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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의 생명에 대한 기호들

김종근


'우리들이 예술가에 대해 진실로 감사해야 할 것은 우리들 자신이 볼 수 있는 하나의 세계를 넘어서 세상에 존재하는 예술가의 수만큼 많은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있다'라고 한 사람은 마르셀 푸르스트이다.
그의 이러한 말속에는 우리가 경험 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예술가란 이야기이다. 실제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만드는 마법사들이야말로 예술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을 존중한다. 그러면 그들은 우리가 경험 할 수 없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이런 물음에서 볼 때 박상천이 보여주는 그림에는 분명 그만의 독자적인 무엇이 있다.


박상천은 그 자신의 마음을 여과 없이 가장 부드럽게 화폭에 표현한다. 물론 꾸밈없고 소박한 그의 대상들은 자연에서 받은 객관적인 대상들이다.
그 대상들은 구체적인 사물도 있지만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추상적인 모티브들이다. 이 회화의 모티브들의 중심이 되는 세계는 생명이다.
그는 오래 전 작업노트에서 그의 그림에 대한 일련의 견해를 밝혀 둔바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우주와 생명이 찬연히 축제를 이룬다.' 제한 된 시공간 속에서 숨쉬고 있는 생명의 떨림은 심연의 늪에서 상상의 무한성을 향하여 날고 싶은 한 마리의 새 ' 여기서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생명에 대한 애정이다. 또한 한 마리의 새는 그의 비상의 의지를 암시한다.
'나의 작업을 구성하는 요소들 드러나지 않는 인물,나무 ,꽃 ,동물, 새,점 ,선 ,자연의 소리들 구체적인 시각체험들이 원초적인 추상적 이미지들과 함께 ' 이런 간략한 고백에서도 그의 예술의 원천이 어디에서 연유하고 있는지 확인된다.


그는 시각적인 대상들의 외형이나 표면의 묘사보다는 그 대상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형상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마치 예술이란 것은 자유정신의 소산으로 작가의 주관적 세계가 절대적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로저 프라이(Roger Fry)가 '예술가의 마음속에 있는 어떤 관념(idea)의 표현' 이라고 정의 한 것은 박상천의 그림을 이해하는데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물론 그가 초기에 보여준 작업들은 이보다는 훨씬 구상적인 작업들이었다. 추억, 밤의 향기, 기쁜 날 ,그리고 인간 자연 생명 등으로 나뉘어진 초기의 분위기는 전형적인 구상성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대상을 바라봄에 있어 그것이 회화로서 표현 될 수 있는 조형적인 기호나 선들로 대체된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그림의 언어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만나고 접한 것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지시하는 걸러진 높은 느낌의 기호들이다. 그것들은 형태를 부여받은 선과 형태들이며 이것들이 모여 많은 형태로 짜여져 있다. 그들은 대부분 추상적 이미지의 선들과 형상으로 한번씩 변화된 것들이다. 그 변화 된 추상의 근원 속에 놓여져 있는 심상의 원형들이 생명에 대한 깊은 그의 오랜 경외감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그는 일관성 있게 많은 형태와 선들의 조화 속에서 꿈을 꾸고 많은 이야기와 표현을 통해 그 생명의 순간들을 드러낸다. 적어도 그에게 있어 기호들의 집합은 다소 설명적이고 도형들로 흐른 인상이 너무 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의 진지함과 정성스러움이 담겨있다. 어느 부분하나도 함부로 그려진 부분이 없다.

박상천의 내면에는 사람들이 그림을 어떻게 보는가 보다는 그가 놓아둔 형식들을 통해 그의 그림 속으로 들어오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상천에게 있어 예술이란 상징형식처럼 현실의 나타냄이 아니라 꿈과 사색에 이르는 과정이며 발견이다. 이제 그의 기호들은 구체적인 상징의 형태에서 벗어나 시각적인 조화 속으로 변화되고 있다. 그의 그림들이 그 자신의 체험과 내면의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반영하면서 회화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성의 전달에 표현성이 그의 그림에 미적 형태를 더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모든 예술의 출발점을 현실이라고 했을 때, 이제 그에게 다가온 자연과 생명은 온통 환상적인 때로는 장밋빛 표정처럼 아름답고 환희에 찬 자연 그 인간의 축제처럼 그림 속에 등장하고 있다. 많은 철학자들은 인간은 상징을 통해 외부세계에 대해 말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그가 본 현실을 여러 형태의 형식으로 의미를 증폭시키기도 그대로 담아내기도 변용 하기도 한다. 박상천에게 있어 그 변용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의 체계로 성숙되어 간다. 이것이 회화의 개념에서 볼 때 본능과 상상력에 의존한 창작행위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박상천의 진실한 시각은 회화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색채는 이전의 색채에 비해 훨씬 환상적이며 은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화면속에 등장하는 주제들도 새와 꽃들이 있는 행복한 풍경으로 우리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준다. 뿐만아니라 마치 세잔느처럼 자연에서 원통, 구, 원뿔을 보는 그러한 모양의 형태를 쉽게 볼 수 있다.

기호와 문자로서 나타나는 그러한 세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평자들은 그의 세계를 신화속의 이미지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세계를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규정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분명히 그는 그림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의 꿈속의 세계를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리하여 그의 그림이 그에게 가장 가까운 연인이 되고 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추억과 기억 상상들 박상천의 그림 속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일찍이 그만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세계로 주목받은 폴 클레에 대한 표현을 빌리면 '그린다는 의미의 깊은 근원까지 파고들어 거기서 회화의 본질과 근원을 파악하려는 태도' 는 어쩌면 박상천에 작업태도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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