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내가 아끼는 콜렉션

김종근

나는 지금도 심한 중독중 병에 걸려 있음을 고백해야 겠다. 그 병은 이미 햇수로 25년을 헤아리는데 다름아닌 그림 수집벽이다.

지칠줄 모르는 수집벽에 걸린 난 평창동 지하가 있는 공간으로 왔지만 늘 창고를 얻어야 했다. 80년대 초 나는 어느 미술관에 전시 기획과 작가들의 비평적인 글을 쓰면서 서서히 그림 중독증에 걸렸고 드디어는 돈만 생기면 그림을 사는 치명적인 버릇을 갖게 되었다. 문제는 벌이도 시원쟎으면서 조금의 돈만 생기면 앞뒤 재지 않고 그림을 산다는 것이다. 그러한 중독은 파리에 유학시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죽하면 어느 출판사에서 이런 무서운 중독증세를 알고 컬렉션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모아 책을 쓰면 좋겠다고 계약을 해 놓았다.

최근 나는 미술출판과 전시기획 회사를 꾸리면서 그림 사는 양도 갑절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평론가가 돈을 번다고 욕도 얻어 먹었다. 모든 수입은 기본이고 아파트를 정리한 일부 재산도 그림질에 탕진했다.

이처럼 그림 사는 일은 언제나 행복했지만 늘상 주머니는 가난했다. 그렇게 모은 작품중에는 내가 정말 담배를 끓으면서 산 그림도 있고 .빈곤한 유학생활에 집사람을 유혹해 그녀의 퇴직금으로 산 앤디워홀과 피카소의 판화작품도 있다.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정겨워 하는 그림 중 하나가 바로 김동유의 <오드리 헵번>이다. 오래 전 나는 김동유가 대학에서 조교를 하던 시절 그 학교에 강의를 한 인연으로 작품 한점을 소장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졸라서 궁비한것이다.

그 작품이 바로 내가 거실에다 놓고 매일 마주보는 <오드리 헵번>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그와 함께 열연했던 그레고리 펙의 얼굴로 조합된 오드리 헵번의 정갈하고 예쁜 모습이 매력적이다. 또 하나는 스타이전에 아름답게 살고자 했던 그녀 삶의 좌우명이다.

그녀가 숨을 거두기 일년전 1992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두 아들에게 읽어 준 시. '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라.

....... 기억하라 . 내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한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인가 ! 나는 아직 나의 소장품이 몇점이나 되는지 잘 모른다. 세어 보지도 않았지만 이 콜렉션으로 내가 무엇을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술관을 세울지 아님 어디다 기증을 할지 . 다만 아주 분명한 것은 나의 콜렉션이 내 삶의 무게를 무겁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김동유의 그림을 보면서 종종 그런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오드리 헵번의 기도처럼 이 콜렉션이 하나는 나의 즐거움을 위한 중독이고 , 하나는 다른 사람을 위한 컬렉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 내가 이 그림을 아침저녁으로 보면서 아끼는 진정한 이유이다. 출처 | 월간아트인 컬쳐 12월호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