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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삼의 또 비범한 공간

김종근

이재삼이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어두운 밤의 대나무 숲 또는 폭포. 그리고 매화나무이다. 그는 대나무를 그리지만 대나무를 보지 말라고 말한다. 대나무에 빠지기 때문이며 그가 말하는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화폭에 보이는 것은 피할 수 없이 대나무이며 매화나무이다.

그의 그림이 돋보이는 것은, 대나무 이지만 푸른색의 대나무가 아니며, 매화나무는 분홍빛 매화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왜 그는 모든 그가 본 풍경과 오브제들을 검게 그리는 것일까 ? 그는 10년 넘게 지금도 그가 보는 모든 시선을 목탄으로 씨름하고 있다.

그의 눈에 다른 것이 보일 리 만무한 이유이다. 종종 그의 화법에 원근법을 무시한 채 평면적으로 그가 희망하는 흑백의 풍경들이 등장한다. 스스로 '예술장인'이라 불리고 싶어 하는 그의 모든 예술적 영혼이 목탄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그림들이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숲을 묘사하는 표현이나 재현이 아니라 흑색 그 너머에 담겨있는 작가의 강렬한 검은 렌즈의 시각 때문이다.

그의 그림 속 의지는 수직적이며 타협을 거부하는 대나무의 속성처럼 곧고 직선적이다. 이렇게 이재삼은 목탄으로 대나무들의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내며, 매화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렬하게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을 파묻는다. 그러기에 달빛 속에 펼쳐진 그 절대적인 검은 색의 아름다움과 세계는 단순히 목탄이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안에 그는 바람을 집어넣고 바람의 울림을 담아낸다. 작가가 드러낸 이 고백은 흥미롭고 단호하다. '자신의 절실함이 담기지 못한 작품은 그 진실의 값을 관객이 먼저 본다.'

'본질의 깊이만 가지고도 현대성과 새로움은 극복된다.' 는 그의 강렬한 믿음이 오늘날 목탄 회화라고 불릴만한 형식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는 목탄은 검은 ‘색’이 아닌 검은 ‘공간’이며 목탄은 숲의 영혼을 환생시키는 것이라는 믿음을 굳게 지키고 있다.

이제 그는 이런 믿음을 대나무에서 처음으로 매화로 앞으로 그는 소나무를 옮기겠다고 한다. 그가 사물의 형상이나 이미지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가 만들어 놓는 그 경계의 빈 공간에 주목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가 대나무 숲을 통해서 본질적으로 의도하고 있는 것은 대나무 보다 그 너머에 존재하는 또 다른 검은 공간을 주목한다. 그 또 다른 공간은 목탄으로 그려진 달빛 정경의 대나무, 매화꽃이다. 태안반도의 직소폭포 까지도 아우르는 달빛 풍경의 파노라마인 것이다.

왜 그는 검은색을 고집할까 ? 그는 색은 상상력을 죽여 심원을 얘기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물론 검은색 배경은 여백보다 공간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그것은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이며 그가 집요하게 추구해온 시간과 공간의 만남이기도 하다.

이제 그는 미술계에서 '목탄'으로 작업하여 목탄화를 정식 회화로 승격시킨 새로운 사람으로 기억 될 것이다. 사물과 사물 사이에 어떤 빈 공간, 검정 여백에 대한 부분의 표현 의지, 이것이 여백이 아니라 무한대의 공간인 것이다. 이재삼이 주목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숙명여대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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