게 보여진다.
무엇보다 7순에 접어든 노화백의 화려한 칼라시대를 유감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작을 고집하며 해왔던 그의 작품에 스타일과는 다소 파격적으로 소품의 신작들을 다양하게 감상 할 수 있다는 것도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팬들로서는 매력적인 전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시리즈로 제작되어진 색채의 변주와 조화가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그런 전시라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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