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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은] 서울은 우리만의 도시인가

김종근

청계천 조형물 외국 작품은 안 된다니 …

얼마 전 프랑스 자유구상의 대표적 화가이자 조각가인 디로자가 화랑의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했다. 6년 전 칙칙했던 고가도로 밑을 지나며 봤던 서울, 그리고 6년 후 아름답고 깨끗하게 달라진 청계천을 본 그는 몇 번이나 감탄했다. 나는 그와 청계광장을 거닐면서 '이곳에 세계적인 조각가 클레스 올덴버그의 스프링, 다슬기처럼 생긴 조형물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주위에선 한 그룹의 전위예술가들이 올덴버그 작품 설치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었다.

디로자의 조국은 프랑스지만 지금 미국에서 활동하며 프랑스와 멕시코에 개인 미술관이 있다. 그리고 서울을 오기 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6m짜리 대형 조각을 설치했다. 이처럼 세계의 모든 국가는 그들의 도시를 알리기 위해 세계적 예술가들의 브랜드를 이용하고 있다. 루브르박물관도 약 3200억원을 투자한 피라미드 공사를 중국계 미국인 이오밍 페이에게 맡겼다. 초기에는 논란이 있었지만 피라미드는 루브르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일본 도쿄의 모리미술관 개관전과 롯폰기 힐 공원 조형물로 화제를 모았던 젊은 설치작가 최정화가 있다. 그의 작품은 요코하마 공원에 설치돼 있고, 그의 작품은 최근 일본 미술교과서에 실렸다. 그래도 최정화가 한국 작가라는 사실 때문에 일본 내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프랑스에선 800여 명이 넘는 43개국의 외국 작가가 공공미술 설치에 참여한다. 예술가에게 조국은 없다. 국적만 있을 뿐이다.

디로자는 한국을 떠나기 전 한국의 인상을 작품화하기 위해 한국의 대표적 조형물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로서는 난감했다. 사실 서울 시내에는 3000여 개의 크고 작은 조형물이 곳곳에 널려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어느 것 하나 세계적인 조형물로 선정돼 주목받은 것이 없다. 오히려 부끄럽게도 설치될 때마다 작품 수준과 일부 작가의 독식이란 문제로 분란을 일으켰다. 이제 서울에 전시된 우리 작가들의 작품은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서울은 우리만의 도시가 아니다. 세계경제 11위 한국의 수도 서울에 세계적인 올덴버그의 조각 작품을 설치하는 것이 정말 우리에겐 사치스러운 일일까?

누가 뭐라 해도 올덴버그는 일상의 사물을 혁신적 조형물로 바꾼 세기의 혁명적인 조각가이다. 도쿄의 대형 톱, 미국 필라델피아 시청의 빨래집게, 시카고의 야구방망이 등이 선택된 것도 그 때문이며 그 상징물들은 모두 그 도시의 명물이 됐다.

우리의 작가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박수 치고 외국 작가의 조형물을 국내에 설치하는 것은 반대한다면 과연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갖고 있는 문화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 중앙일보. 2006.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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