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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감정의 딜레마

김종근

박수근의 유화 ‘빨래터’ 진위 논란으로 미술계가 신년 벽두부터 홍역을 치렀다. 일단 미술품감정연구소에서 진품 판정을 내렸지만, 미술계를 향한 불신의 시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미술시장이 얼어붙고 미술계는 사기꾼 집단으로 비치는 것 같아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솔직히 지금 심정은 가짜 그림 시비가 정말 지겨울 뿐이다. 십여년 전이다. 1997년 프랑스에서 무려 100점에 달하는 반 고흐 작품을 감정하고 그 결과가 공개된 적이 있다. ‘고흐 사건’이라 불릴 정도로 위작 시비가 전 세계 미술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고흐 도록이 수차례 수정 간행되었지만 위작 시비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 가운데 문제의 그림은 ‘해바라기’였다. ‘14송이의 해바라기’ 작품은 일본 야스다 화재해상보험이 창립 100주년 사업으로 1987년 뉴욕의 크리스티의 경매에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2475만달러에 구입해 현재 야스다 간사이 미술관이 자랑하고 있는 애장품이다.

이들 고흐 작품의 연대기적 연구나 작품 분석 방법 등이 매우 철저하게 진행되었음에도 감정은 난항에 빠졌다. 이들이 중시하는 색채의 비교와 감정 방법도 큰 관심거리였다. 감정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됐다. 작품의 출처와 이동경로는 기본이고, 작품에 유일하게 남긴 편지 그리고 그 편지에 거의 빠짐없이 그려진 원작품을 위한 에스키스 필체 형태 등이 자동적으로 감정자료로 보충됐다. 실제 작품 분석에 들어가서는 전 작품에 대한 붓 터치의 시기별 연구, 테마와 장르별 연구, 보관되어 있는 팔레트를 통한 색채 사용시기와 기법, 그림 그릴 때 혼합하는 습관 까지도 다각도로 분석됐다. 못이나 캔버스의 산화도 테스트, 각 캔버스 천의 올 조직 형태, 마무리와 보관 방법까지도 고려됐다. 완벽하게 보관되어 있는 각종 편지와 필체, 당시 고흐가 사용한 물감의 성분도 조사됐다. 이때 작품의 엑스선 투시나 적외선 투사 방법 등도 적용됐다. 최종적으로는 수십년간 각 분야에서 연구해온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게 됐다. 30∼40년간 고흐의 작품만 연구 분석한 전문가들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절차를 거쳤음에도 작품들의 진위를 가리는 문제는 여전히 용이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우리 실정은 어떤가. 문제 제기와 감정 절차 모두가 아직은 열악한 수준이다. 위작 사건이 터질 때마다 화랑들은 멀쩡한 그림을 가진 컬렉터들이 감정서를 요구해 난감한 지경이라고 한다. 이 모든 문제를 과도기 탓으로 몰아붙이기에 우리는 너무 전문가가 부재하고 가볍다.

- 세계일보 1. 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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