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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진의 신작그림 / 즉흥이 보여주는 환상과 색조

김종근

일찍이 심리학자 칼 융은 인간이 그림을 그리는 일을 정신요법의 아주 중요하고 귀중한 부속물이며 창조적인 행위라고 보았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창조적 행위를 그 자체만으로 도 큰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 창조적인 행위의 단계는 물론 체계적으로 그림수업을 받고 난 후 그리는 그림과 즉흥적인 그림과의 명백한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리는 그림에 정신적으로 집중을 하면 그 안에는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생명력을 발견하게 된다.

이화진의 경우는 오랜 경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의 화폭은 다소 특별한 부분이 있다. 그가 아무런 규칙이나 질서 없이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자유로움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는 분명 추상 현대미술의 세례 속에서 활동 하였지만 그의 형상은 자유로운 상상을 통한 무의식의 세계를 절충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듯 보인다.
그렇다고 그의 그림을 단순한 추상회화라든가 ,구상회화의 실천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의 그림은 명확한 윤곽선 없이 외연적인 형태를 분명하면서 간결한 풍경의 단편들로 담아내기 때문이다. 때로 그러한 풍경들은 새가 날고 있는 바닷가의 인상을 표현하기도 하고 , 정지된 풍경을 위에서 그린 것처럼 타원형의 구도 속에 넣기도 한다.

얼핏 바닷가 벤치에 앉은 연인의 모습을 떠올리는 감성적인 장면들도 더러 있다. 화면에 이러한 장면들은 생생하고 수채화처럼 경쾌하다. 그의 화폭에서 우리는 우울과 슬픔을 도저히 찾아 볼 수 없으며 행복하고 경쾌한 색채의 흔적들로 온통 가득하다. 또한 이 풍경들은 아름다운 꽃들과도 맞닿아 있다. 그의 그림은 분명히 그의 감정과 느낌의 환희나 언어가 보여주는 그대로 작가와 닮아있다. 그의 색조가 그렇고 형태가 그렇다. 그의 색조는 풍경 속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환상적이거나 상상적인 것에 훨씬 다가가 있다.
특히 색조에 있어 화려하거나 혼란스럽기보다 은은한 색채들로 봄날의 거리나 한 여름의 삽화를 떠올린다. 그리고 어떤 부분은 대담하고 원색적인 색채로 은근한 환상의 색채를 흘림의 잔손질로 화폭에 청신한 감각을 담아내기도 한다. 그것 또한 작가의 내면과 아주 많이 닮아 있다. 그의 화폭에는 어린이에게 보이는 순진함이 묻어난다. 그 자유롭고 상상력 풍부한 원색의 범람으로 그는 화면구성을 제압하고 있다. 일관되게 보이는 그의 경쾌한 원색 풍경과 인물은 여린 듯 한 붓놀림으로 거의 용납할 수 없을 만큼의 순박한 표현으로 내면을 표출한다. 또한 탐미성을 보이면서 인상의 즉흥적인 기쁨에 찬 풍경과 포옹을 고상한 색채의 대비와 정서로 결합시킨다. 그의 이런 색조는 더욱이 넓은 추상적 색점과 색면을 중경에 배치하면서 조형적 자유를 구하고 있다. 그것은 색채가 이미 자연의 재현 수단이 아니라 이화진이 감성과 느낌의 표현수단으로 회화에 인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마치 나의 눈앞에 있는 것을 그대로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보다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색채를 사용한다.는 고흐의 말이 이화진의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부담 없고 편안하게 바라 볼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색채의 화사함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오직 녹색조가 지배하는 직접적인 대비로 색조와 공간 표현을 가능케 하는 기술, 화풍으로 볼 때 그의 작품들은 그만의 구성과 색조로 또 다른 새로운 시각적 아름다움을 열어 보일 것이다. 그가 초기의 어두운 색조에서 벗어나 과장 없는 평범한 바닷가 이미지로 가기 위해 이제 그는 생략과 선을 숨기면서 색채를 구성요소로 단순화시키는 화풍을 강조하면서 정착 시키고 있다.

역시 그 속에는 순수 색조의 풍경화가 엿보이는데 그것이 또한 마티스가 추구했던 '화사함, 고요함과 쾌락' 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화진은 작품을 구성하는데 있어서는 모던한 감각을 보여준다. 고정된 시선과 형식으로 민화풍의 요소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그것이다. 더욱 강조되는 부분은 화면 위의 달 혹은 해이다. 동일한 화면에 존재 할 수 없는 해와 달의 형태들이 한 화면에 등장한다. 이 기법들은 민화에서나 봄직한 구성으로 모든 회화적 기법을 고전적인 형태로 느끼게 한다. 그의 이런 구성은 작품속의 많은 요소가 선험적이라는 것과 무궁한 세계를 향한 작가의 이념의 표식으로 나타난다. 새나 인물이나 해변들이 단순한 공간 안에서 만나 마치 생의 환희처럼 빛나는 그림, 그것이 이화진 그림의 본질이자 생명력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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